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에서도 놀 수 있는 방법은 많다!
강아지가 밖에 있을 때는 움직이는 사람과 사물, 소리, 냄새 등 집 안에서 만나지 못한 익숙하지 않은 많은 자극을 받게 되는데 그것들을 나름의 방법으로 받아들이며 본능을 해소한다. 또 보호자와 달리거나 걸는 운동을 통해 에너지를 건강하게 소모하면서 활력이 생겨 살아있음을 강하게 느끼게 한다.
반려동물 문화가 더 발전되고 정착된 나라들은 산책이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보호자들이 잘 인지하고 있다. 미국은 바쁜 보호자들을 위해 반려견 산책을 시켜주는 사람을 따로 고용하기도 한다. 또 제도적으로 강제하는 곳도 있는데, 독일은 하루 2회 이상 산책을 시키지 않으면 불법이며 보호자의 반려견 키우기 권리가 금지될 수도 있다고 한다. 집 안에서만 지내며 산책을 충분히 하지 못한 강아지는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잘못된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결하려는 문제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그만큼 밖에 나가는 산책이 강아지에게 아주 중요하다.
그런데 너무 덥거나 추운 날씨, 비나 눈이 올 때와 같이 기후가 강아지 건강에 극심한 영향을 줄 수 있을 때에는 피치 못하게 산책을 줄여 강아지가 안전하게 지낼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이런 날은 실내에서 충분한 놀이를 통해 강아지가 스트레스를 누적시키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
물론 잠깐이라도 산책을 나갈 수 있게 보호자가 노력하는 것이 먼저이다. 예를 들어 비 오는 날 비가 오지 않는 순간을 틈타 산책을 시도해보는 등 보호자가 최대한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전문가 분들은 강아지가 자고 있는 한밤 중에 귀가하게 되더라도 강아지를 깨워 밖에 잠시 데려 나가라고 한다.
보호자와 신나게 노는 것이 가장 좋지만 강아지가 혼자서 놀이를 찾아 스스로 무료함을 달랠 수 있는 환경도 갖추어 주어야 한다. 좋아하는 장난감들을 강아지에게 준다면 강아지는 스스로 상상하고 움직이면서 필요할 때마다 놀이를 할 것이다.
우리 반려견 리초를 입양하기 전 읽었던 책들 중 하나에는 최소 20~30개 정도의 장난감을 준비해두고 하루 3~4개씩 매일 바꿔가며 강아지가 놀 수 있게 해 주라는 내용이 있었다. 강아지도 싫증을 내기 때문에 매일 같은 장난감을 놓아두면 관심이 없어질 것이다. 그래서 입양 전 20개 정도의 장난감을 미리 준비했었고, 가끔씩 새 장난감을 보충하면서 지내고 있다.
강아지가 장난감을 갖고 노는 모습을 관찰해보면 여러 행동들을 한다.
앞니로 잘근잘근 씹거나 뜯어보기
입에 넣고 씹기
코나 발로 건드리기
쫓아다니기
입에 물고 뛰어다니기
물고 흔들기
우리 강아지는 한 입에 물 수 있을 정도로 작고 구르는 장난감을 제일 좋아한다. 쫓아다니거나 갑자기 덮치기도 하면서 논다. 그리고 물고 흔들기, 물고 뛰어다니기도 좋아한다. 아마도 쥐 같은 소동물을 사냥하던 습성이 조상들로부터 이어져 오는 모양이다. 입양 초기에는 사냥에 관련된 동작들이 혹여 문제 행동이 될까 염려해 그런 장난감을 주지 않았었지만, 요즘은 이런 습성들을 제때 해소시켜주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리초가 이런 행동을 하면서 노는 장난감을 준비해주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리초의 습성에 가장 맞는 것은 작고 깃털도 달려있어 소동물로 상상하기 딱 좋은 고양이 장난감이었다. 그러데 너무 내구성이 약해 금방 쓸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내구성 있는 것을 찾다 배드민턴 셔틀콕을 사서 놀아주기도 했다. 무엇이든 '반려견 용도'라는 타이틀이 붙으면 가격이 올라간다. 강아지에게 충분히 안전한 사물이라면 다른 물건들도 갖고 놀게 유도할 수 있다.
이처럼 강아지가 어떤 장난감을 좋아하는지 잘 관찰해보고 그에 맞추어 장난감을 준비해주면 강아지가 더 행복하게 실내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장난감 제품들은 형태나 재질이 다양하지 못한데, 아마존 같은 곳에서 외국의 반려견 장난감도 찾아보면 뜻밖에 괜찮은 장난감을 여럿 발견할 수 있다.
리초에게 입양 다음날부터 지금까지 가장 많이 할 수 있게 해 준 놀이가 노즈워크이다. 사람은 대부분의 정보를 시각으로 얻는데 반해 강아지는 후각이 가장 많이 쓰이는 감각이다. 노즈워크는 후각을 집중적으로 쓸 수 있게 해주는 놀이로, 사료나 간식을 강아지가 냄새로 찾아먹게 해 준다.
후각은 척수를 통하지 않고 바로 뇌에 입력되는 감각이라 후각을 많이 쓰면 집중력이 올라가면서 강아지를 차분하게 만들고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노즈워크 놀이에 열중하고 있는 강아지를 관찰해보면 꼬리가 점점 아래로 내려가는데 뇌를 써서 집중하고 있으며 기분이 차분해지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음식은 강아지 사료나 간식을 숨기면 되는데, 트레이닝에 사용하는 간식과 노즈워크에 쓰는 간식은 구분하면 좋을 것 같다. 훈련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보상 간식이 희소성이 있어야 하므로 트레이닝 시간 외에는 먹이지 않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양은 강아지가 집중력을 일정 시간은 유지할 수 있도록 충분해야 한다.
궂은 날씨 때문에 이틀 정도 산책을 못한 때도 종종 있었는데 답답해하던 리초가 노즈워크 이후에 조금은 진정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노즈워크 놀이가 강아지의 심신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노즈워크 놀이를 위해 꼭 코 담요를 구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깨끗한 이면지 같은 종이를 길게 찢어서 사료나 간식을 숨겨두고 강아지가 냄새로 찾아 먹게 할 수 있다.
아니면 집 안에 있는 다양한 사물들을 영상처럼 깔아 두고 사료나 간식을 숨긴 후 강아지가 찾게 해도 된다. 이렇게 사물로 하는 노즈워크는 후각을 훨씬 더 많이 써야 하며 발이나 입으로 사물을 치워서 간식을 찾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행동 풍부화에도 좋다. 게다가 사람이 사용하는 물건들의 재질, 무게, 냄새 등을 강아지가 알게 만들 수 있어서 사물 사회화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난이도가 있는 편이라 너무 어리거나 노즈워크 경험이 적은 강아지는 어려워할 수 있어서, 강아지가 보호자를 바라보며 도움을 요청할 때 슬쩍 사물을 치워서 '여기 있네'라고 도와주면 된다.
리초는 빠르게 적응했던 편이라 난이도를 올리기 위해 무거운 사물 밑에 간식을 숨기거나, 간식 위에 플라스틱 통을 엎어두고 통을 치워야 간식을 먹을 수 있게 하기도 했다. 후각뿐만 아니라 여러 행동을 복합적으로 사용하도록 행동 풍부화를 해주었다.
매달 수 있는 페트병에 간식을 넣어두고 기울이면 조그맣게 뚫려 있는 구멍으로 간식이 조금 흘러나와 반려견이 먹을 수 있게 하는 장난감이 있다. TV 동물농장에서 간혹 소개되기도 하여 여러 제품들이 이미 시중에 나와있는데, 아주 간단한 기믹으로 동작하므로 이것을 돈 주고 사기에는 아까워 직접 제작했었다.
DIY로 만드는 방법은 정말 간단하다. 뚜껑이 있는 페트병 몸체에 줄을 마주 연결할 수 있게 구멍을 2개 뚫는다. 뚜껑에 가깝게 뚫어 무게 중심 때문에 가만히 두었을 때 항상 뚜껑이 위로 가도록 해준다. 뚜껑에도 구멍을 뚫는데 간식이 간신히 나올 정도의 크기면 된다. 간식이 나오기 어렵거나, 혹은 너무 잘 나와도 강아지의 도전 욕구가 없어지니 반응을 보고 결정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런 다음 영상처럼 줄을 꿰어 매달고 사료나 간식을 넣은 후 뚜껑을 닫고 강아지가 먹을 수 있게 해 주면 된다. 강아지가 줄이나 페트병에 먼저 관심을 가질 수 있어서 위에 소개한 사물 노즈워크 놀이에 사용해서 관심도를 낮추어 주는 것도 초기 적응에 도움이 될 것이다.
강아지가 처음에는 간식을 빼는 방법을 몰라 여러 시도를 해보다 보호자님을 바라보면서 어떻게 하는지 알려달라, 도와달라고 한다. 보호자가 간식통을 기울여 간식이 쏟아지는 것을 보여주고 가르쳐주면 강아지는 금세 노는 방법을 터득한다. 코로 밀거나 입으로 당겨보거나 앞발로 툭툭 치면서 간식을 빼먹으려 할 것이며 단조로운 실내 생활에 잠시나마 활력을 줄 것이다. 강아지가 나이가 많거나 호기심이 적은 성격이라면 귀찮아 할 수도 있다.
반려견 행동 전문가 분들은 실내에서 반려견의 행동 풍부화를 많이 강조하는데, 간식통 놀이는 후각뿐만 풍부한 행동도 함께 할 수 있는 놀이라 생각한다.
셰이핑은 '동작을 취하다'라는 뜻으로, 강아지가 특정 행동을 했을 때 간식을 내어주는 놀이 방법이다. 처음에는 강아지에게 놀이의 규칙을 알려주어야 한다. 놀이에 사용할 사물과 간식을 준비하고 강아지를 데려와 그 사물에 어떤 행동을 하면 간식을 얻게 되는지 알려주면 된다. 예를 들어 강아지가 '손'이라는 명령을 이미 이해하고 있다면 그 사물에 손을 대면서 '손'이라고 한 다음 강아지에게 간식을 준다. 그러면 점차 강아지는 장난감에 손을 올리면 먹을 것이 생긴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먹이 욕구에 따라 학습 시간이 달라질 수 있는데 식욕이 왕성한 강아지라면 대부분 10번 이내에 이해하지 않을까 싶다. 처음에는 강아지가 보호자의 의도를 몰라 자주 보호자를 바라보면서 '그냥 빨리 주세요', '뭔지 모르겠어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일 것이기 때문에 강아지와 커뮤니케이션도 많이 할 수 있다는 이점 또한 갖고 있는 놀이이다.
리초와 셰이핑 놀이를 할 때 가장 자주한 것은 누르면 '삑!' 소리 나는 장난감을 가져다 두고 리초가 장난감에 손을 올릴 때마다 간식을 주는 것이었다. 셰이핑은 추가적인 장난감을 꼭 구입해야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호자가 창의력을 잘 발휘하고 인내심 있게 가르친다면 이미 집에 있는 사물들로 강아지와 룰을 만들어 즐길 수 있다. 우리는 목욕하는 순간을 조금이라도 친숙하게 만들어 주려고 목욕 욕조에 리초가 발을 넣으면 간식을 주는 놀이도 자주 했다. 그러나 준비한 욕조에 비해 너무 폭풍 성장하는 바람에 놀이는 사실 의미가 없어져 버리긴 했다.
이 놀이는 한 손에 구길 수 있을만한 크기의 종이에 강아지가 좋아하는 간식이나 사료를 넣고 구긴 다음 강아지가 종이를 찢어 간식을 찾아 먹을 수 있게 하는 놀이이다. 종이 크기는 일반적으로 사무 용품에 많이 쓰이는 점착 메모지 정도 크기이면 된다. 점착제를 강아지가 먹어서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 당연히 점착 메모지를 쓰면 안 될 것이다.
강아지가 처음에는 놀이 방법이 익숙하지 않아 종이를 뜯어먹을 수도 있는데, 놀이 경험이 쌓이면서 종이는 뱉고 간식만 골라 먹게 된다. 종이는 변으로 배출되지만 그래도 걱정이 된다면 무엇이든 삼키려 드는 퍼피 시기보다는 성견에게 해주면 좋을 것 같다. 또 소형견은 이물질로 인한 역효과가 있을 수 있으니 역시 보호자의 주의가 필요하다.
강아지가 입을 대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품종이거나 너무 무료한 강아지는 집 안 사물을 씹거나 뜯어 망가뜨릴 때가 있는데, 이 종이 찢기 놀이는 집안 사물에 대한 관심을 줄일 수 있는 것이라 한다. 갖고 놀아봐야 먹을 것이 생기지 않는 것들에는 관심이 적어지고 보호자가 준비해주는 종이 찢기 놀이나 여타 간식이 있는 다른 놀이, 트레이닝에만 집중하게 된다고 한다.
리초는 어릴 때부터 장난감 외 다른 사물에는 관심이 적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었고, 그래서 행동 풍부화 측면에서 종이 찢기 놀이를 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리초가 어릴 때 택배 박스를 무서워했다. 집 안의 물건은 대부분 아는데 처음 보고 냄새도 다른 낯선 물체가 집 안으로 들어오니 경계하면서 도망 다녔다. 그래서 그런 것을 줄여주려 막 뜯은 택배 상자에 간식을 넣고 찾아 먹을 수 있게 해주기도 했다. 밖에서 들어오는 물건이 나쁜 것이 아니다, 너에게도 도움 되는 것이다 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다.
처음에는 무서워 근처도 오지 않았지만 조금씩 도와주니 스스로 택배 상자를 열어 간식을 꺼내먹기 시작했다. 이후 점차 바깥 물건을 경계하지 않게 되었고, 이제는 자기 것은 없냐면서 택배를 뜯을 때 현관에 나와보기도 한다. 혹시 강아지가 꺼려하는 물건이 있다면 그 물건 주위에 간식을 두어 인식을 바꾸어주면 좋을 것이다. 사물 사회화 놀이도 강아지가 잘 지낼 수 있게 도와주는 놀이이다.
강아지와 보호자가 교감을 나누는 방법은 같이 웃고 즐기는 이런 소소한 놀이들인데, 함께 사는 것에 익숙해질수록 강아지와 소소한 순간을 나누기보다 '여행 가기', '산책 나가기' 이런 큰 일에만 에너지를 집중하게 되는 것 같아 늘 미안한 마음이다. 리초가 성견이 되면서 먹이 관심이 떨어졌는데 (아마도 너무 잘 먹여온 것 같기도 하다) 이후 놀이를 덜 해주기도 했다. 더 시간을 내어주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