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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소리 Sep 30. 2024

하늘에 별을 걱정하는 시간

하늘에 별이 된 너에게

니가 떠나고 너가 계속 그립고, 받은 게 많은데 돌려줄 수 없어서 계속 고민을 했어.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해 보다가

니가 남긴 너의 가족들이 걱정이 됐어.


니가 다른 직장에 잘 들어가서 월급이 많았던 만큼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제일 컸거든. 

우연히 본 핸드폰 갤러리에서는 니가 일을 배우기 위한 노력이 빼곡하게 사진으로 담겨져 있었어. 다른 곳에서 적응하기 위해서 많이 노력을 했었던데, 니 성격이 담겨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어.

재수씨가 혼자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우리 가족들끼리 어울렸던 즐거웠던 시간이 계속 생각이 났어. 재수씨 입장에서는 어떨까? 과거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을까. 니가 응급실에 실려와서 누워있을 때 모습이 마지막이었을텐데 원망으로만 기억되고 있을까?

하루에 한 번씩은 꼭 재수씨가 오픈한 까페에 예약현황이 어떤가 검색하곤 하는데, 다 표시가 안 되는 건지 생각보다 예약이 많지 않아 걱정이 되네. 그러다가 문득 하지 말아야 될 생각이 들었어. 혹시 삶이 고단해서 너와 같은 선택을 해버린다면 아이들은 어떻게 하지? 지금 외할머니와 지내는데 딸아이는 오빠옆에 꼭 붙어서 할머니랑 둘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어색해한다는데,

너의 아들 녀석이 우리 집에 못 오겠다고 한 이유가 엄마가 걱정이 돼서 집을 비울 수 없다고 했었는데, 혹시나 삶에 지쳐 너랑 같은 선택을 해버리면 어쩌나 하는 빌어먹을 생각이 드는 거야.


이게 맞는 건가? 내가 이런 걱정을 하는 게 맞는 건가 싶어. 오늘도 어김없이 우리 아이들이 전화통화를 하면서 2시간 정도 같이 게임을 했고, 엄마가게로 택시 타고 오라는 재수 씨의 전화를 받고 오늘 게임을 그만하더라고. 그러면 자기 여동생을 데리고 엄마가 불러주는 택시를 타고 가게로 갈 텐데, 왜 어린 아들 녀석에게 동생을 돌봐야 되고 엄마를 걱정해야 되는 어려움을 겪게 한 거야.

철 없이 아빠 엄마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뛰어놀 어린 나이에, 불필요 한 걱정을 하게 했을까. 다른 친구들보다 빠르게 철이 드는 인생을 살게 했을까.

니가 엄청나게 사랑을 쏟던 아이들의 기억속에 아빠는 어떨까.

계속 의문이었어. 내가 걱정이 된다고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왜 나는 또 다른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는지.

하늘에선 어떠니?.

딸아이에게 동영상을 돌려주다 보니 우리 같이 찍었던 사진들도 많고 동영상도 있는데 많이 보고 싶더라.

저 때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도 힘든 걸 이해하지 못하고 한번 더 못 잡아줬을까 싶다가도 아예 모르던 시절로 되 돌리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

어린 나이였는데, 많이 안타깝다.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았을텐데, 우리가 같이 보낼 수 있는 행복한 일들이 많았는데.


우리 아이들은 많이 컸어. 니가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게 어떨지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실제로 본다면 깜짝 놀랄 만큼 많이 컸어.

너도 많이 보고 싶지? 니가한 선택을 충분히 후회하면서 다시 내려와서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매일 하면서 지내지?


그리움에 글을 쓰고 내주변에는 너를 그리워하는 걸 모르고,  혼자서 몇 자씩 써내려가면서 추억을 하다보면 좋은 기억밖에 없고 받은 걸 돌려주고 싶은 고마움 뿐인데, 오늘은 문득 몹쓸 생각을 했네.

많이 미안해. 정말 쓸모없는 생각과 걱정을 했어. 나는 재수씨가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어. 장사도 잘돼서 아이들과 지내는데 어려움이 없었으면 좋겠고. 아이들도 아빠가 없음을 느끼지 못하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고. 죽는다는 걸 아직 이해할 수 없는 나이 같지만 그래도 아빠가 뼈저리게 그리울 아이들일텐데.


내가 도울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니가 나한테 준 것만큼은 아니더라도 그 반만이라도 어떻게 갚아줘야 하는데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많이 미안해.

그냥 너의 가족들의 안부정도 물으면서 살아가는 것 밖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네.


니가 죽고나서는 인연을 끊고 살아야겠다 생각했었는데 재수씨를 보니까 원망에서 안쓰럽고 불쌍한 생각이 들었어. 너보다 더 어린 나이에 한참 젊고 하고 싶은 게 많을 시기인데 미망인이 되었잖아.

둘의 부부관계를 옆에서 지켜보다가 너무했다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막상 그렇게 나쁜 선택을 한 것을 보고 남아 있는 마음이 어떨까 싶고, 나는 친했던 사람이지만 그들은 가족이니까,

옆에 있는 나도 이렇게 힘든데 직접 너를 잃은 가족들은 원인이 어떻게 됐건 진짜 많이 힘들거라는 생각이 계속들었어. 그래서

이해하기로 한거야. 내가 뭐라고 혼자서 이해하고 용서하고 안쓰러워하고, 해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으면서 불필요하고 쓸데없는 걱정만 했어.


부디 하늘에서 니가 남긴 너의 가족들이 더 행복하고 행복하고 또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줘. 니가 남긴 상처들이 잘 치유될 수 있게 또 다른 행복을 줬으면 좋겠다.


아이들은 아빠랑 보낸시간이 10년도 되지 않았고, 살아갈 날은 몇 십 년이 남은 거야. 아빠 없이 살아야 될 몇 십년은 그래도 행복해야 될텐데, 철이 들면 아빠를 이해할까.


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재수씨가 너와 같은 선택을 하면 어쩌나 하는 아주 형편없고 쓸모없는 생각에 너무 많은 걱정을 했다.


씩씩하게 잘 이겨내고 있는 재수씨를 정말 불필요한 걱정으로 안부를 전해서 미안해.

하늘에선 항상 행복할 너한테 너의 가족들의 행복을 간절히 기도하며, 언제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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