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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라는 올가미에 대하여

딜레마에 빠진 쥐들의 반상회

by 하이경

경제는 나보다 더 바보 같은 사람이 있어야만 원만히 굴러간다는 허튼소리가 있다. 이 말의 뜻은 시장이 굴러가려면 항상 누군가는 비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는 의미인즉슨, 누군가는 비싸게 사고, 누군가는 싸게 팔아야만 경제가 돌아간다는 익살스러운 논리다. 예를 들어, 24시간 우상향 차트에 목을 맨 누군가는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주식을 사줘야만 기존 보유자가 차익 실현을 할 수 있고, 수요와 공급의 질서를 좌시하고 부화뇌동하여 땅이나 집을 비싸게 사주는 사람이 있어야만 부동산 가격이 유지되거나 오를 수 있다. 그래서 흥망의 경제란 합리적 판단을 하는 사람들만으로 구성되지 않고, 감정기복과 기대심리, 정보 비대칭 같은 요소가 작용과 반작용으로 적절히 균형으로 대립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는 소위 세계화라는 엉터리 질서의 명제도 바보 이론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세계화(Globalization)는 국가 간의 경제, 문화, 정치, 기술 등이 상호 연결되고 통합되는 과정으로, 20세기 후반부터 가속화되었고, 특히 인터넷과 IT기술의 발전 덕분에 더욱 강하게 진행되고 있다. 세계화의 주요 특징으로는 경제적 통합으로 자유무역의 확대, 다국적 기업 성장, 글로벌 공급망 형성과 더불어 문화적 교류의 예로는 K-POP, 공장제작 방식의 할리우드 영화 같은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글로벌한 다각화, 정크푸드로 일컫는 패스트푸드 따위처럼 다양한 문화가 국경을 넘어 확산되는 현상이다.

정치적 협력으로는 국제기구(UN, WTO, WHO) 등을 통한 협력이 강화되고, 인터넷이나, SNS, AI 같은 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화의 장점으로는 경제 성장, 기술 발전, 다양한 문화 경험, 국제 협력 등의 플러스적 요소가 있는 반면, 경제적 불평등 심화, 지역 문화 소멸, 글로벌 위기(전염병, 금융위기) 확산과 같은 어두운 측면도 존재한다.


어찌 보면 우리 한국은 세계화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혀 수출 중심 경제, K-컬처 및 K-푸드의 확산, 글로벌 IT 기업의 대폭적인 성장 덕분에 세계적인 영향력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세계화가 단순히 경제나 문화의 교류뿐만 아니라, 정치·사회적인 구조까지 확장되면서 엘리트 중심의 파시즘이 세계적으로 퍼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런 논의는 주로 기업·정치 엘리트들이 글로벌 시스템을 이용해 권력을 독점하고, 대중을 통제한다는 관점에서 나온다.

대표적 문제로는 초국적 기업과 권력 집중의 문제로, 거대 기업들이 국가보다 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정부보다 더 큰 권한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이는 (구글 이나 메타, 아마존, 테슬라 등과 같은) 거대 빅테크 기업이나, 조지 소로스가 운용하는 헤지 펀드같은 특정한 금융 자본이 세계의 경제상황을 좌지우지 하는 구조가 대표적이다.

이는 자원과 현금 유동성이 취약한 국가의 국민 주권이 약화되어 국제기구(WTO, IMF, WHO 등)와 다국적 기업들이 정책을 좌지우지하면서, 개별 국가의 민주적 결정권이 위축되는 직접적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감시가 사회화되어 디지털 기술과 AI를 활용한 감시, 빅데이터 활용 등이 강화되면서, 개인의 자유와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위험이 커진다는 문제도 있다. 뿐만 아니라, 대중의 통제와 여론 조작이 극단화되어 미디어 독점과 알고리즘의 편향 조작을 통해 특정한 가치관이나 이데올로기를 조작하여 강화하고, 반대 의견을 억누르는 현상으로 파급되기도 한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이러한 비대칭의 흐름이 글로벌 파시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것은 기존의 군사적·폭력적인 파시즘과는 다르게, 현대의 파시즘은 경제적·디지털화 된 방식으로 대중을 조용히 통제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민주적인 감시, 정보의 투명성, 그리고 대중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처럼 세계화는 경제, 환경,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암울한 측면이 지배적이다.


기왕에 세계화 현상은 피할 수 없기에 선진국과 후진국 간의 경제적 격차가 심화될 수 있음이 물론이고, 지역의 가내수공업과 같이 글로벌 경쟁력이 없는 영세 기업이라면 리그 영역에서 퇴출되어 실업이 증가할 수 있으므로, 경제적 약자의 삶이 가차없이 파괴될 수도 있다. 또 세계화 현상은 환경적, 문화적 영향이 지대하여 국가 간의 무역이 활발해질수록 탄소 배출이 증가하여 재생불능 자원의 남용이 심해질 수 있다.

세계화는 전통문화와 기존의 공동체가 파괴될 수 있다는 어두운 측면에서 다국적기업의 막강한 횡포와 시장 논리에 의하여 전통의 가치가 희생될 수 있기에 서로 문화적 충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심히 우려스럽다.

코트디부아르 코코아 재배농 사진=포춘US

우리가 즐겨 먹는 달콤한 초콜릿 한개에도 얼마나 많은 피와 땀과 눈물이 얼룩져 있는지 무심한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이러한 불공정한 세계화의 부정적인 영향을 해결하기 위해서 국가 간 빈부격차를 완화 해야할 필요가 있기에, 지구촌의 분배 정의를 실현해야 하고, 개발도상국의 제품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가 돌아가도록 하는 공정무역을 실시함이 마땅하다. 세계화의 어두운 문제점을 보완하려면, 상대적 약자보호를 우선시하는 새로운 다자외교 어젠다를 개발해야 함이 타당하다.


그러나 승자독식인 강자의 논리가 팽배한 지구촌의 세계화 게임 환경에서, 어느 누가 감히 약자 보호의 어젠다를 외칠 것인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쥐들의 반상회에 불과할지도 모르는 요원한 노릇은 아닐까? 제 아무리 확실한 문제 해결 방안이나 신박한 제안이라도 실행할 방법이 없다면 전혀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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