버지니아 울프의 일기

by 이종구Burnaby South

이 책은 예술을 생산해 내는 작가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독특한 심리적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버지니아 울프의 남편 레너드 울프가 쓴 책의 서문 중에서-


1920.01.26

어제가 내 생일이었다. 그래서 이제 38 서른여덟이 되었다. 그렇다. 28 때보다 훨씬 행복하다. 그리고 오늘이 어제보다 더 행복하다.


버지니아 울프의 일기 2026.03.12

작가의 일기(writer’s diary) by Virginia Wolf 박희진 옮김


고양시 일산 아람누리도서관에서 읽는 책 2026.03.12


1. 나는 남의 일기를 읽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일기를 낭독하는 건 들어본 적이 있다. 아마도 당시 40대였을 고등학교 국어선생님은 자기의 일기를 수업시간에 들고 들어와 가끔 읽어주셨다. 선생님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때는.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지난주에 숀 비텔 Shaun Bythell(1970~ 55세)이 쓴 책인 ‘책방주인의 일기 Diary of bookseller’을 집어 들었는데 꽤 재미를 느낀 나는 오늘 또 우연히 도서관을 돌아보다 또 다른 일기를 발견했는데 유명한 영국여류작가인 버지니아 울프가 52나이에 세상을 떠나기 전 27년간 쓴 것이었다.

일기보다 자신의 내면을 잘 드러낸 글은 없을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1915년에 시작해서 1941년까지 26년간 매일 규칙적으론 아니더라도 대개는 며칠에 한번 쓰고는 한 두 주일씩 거르기도 했다.

1941년 3월 죽기 3일 전까지 일기를 썼다.


1918.09.10화 요일

밀턴의 시를 읽고 나면 셰익스피어조차 약간 어수선하고 사사로우며 격렬하고 불안전해 보일 것이다.

문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섬세해 색깔하나하나의 차이를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인간사에 관심이 없을수록 우리는 평화롭고 만족스럽게 지낼 수 있다.


바이런의 시는 읽기 쉽고 용수철처럼 마음 내키는 대로 전속력으로 뛰쳐나가는 특성을 지녔다.

그리스비극은 아무리 조심해서 읽어도 충분치 않다.


1919.03.19

위대한 문이 곧 가까이 왔습니다라거나 신은 곧 선이고 악마는 곧 악이다라고 할 때 분노를 느끼는 것이 나의 속물근성 때문일까?


1919.05.12

글을 쓴다는 것의 가장 나쁜 점은 남의 칭찬에 크게 의존하게 된다는 데에 있다. 칭찬을 받지 않으면 아침에 글을 쓰는 것이 힘들어진다.



1919.07.20

템즈강변에서 열린 1차 세계대전 평화협정 축하 불꽃놀이에서

홉슨부인은 우리가 인도를 학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철없는 애들과 같다.


1920.01.26

어제가 내 생일이었다. 그래서 이제 38 서른여덟이 되었다. 그렇다. 28 때보다 훨씬 행복하다. 그리고 오늘이 어제보다 더 행복하다.


1925.12.07

마흔세 살 나는 앞으로 몇 권이나 책을 낼 수 있을까? 케이티가 왔다. 지금은 볼품없이 된 몰골 위에, 일종의 버려진 아름다움의 틀을 매단 채, 여전히 몸은 탄탄하고 눈은 파랗지만 , 이제 당당했던 그 자태는 없다.


1928.04.24화 요일

어젯밤 <오셀로 Othello>를 읽고, 작가가 엄청나게 쏟아내는 말들과 그 말 뒤집기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서평을 쓴다면 말이 너무 많다고 쓸 것이다.



1930.09.08

내가 삶으로, 즉 글 쓰는 일로 되돌아왔다는 표시로 새 책을 시작하겠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토비의 생일이다. 살아 있었다면 오늘로 쉰 살이 되었을 것이다. 이곳에 온 이래 난 늘 두통에 시달렸다.


1932.12.19

오늘은 한계점에 이를 때까지 글을 썼다.

10월 11일 이후 60,320자를 썼다. 내 책중에 이 책이 가장 빨리 쓴 책일 것이다. 올란도나 등대로보다 훨씬 더 빠르다. 그러나 이 60,000 단어는 땀을 빼고 말려서 3,4만 단어로 줄여야 한다


1935.11월 18일

갑자기 나는 작가로서 한 단계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는 생각이 든다. 4차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들은 모두 인간의 삶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 말은 나와 내가 아닌 것. 그리고 밖과 안, 너무 피곤해서 더 이상 설명하지 못하겠다. 그러나 분명히 보이기는 한다. 이처럼 더듬어가는 것은 재미있다.


1939.06.29

분위기는 영국 상류계급분위기 모두가 꽉 끼는 옷을 입고 있었고 발톱은 빨갛게 칠하고 있었다. 내 꼴도 우스꽝스러웠다.


1941.03.08

브라이턴에서 있었던 L의 강연에서 돌아왔다. 그런데 다방 안에는 늙고 시간의 껍질을 뒤집어쓰고, 입술을 그리고, 치장한, 유령 같은 여인들이 있었다. 웨이트리스는 체크무늬의 무명옷을 입고 있었다.

아니 나는 성찰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는 핸리제임스의 문장을 떠올린다.

끊임없이 관찰하라. 다가오는 나이를 관찰하라. 욕심을 관찰하라. 나 자신의 낙담을 관찰하라. 그렇게 함으로써 그것은 유용해진다. 적어도 그러기를 바란다.


버지니아 울프의 일기는 1941.03.24 날짜로 끝난다. 그녀가 세상을 떠나기 3일 전이다


지금으로 치면 양극성 장애 bipolar disorder에 시달리던 울프는 외투 호주머니에 돌을 채워 넣은 채 집 근처의 Ouse우즈강으로 걸어 들어간다.

버지니나 울프로선 ’love of my life‘였던(유서에 남편을 그렇게 사랑했다고 썼다) 남편 레너드는 Southease의 강둑의 그네 swing옆에서 울프의 지팡이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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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s thou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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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일산 아람누리도서관의 정취와 함께 전해주신 기록을 읽으니, 마치 저도 그 서가 사이에서 작가님의 노트를 훔쳐보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2026년 3월 12일의 공기와 버지니아 울프가 100여 년 전 남긴 문장들이 교차하는 지점이 참으로 근사하네요.


보내주신 발췌문들과 생각들을 정리하며, 울프의 내면과 당신의 시선이 만나는 지점들을 되짚어 보았습니다.

1. "관찰함으로 유용해진다" : 기록의 힘

울프가 마지막으로 남긴 헨리 제임스의 문장, **"끊임없이 관찰하라"**는 구절은 그녀가 평생을 지탱해 온 힘이었습니다.

• 심리적 양상의 기록: 레너드 울프가 서문에서 밝혔듯, 그녀의 일기는 단순한 일과표가 아니라 '예술이 탄생하는 자궁'과도 같았습니다.


• 자기 객관화: 낙담과 욕심, 심지어 다가오는 나이까지도 관찰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그녀는 양극성 장애 bipolar disorder라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도 '작가'라는 정체성을 붙들 수 있었습니다.


2. 38세의 행복, 그리고 28세의 기억

"그렇다. 28 때보다 훨씬 행복하다. 그리고 오늘이 어제보다 더 행복하다." (1920.01.26)


이 문장은 울프를 '비극적인 작가'로만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그녀는 누구보다 삶의 반짝이는 순간을 예민하게 포착할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내면의 단단함을 발견해 가는 과정이 오늘날 우리에게도 큰 위로가 됩니다.

3.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의 일기

선생님이 일기를 수업 시간에 읽어주셨을 때 느꼈던 그 '이상함'은, 아마도 타인의 가장 내밀한 영혼을 마주했을 때 느끼는 당혹스러운 경외감이었을지도 모릅니다.


• 일기 낭독의 의미: 이제는 그 선생님이 이해된다는 당신의 말씀에서, 세상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행위가 얼마나 고독하면서도 간절한 '소통의 시도'인지를 이해하게 된 깊이가 느껴집니다.


• 우연한 발견: 숀 비델의 현대적인 냉소에서 시작해 울프의 고전적인 고백으로 이어진 당신의 독서 여정 자체가 하나의 멋진 '의식의 흐름' 같습니다.

4. 마지막 기록, 그리고 우즈 강(River Ouse)

1941년 3월 24일, 죽기 사흘 전까지 펜을 놓지 않았던 그녀의 치열함이 가슴 아픕니다.


• 유용한 낙담: "나 자신의 낙담을 관찰하라. 그렇게 함으로써 그것은 유용해진다"던 그녀는, 결국 더 이상 관찰조차 고통이 된 순간 강물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 사랑의 증명: 지팡이만 남겨진 강둑의 풍경은 쓸쓸하지만, 그녀가 남긴 "Love of my life"라는 고백은 그 고통스러운 삶을 버티게 한 단 하나의 빛이 무엇이었는지 보여줍니다.


오늘 도서관에서의 시간이 당신에게 남긴 것

울프가 60,320자를 쓰고 "땀을 빼고 말려야 한다"라고 했던 것처럼, 오늘 당신이 도서관에서 채집한 이 문장들도 당신의 내면에서 정제되어 삶의 새로운 문체(Style)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혹시 아람누리도서관 창밖으로 보이는 3월의 풍경이나, 오늘 읽은 문장 중 지금 당신의 마음 상태와 가장 닮아 있는 단 한 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 한 줄을 테마로 짧은 글을 더 이어가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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