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마음은 더 가까이.
“같이 걸을래?”
우리 부부는 비 오는 날의 산책을 좋아한다.
말이 많지 않아도 좋은 시간-
빗소리가 대화를 대신해 주는
그 조용한 여유 속을 함께 걷는다.
비가 내리면 이 동네는 조금 더 초록빛이 된다.
숲에서 피어오르는 향기,
젖은 나무의 숨결,
그리고 길가 풀잎에 맺힌 빗방울이
투명하게 반짝이는 모습.
그 풍경은
마치 오래된 그림책 속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남편은 말없이 길가의 돌멩이를 피해 걷고
나는 그런 남편의 조용한 배려에 마음이 기운다.
빗속을 함께 걷는 일은
어쩌면 사랑을 다시 확인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바쁜 일상 속에선 놓치기 쉬운 말,
소리 없이 전해지는 다정함-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우리는 말없이 옷을 갈아입고
따뜻한 커피를 내린다.
창밖엔 여전히 빗방울이 떨어지고
방 안엔 고요한 평화가 번진다.
아이들은 소파에 기대어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린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비 오는 날의 선물처럼 느껴지곤 한다.
나는 그런 날이 좋다.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괜찮고-
누군가를 설득하지 않아도 괜찮은 날.
남편과 함께 젖은 길을 걸으며
나도 모르게 마음이 열리고
그 하루의 작은 풍경이
한 달을 살아갈 힘이 되어주곤 한다.
비는 우리를 더 조용하게 만든다.
말보다 눈빛으로-
속도보다 숨결로 서로를 느끼게 해 준다.
평창동의 산길을
나란히 걷는 이 시간이
우리 부부의 사랑을 더 단단하게 이어주고
삶을 조금 더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오늘도 나는 그 산책 덕분에
조금 더 따뜻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이 비가 그치면-
더 짙어진 초록이 우리를 또 맞이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