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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소리 Oct 01. 2024

가끔은 학생이 되고 싶다.

요즘엔 초등학생도 참 바쁘다. 가끔은 학교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나로서는 안쓰러운 마음도 있지만 내심 학교 생활을 하는 학생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015B가 불렀던 '이젠 안녕'이라는 노래는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숨 막힘을 가끔 느끼게 한다.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만 시간을 돌릴 수 없기에 답답함이 느껴진다.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 거야.'


살면서 여러 번 졸업을 했다. 축하를 받으면서 졸업은 했지만 항상 아쉬웠다. 실감하지 못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학교를 다녔던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알게 되는 것 같다.

학교 다닐 때의 행복함. 그 시절에는 느끼지 못했던 시간이 한 번쯤은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각자의 길을 걸으며 시간을 추억하며 늙어가는데

대화를 하다 보면 초등학교 때 친구는 초등학교 다니던 상태가 그대로 있고, 외모만 늙어있는 것 같아 안쓰러웠다.

머리도 빠지고 덩치도 작아지고 인상도 선해졌다. 그저 우정이 최고인 줄 알면서 지냈던 학창 시절을 지나 한 가정의 가장으로 아버지로 최선을 다해서 살아간다.

 

지나는 사람을 보면서도 각자의 학창 시절이 있었겠지? 그들도 과거가 그리울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각자 추억은 있고 그리워하는 시간은 있을 테니까.


다들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지. 길에서 지나다 보면 알아보기도 힘들 친구들인데, 한 번만 사는 인생에 친구로서 인연이 되어 인생에 가장 빛나는 시절을 같이 보내고 또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처럼 멀어졌다. 연락이 끊겼지만 그래도 그중에는 다시 한번 꼭 보고 싶은 친구는 있다. 어린 시절 조건 없이 좋아하고 조건 없이 정을 나누던 친구들이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어디서 살아가는지.. 살면서 한 번은 꼭 마주쳤으면 한다.

고향을 떠나 살다 보니 아직까지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로부터 소식을 듣는다. 어릴 때는 남자들끼리 통화를 하는데

무슨 몇 시간씩 걸리냐 했었는데 지금은 한 시간씩은 통화를 하는 것 같다.

궁금한 게 많고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싶고 그렇다. 막상 그 소식을 듣는다고 해서 바뀌는 건 없지만 그냥 그렇게 잘 지내고 있는지가 궁금한 몇몇 친구들이 있다.


아들과 함께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같이 갔었다. 그중 나는 중학교 시절이 제일 그리웠었다. 초등학교 때는 너무 어렸던 것 같고 고등학교에 다닐 때에는 수능시험을 준비해야 했기에 그다지 학교 생활에 여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또 대학교에 가서는 군대와 등록금을 걱정해야 했고 아르바이트를 주로 했었다.

지금은 아들이 초등학교에 다니는데 학교에는 아이들이 많이 없다. 내가 어린 시절에는 학생이 많아 오전반 오후반 시간을 나눠 수업을 했었는데 지금은 한 반에 20여 명 정도라고 하고 한 학년의 반을 통틀어도 몇 개 반이 되지 않는다.


40대가 되었지만 정신연령은 아직은 어린 그런 초보 중년 아저씨가 됐다.

지금 뭐를 시작해도 다 할 수 있을 것 같고 배운다고 하면 금방 배울 수 있을 것 같은 패기에 어떤 일을 시작해도

어릴 때처럼 원하던 성과를 달성하지 못했다. 골프를 배워도, 테니스를 쳐도, 그리고 내가 주로 했던 농구를 해도

마음은 거의 선수급으로 운동을 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하루는 지나다가 중학생쯤 돼 보이는 학생들과 우연히 농구를 시합을 했었다. 금방 지쳐 따라가지 못했고 키는 내가 큰데 점프가 되지 않아 리바운드를 하나도 하지 못했다. 어릴 때는 나도 저랬었는데 나이가 들었네. 하는 생각을 했다. 다만 변한 거라곤

이렇게 운동을 하고 나서 고마움에 음료수 정도를 사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어릴 때는 넉넉하지 않아 주로 수돗가에 물을 마셨기에 어른이 된 지금은 이런 여유가 생겼다.

 

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건. 참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런 걱정 없이 학교에만 잘 가고 잘 다니면 큰 걱정이 없는 인생에서 배우면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시간.


내가 어릴 때 어떤 어른이 김광석 노래의 감성이 이해가 된다면 나이가 들어가는 거라고 했다.

김광석 노래를 옛날에 들었을 때와 지금 들을 때는 노래가 완전히 다르다.

쉬는 날 누워서 8시간도 김광석 노래만 들은 적이 있다. 무언가 흉내 낼 수 없는 감성 어린 노래들이 참 좋았다.

나이가 들어서 인 걸까? 다른 가수들이 리메이크를 해서 노래를 부르지만 김광석 님의 특유의 감성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나이가 들었다. 마음속은 아직 청춘이 아닌 어린아이 상태다.

가정이 생겼다. 가장이 되었지만 책임감 외에는 아직까지는 완벽하지 못한 가장이다.

추억이 쌓였다. 좋은 시간 나쁜 시간 여러 시간을 겪으면서 시간은 돌릴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어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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