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사기인가?(2)

비즈니스적 관점으로 투사한 전쟁의 모습

by 하이경

전쟁을 '국가 간의 자존심 대결'로만 보면 반쪽짜리 이해일뿐이다. 근대 이후의 전쟁은 거대한 '자본의 비즈니스'이자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투자처였다. 투자은행이나 거대 기업들이 전쟁에 끼어드는 이유는 단순히 '무기를 팔아서'만은 아니다. 그보다 훨씬 더 거대한 금융의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전쟁은 자원의 소모가 엄청나므로 국가의 세금만으로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전쟁 채권(War Bonds)이다.

투자은행들은 국가가 발행한 채권을 시장에 유통하고 수수료를 챙기는데, 은행 입장에서 보자면 과연 이 전쟁을 누가 이길 것인가에 대한 거대한 베팅판이다. 승리할 국가의 채권을 들고 있으면 나중에 이자까지 쳐서 엄청난 수익을 올리지만, 반대로 패배하면 전쟁 채권은 휴지조각이 되기도 한다. 전쟁은 '국채'라는 거대 시장을 창출한다. 근대 전쟁에서 금융 자본은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기업 입장에서 전쟁은 수요가 폭발하는 특수 상황이며, 파괴된 도시를 재건할 때(건설), 군대를 먹일 때(식품), 부상자를 치료할 때(제약) 모두 기업의 손을 거쳐야 한다. 더구나 전쟁 중에도 은행 이자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 은행 이자가 공포스러운 점은, 마치 공기의 존재처럼 공휴일과 국경일에도 버젓이 작동한다는 점이다.

전쟁이 끝나면 승전국은 패전국의 자원을 재분배한다. 석유, 광물, 통신망 같은 핵심 기반 시설을 누가 운영할 것인가? 이때 골드만삭스 같은 투자은행들이 M&A(인수합병)나 차관 제공을 통해 그 이권의 중심에 들어간다. 즉, 전쟁은 기존 시장의 판을 엎고 새로운 독점권을 따낼 기회인 셈이다. 군부와 산업체의 결탁에 더하여 이제는 금융이 한 축을 담당하고, 민간군사기업(PMC) 블랙워터 같은 기업들이 직접 총을 들고 싸운다. 이들은 엄연히 주식회사이며, 투자자들의 수익을 위해 전장을 움직인다. 기업들은 전쟁이 지속되거나 군비 증강이 이루어지도록 정치권에 막대한 로비를 하기도 하는데, 전쟁이 곧 주가 상승곡선으로 연계되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현대의 전쟁은 군사-산업-금융의 복합체이며, 요약하자면 이렇다.

"정치는 명분을 만들고, 군인은 피를 흘리지만, 기업과 금융은 그 피가 흐르는 통로(자본)를 설계하고, 통행료를 받는다."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근대 이후의 전쟁은 애국심이라는 감정의 껍데기로 포장된 사기극의 속성을 띠고 있다. 이 사기극이 성립되는 핵심 원리는 '비용의 사회화'와 '이익의 사유화'라는 아주 불공평한 교환 법칙에 있다는 점이다. 전쟁이 '완벽한 사기'의 개연성을 지닌 이유 몇 가지를 추론해 보자.


전쟁은 "공포"를 팔아 "확정 수익"을 챙긴다.

사기꾼들이 흔히 쓰는 수법은 공포를 조성하는 것이다. 그 수법은 교묘하여, 군사-산업 복합체를 형성하고, 로비와 미디어를 통해 위협을 과장한다. '저 나라가 무기를 사니 우리도 사야 한다'는 기막힌 구조적 공포 논리인데, 그 결과 국민은 불안감에 세금을 내고, 국가는 그 돈으로 방산기업의 매출 장부를 채워준다. 제품이 실제 전쟁에서 쓰이든 창고에서 썩든, 기업은 이미 선불로 확정된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전쟁은 "파괴"를 통해 "수요"를 창출한다

일반적인 시장논리에서는 소비자가 원할 때 물건을 사지만, 전쟁은 소비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수요를 '강제'로 만든다. 수십 년간 힘들여 쌓아 온 도로, 항만, 교량, 건축물 등의 사회적 인프라 스트럭쳐를 순식간에 파괴한다. 파괴는 곧 '강제적 재건 시장'의 개막을 의미한다. 블랙록이나 골드만삭스 같은 금융 자본은 파괴된 폐허의 땅에 돈을 빌려주고(이자 수익), 건설사는 그 돈으로 다시 건물을 짓는다(공사 수익)


전쟁은 "정보"를 독점하여 "양방향 베팅"을 한다

이것이 가장 질 나쁜 사기적 설계 요소인데, 이 수법으로 전쟁의 전개 양상을 결정하는 고위 정치인들과 금융가는 사실상 한 몸인 경우가 많다. 전쟁이 길어질 것 같으면 원자재와 방산(무기) 주식에 베팅하고, 끝날 것 같으면 재건주와 국채에 베팅을 한다. 따라서 그들은 어떤 시나리오에서도 돈을 잃지 않는 장치를 마련해 둔다. 반면, 아무런 정보가 없는 불특정 서민들은 물가 폭등과 자산 가치 하락을 온몸으로 맞아야 한다.


전쟁 비즈니스의 사기적 순환 고리는 로비에 있다. 즉, 기업이 정치인에게 자금을 지원하여 긴장을 조성하고, 세금으로 무기를 사며 실제 파괴가 일어나면 전쟁 비용을 위해 국가가 은행에서 돈을 빌리니 국민은 대물림되는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전쟁이 마무리되면 재건이라는 숙제가 기다리는데, 파괴된 곳에 기업들이 다시 들어가 수익을 낸다. 그렇다면 이 사기극의 가장 큰 피해자는 누구인가? 아이러니하게도 전쟁터에서 싸우는 '병정개미(군인)'와 서럽게 세금을 내는 '일개미(시민)'이다. 군인은 '명예'라는 가상의 보상을 받고 목숨을 걸지만, 정작 그 목숨값으로 환산된 거대한 자본과 잉여의 이익은 후방의 안전한 사무실에 앉아 있는 이들의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간다.

"전쟁은 도둑질이다(War is a Racket)" 이 말은 1930년대 미국의 전설적인 해병대 장군 '스메들리 버틀러'가 남긴 말이다. 그는 수많은 전쟁을 치른 뒤에야 자신이 "자본가들을 위해 길을 닦아주는 고위급 건달에 불과했다"라고 참회의 고백을 했다. 이러한 '사기극'을 멈추려면 결국 전쟁보다 평화가 더 큰돈이 되는 구조를 만들어 내야 하는데, 자본의 생성 원리상 그것이 참 어렵다는 게 인류사적 비극이다.

전쟁이라는 '거대한 사기극' 혹은 '비즈니스'를 가장 완벽하게 설계하고 실행한 인물을 꼽으라면, 현대 금융의 시조이자 전쟁경제의 막후 실력자인 나단 로스차일드(Nathan Mayer Rothschild)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19세기 나폴레옹 전쟁을 통해 "정보가 곧 돈이며, 국가의 운명은 전장이 아닌 은행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증명했다. 로스차일드가 설계한 '워털루 작전' 사건은 금융 역사상 가장 유명한 '전쟁 사기극'이자 전설적인 정보전으로 기록되어 있다.

역사적 배경으로, 나폴레옹의 프랑스군과 웰링턴의 영국군이 워털루에서 운명의 한 판을 벌였는데, 영국이 지면 영국의 국채는 휴지조각이 되고, 이기면 폭등할 상황이었다. 기록에 근거하면, 로스차일드는 국가의 공식 전령보다 빠른 자신만의 비밀 정보망(전용선)을 구축해 두었기에, 그는 전장 현장에서 영국의 승리 소식을 누구보다 먼저 접하게 된다. 런던 증권거래소에 나타난 그는 슬픈 표정으로 자신이 보유한 영국 국채를 투매하기 시작한다. 시장은 "영국이 졌다!"라고 판단해 패닉에 빠졌고, 국채 가격은 바닥까지 추락했다. 국채가 바닥을 친 순간, 그는 대리인들을 통해 헐값이 된 국채를 몽땅 쓸어 담았다. 다음 날 영국의 승전보가 공식문서로 도착하자 국채 가격은 하늘을 찔렀고, 그는 단 하루 만에 천문학적인 부를 거머쥐며 영국의 국방 예산보다 많은 자산을 소유하게 된다. 시장교란 사기수법 치고는 너무나 정교해서 일반인은 가히 짐작도 못하는 수준이다. 로스차일드가 왜 '사기극의 천재'인지 그의 행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국가의 채무자가 아닌 '채권자'가 되다

그는 단순히 돈을 버는 데 그치지 않고, 전쟁 비용을 빌려줌으로써 대영제국의 실질적인 주인이 되었다. "한 나라의 화폐 발행권을 장악하면, 누가 법을 만드는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가문의 철학을 완성한 것이다.


적군과 아군 모두에게 이자를 받는다

로스차일드 가문은 형제들을 유럽 각지(런던, 파리, 프랑크푸르트 등)에 배치해, 나폴레옹과 영국 양측에 전쟁 자금을 조달했다. 누가 이기든 로스차일드는 이자를 받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전쟁의 승패는 그들에게 리스크가 아니라 '수익의 변동성'일 뿐이었다.


전쟁을 완전히 '금융 상품화'하다

전쟁을 국가 간의 혈투가 아니라, '국채'라는 금융 상품의 변동성을 키우는 재료로 활용했다. 그는 전쟁이 길어질수록 국가가 자신에게 더 의존하게 된다는 사실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그가 남긴 유산은 현대판 '전쟁 비즈니스'의 원형이 되었다. 나단 로스차일드가 만든 이 모델은 현대의 투자은행(IB)들이 전쟁을 대하는 방식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지금도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은 비극적 인명 피해와 별개로, 자본의 세계에서는'거대한 부의 재편'을 생성시켰다. 2026년 3월 현재 시점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자료에 근거하면, 전쟁의 결말과 상관없이 이미 '돈'을 챙긴 승자들은 명확히 갈린다. 누가 이 거대한 사기극 비즈니스에서 가장 많은 이득을 취했는지 순위별로 짚어보자.


미국의 방산 복합체

가장 직접적이고 거대한 수혜자로 록히드 마틴, RTX(구 레이시언), 노스롭 그루먼 같은 기업들이 주인공들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보낸 무기들은 대부분이 구형 재고였다. 미 의회는 이를 보충하기 위해 방산 기업에 최신형 무기 발주를 쏟아부었고, 사실상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의 약 70%가 우크라이나가 아닌 미국 내 공장과 기업으로 흘러 들어갔다. 여기에는 이른바 쇼케이스 효과도 있는데, 전장에서 성능이 검증된 무기(하이마스, 재블린 등)는 전 세계적인 '주문폭주'를 일으킨다. 폴란드,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앞다투어 미국 무기를 사들이며 이들의 수주 잔고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를테면, 재고떨이 바겐세일과 신상 특별판매를 일괄처리한 것과 다름없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 골드만삭스 등)

전쟁이 끝나기도 전에 이들은 이미 다음 먹거리인 재건 펀드를 선점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과 JP모건 등은 우크라이나 정부와 협력하여 '우크라이나 개발 기금'을 설계했다. 재건 비용은 최소 5,000억 달러(약 670조 원) 이상으로 추산되니, 이 거대한 자금을 굴리는 수수료는 물론, 재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주요 국영 기업이나 자원(리튬, 가스 등)에 대한 우선권을 확보하고 있다.


에너지 및 원자재 거물들

전쟁은 에너지 판도를 완전히 바꿨다. 러시아산 파이프라인 가스(PNG)가 끊긴 유럽은 비싼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를 살 수밖에 없게 되었으니, 미국은 세계 최대 LNG 수출국으로 등극하며 에너지 패권을 공고히 했다. 역설적으로 러시아 내부에서도 전쟁 수혜자가 있는데, 국유화된 서방 기업들의 자산을 헐값에 인수한 러시아 내 친정부 기업인들은 자산 규모를 엄청나게 불렸다.


중국 (전략적 중간 상인)

우크라이나 전쟁에 중국은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고도 경제적 영토를 넓혔다. 서방의 제재로 고립된 러시아 경제를 중국의 위안화와 공산품이 완전히 장악했다. 러시아는 이제 중국의 거대한 원자재 공급처이자 시장으로 전락했고, 중국은 이를 통해 에너지 안보와 금융 영향력을 동시에 챙겼다.


그렇다면, 우리의 방산 비즈니스는 지금 어떠한 상황인가? 오십 보 백보의 차원이니 질문의 저의가 의심스럽지 아니한가? 인간의 도덕적 판단이란 늘 미묘하고 모순적이며 또 복합적인가? 아니다,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지는 괴리적(乖離的) 선택이라는 표현이 적당하다. 나 역시 인간이기에 어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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