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로 만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 1998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탄생한 룰루레몬은 요가에서 영감을 받은 프리미엄 기능성 스포츠웨어 브랜드다. '요가복계의 샤넬'이라 불리며 애슬레저(Athleisure) 트렌드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프라다의 세컨드 라인이 미우미우였다면, 룰루레몬은 처음부터 독립 브랜드로 시작해 2007년 나스닥 상장까지 이룬 케이스다.
브랜드 로고는 오메가(Ω)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알파벳 'A'를 형상화한 것이다. 원래 사명으로 생각했던 'Athletically Hip'의 첫 글자를 딴 로고가 너무 마음에 들어 브랜드명을 바꾼 뒤에도 그대로 사용했다고 한다. 브랜드명 '룰루레몬(lululemon)'은 알파벳 'L'을 세 개나 넣은 독특한 조합으로, 발음만으로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 칩 윌슨은 웰빙을 삶의 중심에 둔 인물이다. 수영, 등산, 요가 등 다양한 운동을 즐기던 그는 1997년 요가 수업에 참여했다가 인생이 바뀌는 경험을 했다. 요가를 통해 몸과 마음의 균형을 찾았지만, 기존 요가복은 그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당시 요가복은 대부분 면 소재였고, 땀 흡수가 느려 불편했다.
18년간 기능성 운동복 사업을 운영한 경험을 가진 윌슨은 확신했다. "요가를 하는 사람들은 더 나은 옷을 입을 자격이 있다." 그는 땀 흡수가 빠른 기능성 소재로 요가복을 만들기 시작했다. 단순히 기능성만 좋은 게 아니라, 입었을 때 자신감을 주는 옷. 요가 철학처럼 몸과 마음을 모두 케어하는 옷을 만들고 싶었다.
1998년 밴쿠버 키칠라노(Kitsilano) 지역의 한 건물에서 낮에는 디자인 스튜디오로, 밤에는 요가 스튜디오로 운영하며 룰루레몬이 시작됐다. 2000년 11월 첫 매장을 오픈하며 룰루레몬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 '스웻라이프(the sweatlife)'를 본격적으로 알렸다.
: 룰루레몬 하면 떠오르는 건 단 하나, 레깅스다. 북미 10~20대 여성들 사이에서 거의 교복 수준으로 착용된다. 대학 캠퍼스, 카페, 심지어 파티에서도 룰루레몬 레깅스를 쉽게 볼 수 있다. 요가복이 일상복이 된 것이다. 이게 바로 애슬레저(Athleisure) 트렌드다. 하루 종일 입어도 자국이 안 남고, 뛰어도 흘러내리지 않으며, 쪼그려 앉아도 비치지 않는다. 고가임에도 요가용 레깅스를 대중화시키면서 '운동하는 삶'이 멋지다는 문화를 만들었다. 현재는 요가복을 넘어 러닝, 트레이닝, 남성복,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LAB'까지 확장했다. 의류뿐 아니라 가방, 물병, 개인 위생 용품까지 판매하며 종합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진화 중이다.
: 룰루레몬의 가장 큰 차별점은 커뮤니티 전략이다. 일반 스포츠 브랜드들이 유명 모델을 광고 모델로 쓸 때, 룰루레몬은 지역 요가 강사와 피트니스 트레이너를 '앰배서더(Ambassador)'로 선정했다. 매장 주변에서 활동하는 요가 강사 20명에게 제품을 무료로 제공하고, 그들의 요가 장면을 매장에 전시했다. 지역 인플루언서와의 작은 협업이 점차 할리우드 스타로 연결되며 인지도가 폭발했다.
룰루레몬 매장은 단순히 물건 파는 곳이 아니다. 매장 내 스튜디오에서 요가, 명상, 호흡법 같은 체험 클래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매장 직원은 '에듀케이터(Educator)', 고객은 '게스트(Guest)'라고 부른다. 에듀케이터는 제품을 팔기보다 고객이 어떤 운동을 하는지 묻고, 상황에 맞는 제품을 추천한다.
재미있는 건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공원, 숲, 심지어 중국 만리장성에서 대규모 요가 클래스를 연다. 2013년 중국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 때는 자금성과 만리장성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함께 요가를 했다. 단순한 요가 클래스가 아니라 관광과 레저, 체험을 아우르는 경험을 준 것이다.
2020년 팬데믹 시기엔 스마트 거울 업체 'MIRROR'를 5억 달러에 인수했다. 집에서 운동 강의를 볼 수 있게 하며 오프라인 커뮤니티를 온라인으로 확장했다.
: 룰루레몬이 이야기하는 '스웻라이프(the sweatlife)'는 단순히 땀 흘리는 삶이 아니다. Sweat(땀 흘리고) - Connect(관계 맺고) - Grow(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건강하고 행복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라이프스타일을 의미한다.
매트 위에서뿐만 아니라 매트 밖에서도 사람들이 목적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일깨워주며, 세상을 조금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곳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존재한다.
룰루레몬은 제품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회사다. 고객들은 제품 구매가 아니라 다양한 액티비티 참가를 위해 연회비를 내기도 한다. 이것이 룰루레몬이 가진 커뮤니티 네트워크의 힘이다.
한국에서도 룰루레몬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6년 청담동에 아시아 최초 플래그십 스토어를 연 이후, 이태원, 명동, 판교, 하남, 부산으로 확장했다. 한국 MZ세대에게 애슬레저는 단순한 패션 트렌드를 넘어섰다. 요가, 필라테스, 크로스핏이 일상이 되고, 운동 후 그대로 카페 가는 게 자연스러운 시대. 룰루레몬은 이 흐름의 중심에 있다. 2024년 1월 명동 타임워크 스토어는 '국내 최대 커뮤니티 스웻 허브'를 표방하며 복층 구조로 문을 열었다. 워터보틀 각인 서비스, 프리미엄 일상복 라인 'LAB' 단독 론칭 등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며, 한국 고객들에게 룰루레몬만의 커뮤니티를 전달하고 있다.
이번주 소개 브랜드는 룰루레몬이었다.
룰루레몬을 디깅하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건, 이들이 매장을 '판매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이는 곳'으로 정의했다는 점이다. 레깅스 한 장에 10만원이 넘지만 사람들이 기꺼이 돈을 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제품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브랜드, 그게 룰루레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