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직장 생활로 고장 난 나를 고치는 기술
: 대기업 은퇴자가 고서(古書) 속에서 찾아낸 내 몸의 사용설명서
저는 35년 동안 넥타이를 매고 전쟁터에 나갔던 상사맨이었습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실적 압박이라는 총알이 빗발쳤고, 승진이라는 고지를 향해 전차처럼 돌진했습니다. 그 치열했던 시간 동안 제 몸은 '나'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회사의 것이었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한 도구였습니다. 엔진이 과열되어 연기가 나는 줄도 모르고 달렸습니다. 가슴이 답답하면 소화제를 삼켰고, 잠이 안 오면 술의 힘을 빌렸습니다. "남들도 다 그렇게 사니까"라는 말이 유일한 진통제였습니다.
멈추고 나서야 비로소 고장 난 곳이 보였습니다.
정년퇴임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다음 날, 저는 텅 빈 거실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명함은 사라졌는데, 몸에는 원인 모를 통증들만 훈장처럼 남았습니다. 병원에 가도 "스트레스성입니다", "노화 현상입니다"라는 무책임한 진단뿐이었습니다.
그 허망함을 채우려 예순의 나이에 다시 학교로 돌아갔습니다.
불교학 박사 과정. 그곳에서 저는 운명처럼 먼지를 뒤집어쓴 얇은 책 네 권을 만났습니다.
『선문구결(禪門口訣)』, 『육묘법문(六妙法門)』, 『천태소지관(天台小止觀)』, 그리고 『지관대의(止觀大意)』.
천오백 년 전, 중국의 천태지자(天台智者) 대사가 제자들에게 "입으로 전해준(口訣)" 수행의 비법들과 그 핵심 원리가 담긴 책들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어려운 철학책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한 줄 한 줄 원문을 해독해 나가던 저는 무릎을 탁 쳤습니다.
이것은 경전이 아니었습니다. 이것은 완벽한 '내 몸과 마음의 사용설명서'였습니다.
"가슴이 답답한가? 그것은 생각이 엉켜 기운이 떴기 때문이다. 마음을 발바닥에 묶어라."
"배가 차갑고 아픈가? 숨을 들이마셔 아랫배의 보일러를 켜라."
"생각이 꼬리를 무는가? 숫자를 세어 뇌의 스위치를 꺼라."
천오백 년 전의 스승은 마치 엑스레이를 찍듯 제 몸속의 염증, 불면, 불안을 꿰뚫어 보고 있었고, 놀랍도록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처방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종교적인 믿음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숨을 어떻게 쉬고 의식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알려주는 기술(Technique)이었습니다.
저는 이 기술들을 제 몸에 직접 실험했습니다. 새벽마다 방석 위에 앉아 숨을 고르고, 배를 문지르고, 척추를 세웠습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30년 묵은 어깨의 통증이 사라지고, 밤새 저를 괴롭히던 잡생각들이 안개 걷히듯 사라졌습니다. 몸이 바뀌니 마음이 편안해졌고, 마음이 편안해지니 세상이 달라 보였습니다.
이제 그 치유의 기록을 세상에 내놓으려 합니다.
이 브런치북은 깨달음을 얻어 도인이 되자는 거창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평생을 앞만 보고 달리느라 고장 난 몸을 이끌고 살아가는, 저와 같은 현대인들을 위한 자가 치유(Self-Healing) 에세이입니다.
제1부: 숨, 생명의 스위치를 켜다 (기초) 잘못된 호흡을 바로잡고, 통증을 스스로 치유하며 무너진 몸의 기초를 다시 세웁니다.
제2부: 호흡에서 지혜로 넘어가는 다리 (심화) 1부에서 배운 호흡법조차 내려놓습니다. 마음을 멈추고, 지켜보고, 본래의 맑음으로 되돌아가는 마음의 원리를 익힙니다.
제3부: 마음이 머물 수 있는 '단단한 집' 짓기 (태도) 본격적인 마음공부에 앞서 삶의 환경을 재설계합니다. 나를 갉아먹는 관계를 정리하고, 무절제한 욕망과 감정의 찌꺼기를 청소하여 마음이 쉴 수 있는 단단한 집을 짓습니다.
제4부: 굳어버린 마음에 불을 지펴라 (실전 I) 마음공부의 시동을 거는 단계입니다. 진짜 나를 찾겠다는 다짐을 하고, 마음의 균형을 잡으며, 나만 옳다는 집착을 끊어내는 구체적인 방법을 익힙니다.
제5부: 꽉 막힌 길을 뚫고 나아가는 법 (실전 II) 살다 보면 누구나 슬럼프를 겪습니다. 삶과 수행의 고비마다 찾아오는 결정적인 방해물들을 지혜롭게 넘어서는 성숙의 과정입니다.
제6부: 단 한 번에 우주를 보는 눈 (절정) 이 여정의 하이라이트입니다. 내 마음 한 생각이 곧 우주임을 깨닫는 순간, 지금까지 닦아온 모든 과정이 하나로 통합되는 최고의 경지를 만납니다.
제7부: 삶이라는 전쟁터에서 마주할 7가지 적 (응용) 마지막으로,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치게 될 구체적인 위기들을 다룹니다. 갑작스런 질병, 잊히지 않는 트라우마, 나쁜 유혹, 잘못된 가치관... 현실의 적들을 지혜의 칼로 베어내고 당당하게 일어서는 실전 응용편입니다.
병원에서도 고쳐주지 않는 내 몸의 미세한 고통들. 이제 의사에게만 의존하지 말고, 여러분이 직접 내 몸의 주치의가 되어보십시오. 천오백 년의 지혜가 담긴 이 사용설명서가 여러분의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입니다.
자, 이제 낡은 신발 끈을 고쳐 매고, 내 몸 안으로의 여행을 떠나볼까요?
제가 여러분과 나눌 이야기는 제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천오백 년을 이어온 지혜의 숲에서 길어 올린 것들입니다. 이 네 권의 책이 우리의 든든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입니다.
"만약 마음이 들떠 망상이 생기고 흔들리면, 마땅히 아래를 향하여 발바닥에 마음을 두어야 한다." (若心高 妄想 掉擧者 應向下 係緣守掌; 『선문구결(禪門口訣)』 중에서)
"수식(數息)이란, 마음을 숨에 거두어 하나에서 열까지 세며, 흩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數息者, 攝心在息, 從一至十, 不令馳散; 『육묘법문(六妙法門)』 중에서)
"대저 지관(수행)을 닦고자 하는 자는 반드시 5가지 인연을 갖추고, 5가지 욕망을 꾸짖으며, 5가지 덮개를 버리고, 5가지를 조절하며, 5가지 법을 행해야 한다." (夫欲修止觀者, 必須善具五緣, 呵五欲, 棄五蓋, 調五事, 行五法; 『천태소지관(天台小止觀)』 중에서)
"멈춤(止)은 번뇌를 눌러 항복받는 첫 관문이요, 봄(觀)은 미혹을 끊어내는 바른 요체이다." (止是伏結之初門, 觀是斷惑之正要; 『지관대의(止觀大意)』 중에서)
[연재 안내] 이 글은 매주 화요일 저녁 8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한 주에 두 번, 고장 난 몸과 마음을 고치는 시간을 저와 함께 가져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