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추억, 들어서 되돌리는 시간
혜화동 ost는 항상 추억이다
응답하라 1988에 OST 중에 하나였던
혜화동(혹은 쌍문동) 노래의 시작부터
집이 그립다. 친구들도 보고 싶고 동네에서 같이 놀던 선후배들도 보고 싶다.
친구들이 군대에 갈 때 이등병의 편지를 불러주고 밥도 같이 먹고 군대 간다고 약 올리면서 보냈던 게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집을 떠나온 지 20년이 지났다.
가끔은 집이 그립다.
수도 없이 이사를 했지만 이사를 할 때마다 힘들었고 새로운 곳에 간다는 설렘보다는 적응을 다시 해야 된다는 부담이 더 컸다.
아내가 시집을 오고 첫날 우리 집에서 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집에서 자는데 계속 울다가 잠들었다. 아내도 부모님 곁을 떠났다는 걸 실감해서였을까. 집을 떠나오고 나서 느낀 감정을 나는 잘 안다. 원해서 이사를 하고 독립을 한 게 아니기에 어려움은 충분히 있었다.
고향집에 가서 보니 새롭게 변한 곳도 있었고 예전처럼 변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지독히도 철이 없던 어린 시절을 보내 곳에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가서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아직까지 동네를 떠나지 않고 그곳에서 일을 차주인 사는 친구들도 있고
어릴 때 내가 다니던 체육관은 선배가 관장님이 되어 리모델링만 하고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있었다.
학교도 그대로 있었는데 중학교 시절 선도부장으로 아침에 교문 앞에서 서있던 기억을 살려 아들에게 얘기했는데 그게 뭐냐고 이해를 하지 못했다. 시절이 많이 변해서 나만 기억하는 특별함이었다.
친구들은 늙었고 탈모가 생겼으며 흰머리가 부쩍 늘고 배가 나왔다. 그중 관리에 열심히인 친구들은 그대로인 것 같았는데 그게 내 눈에만 그대로인 거지 주변에서 보는 사람들은 변하지 않은 동안 아저씨가 아니라 그냥 동네에 아저씨였다.
지나간 시간을 다시 돌릴 수 없고 마음은 변하지 않았지만 몸은 나이가 들어 예전처럼 체력이 넘치지도 않는다.
철없던 나도 책임을 지고 살아야 될 아내와 아이들이 생겼다.
내가 살던 집은 대부분 그대로인데 내가 사는 삶이 변했다. 시간을 다시 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나는 과연 시간을 다시 돌리겠다는 선택을 할까?
지금 살고 있는 가족들이 그대로 있다면 돌릴 수 있겠지만 다시 돌아가는 시간을 선택하지 않을 것 같다.
그저 지나간 추억일 뿐. 그 추억이 행복핸 기억이라고 해서 지금의 행복을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