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를 혼자서만 정리했다.
내가 마음을 정리해 놓은 그들은 가끔 연락이 온다. 축하도 위로도 하고 싶지 않고 멀리 떠난다고 해서 다시 보고 싶지도 않다.
누군가가 나에게 잘못을 하거나 서운하게 한 것도 없었지만 나는 그들을 마음에서 지웠다.
지금 살아가고 있는 삶에 있어 그들에게 나는 도움을 주거나 의리를 따지거나 잔정을 주고 싶은 여유가 없다. 내가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들과 내가 과분한 도움과 사랑을 받아 평생 두고 갚아야 할 사람들만 남겨놨다.
스스로 혼자서 생각했던 것이라 아무런 변화가 있거나 표가 나지 않는다.
그들에게서도 내가 잊혔으면 좋겠다.
그냥 한때 잘 지냈던 사람 정도면 충분하다.
오랜만에 살고 있는 소식을 전달해도 알고 싶지 않았다. 각자 치열한 삶을 살고 있기에 내가 그들의 삶을 평가하고 싶지 않았다.
필요에 의해서 나와 관계를 해왔던 사람도 있고 진심으로 관계를 했던 사람도 있다. 스스로 구분하니 진심을 다했던 사람들이 많이 없었던 것 같았다.
나는 어릴 때 운동을 했었고 어려움 속에서 선후배 관계를 했었다. 또 많은 일들을 하면서 사람을 좋아하면 내가 가진 최선을 하고 조건 없이 믿고 따르는 사람이었다. 후배가 되었든 나보다 직급이 낮아도 충분한 존경심을 가지고 멋있는 사람은 구별했었다. 그리고 그들과의 관계가 너무 좋았다.
돌이켜보면 단지 나를 필요로 하여 필요한 순간에만 정을 나눠줬던 사람도 있다. 그래도 그들을 원망하거나 배신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 순간만큼은 그래도 나한테 최선을 다했을 것이기에 별다른 원망은 없다.
스스로 인간관계를 지우고 내가 잘하고 싶은 사람만 남겨둔 지금은 혼자서 홀가분함을 느끼고 있다.
뭐가 중요한지 모르고 단지 사람을 좋아했었는데 그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사기를 당하거나 무언가 피해를 본 것도 아니라 나에게 정리당한 이들은 아무런 피해도 없고 변화도 없다. 단지 내가 그들의 연락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피하고 있기에 자연스럽게 멀어지고 정리가 된다.
새로운 사람은 또 만난다. 지금 사람을 사귀고 알아간다는 게 쉬운 나이는 아닌 것 같다. 그래도 같은 생각, 같은 생활방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 내가 존경하고 따르게 만드는 사람들도 많다.
정리하고자 마음을 먹었을 때 유난히 정리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연락이 왔다.
'나는 당신들을 정리했어요.'라고 하고 싶지만 내가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일이며 나한테 정리당했다고 해도 별로 바뀌는 건 없다. 내가 그들에게 특별한 존재는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필요한 건, 단지 자연스러운 정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