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에 있을 때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완벽함이 미덕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은퇴 후 숲길을 걸으며 떨어져 있는 솔방울 하나를 보니, 그 쩍쩍 벌어진 틈새가 오히려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우리는 살면서 자신의 부족함이나 마음의 상처를 감추려 애쓰지만, 사실 그 빈 틈이야말로 다른 무언가가 머물 수 있는 유일한 자리임을 깨닫습니다.
산길을 걷다가 바닥에 뒹구는 갈색 솔방울 하나를 집어 듭니다. 바짝 마른 비늘 사이사이로 차가운 눈송이들이 소복이 내려앉아 있습니다. 솔방울이 마음을 닫고 비늘을 꽉 다물고 있었다면, 그 보드라운 눈송이들은 갈 곳 없이 흩어졌겠지요. 거칠고 투박한 그릇이 하얀 눈을 포근하게 품어 안아 둘이 하나가 된 풍경, 그 고요한 어울림 속에서 참된 평온을 봅니다.
솔방울의 틈새는 비어 있기에 눈송이를 품을 수 있습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공(空)은 아무것도 없는 허무가 아니라,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입니다. 이를 공성(空性)이라 합니다. 내 마음이 '나'라는 고집으로 가득 차 있으면 타인이 들어올 자리가 없지만, 스스로를 비워 틈을 낼 때 비로소 온 우주의 진리와 인연이 그 안에 스며들어 살게 됩니다.
일요일 아침의 짧은 만남 한 주를 차분히 정리하고 새로운 내일을 그려보는 일요일 오전 10시, 늦은 아침의 여유 속에 [순야의 단상]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마음의 쉼표를 찍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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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마치며, 한 주의 시작과 끝이 모두 평온하시길 기원합니다. 몸도 마음도 정갈하고 행복한 한 주 되시길 바라며, 다음 주 일요일 아침에 맑은 향기를 담아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