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이 오르면,배경조명이 칙칙하다. 블라디미르나 에스트라공 그 밖에 익숙한 출연자들은 보이지 않고, 흐린 조명아래 작업복 차림새의 누군지 알 수 없는 머시기가 객석 방향으로 등을 보인채 등받이 없는 플라스틱 의자에삐딱하게 앉아있다. 큼직한 서양 낫을 어께에 맨 집행관이 차분히 등장해 머시기 앞에다가 선다.
집행관: (비아냥 거리듯) 오늘당장 죽어도 좋은가?
머시기: (차분하게) 여한이 없다...
집행관: 그렇다면 내일은 어떤가?
머시기: 상관없이 행복하다.
집행관: 집행일자를 모레로 하면 어떤가?
머시기: (귀찮아하며) 변함없다. 그래도 행복하다.
집행관: 어제였으면 어땠을까?
머시기: (핏대를 올리며) 이자식아! 말장난좀 그만해라! 너 같은 무식쟁이에게 자세히 일러 줄 수는 없겠지만, 아마 어제 갔어도 충분히 행복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