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이경 Nov 12. 2023

말한 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마법의 주문과 신의 주사위 놀음

  아브라카다브라(영어: Abracadabra)는 오래전 페니키아계 팔레스타인과 유태계 마법사들이 사용해 온 흔한 주문으로, 우리말 수리수리마수리와 동질이다. Abracadabra가 아람어로 '내가 말한 대로 이루어질 것이다'라는 뜻인 반면, 수리수리마수리는 불경인 천수경의 도입부이자 산스크리트어로 이 뜻은 '모든 것이 원만히 성취되리라'하는 심대한 의미가 있다. 아람어와 산스크리트어는 역사적이나 지리적으로도 유사성이 없을뿐더러 더구나 발음차이도 현격하여 거의 공통점이 없다. 그럼에도 그 뜻은 거의 유사하다. 

  이것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과학적으로 이 세상에 필연이란 없으며, 모든 사건들은 전부가 우연의 그림자에 옹크린 채 숨어있필연이라는 속임수의 결과이다. 인과론 역시 시적 우연에 기인할 뿐이며, 필연이라는 의미 자체가 인과론을 부정하는 단초가 된다.


  한 때 사린의 추억(?)을 지닌 일본의 옴진리교라는 사이비 종교가 있었는데, 그들의 교리에서 ''불멸의 진리라는 뜻으로 통한다.(참고로, '사린'은 극소량으로 사망에 이르거나 인체에 치명상을 유발하는 맹독성 화학물질이다. 최초로는 독일에서 합성되었고, 현재는 약소국이나 강대국을 막론하고 각국에서 화학무기로 개발되어 비밀리에 보유 중이다.)

  뿐만 아니라, 풍수상 양기와 음기성하여 도를 닦기에 최적이라며 무속인들이 영산으로 취급하는 계룡산 골짜기의 신선놀음 가부좌 문화에도 도를 구할 때면, 오우~음 어쩌고라며 한숨을 섞어 읊조리는 아브라카다브라틱한 주문이 다.

  본래 옴(Oṃ 또는 Auṃ)은 두이즘 계열 토속 종교에서 신성시되는 진언이자 주문으로 알려진 바, 단순해 보여도 신비로운 해석이 많고 우주의 언어나 신의 이름 따위로 신성시되기도 한다. '옴'에 관한 여러 가지 검증되지 아니한 해석은 소아시아 밀교를 비롯한 여타 종교계에 난무하지만, 그중에 힌두교 사상인 생성, 유지, 소멸의 3단계 무한회륜 우주의 원리를 소리로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이 그나마 이유 있는 설득력을 지닌다.

  근거는 확실치 않으나 우파니샤드 철학자들의 저서에도 종종 등장하고 있으며, 이후 대승불교 및 자이나교 등에서도 이를 차용하여 좌선수행 시 외우는 주문으로 사용했다. 실행하는 방법은 단순히 옴 한 음절만 길게 소리를 내기도 하고, 옴.마.니.밧.메.훔 같이 불경의 원전 소리 내어 읇조리듯 반복하기도 한다. 실제로 절간의 스님들이 참선을 수행하는 경우 옴 한 음절만 호흡에 섞어 오우~음 하며 반복하여 토해내기도 한다.

  그밖에는 요가를 수행하는 초심자가 가장 먼저 배우는 내용 중에 호흡 조절용으로 옴이 들어간다.  소리의 복창으로 신체가 건강해지는지 어떨지는 모를 일이지만, 최소한 신경안정에 도움 되는 영혼의 울림소리라고 하니, 열심히 옴을 따라 한들 별 손해는 없다.(밀집된 공동주택에서 이런 저주파의 오우~음 소리를 시도 때도 없이 크게 뱉어내면, 민폐로 취급되어 민원이 유발되니 조심하자!)


  이상, 위에 서술한 여러 가지 마법의 주문들을 죄다 합쳐 아인슈타인의 통일장이론(?)처럼 일반화하고, 하여 포뮬러(Fomula)를 세우면 다음과 같다.

  범우주최강의 마법주문=(아브라카다브라+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옴마니밧메훔)-(마니밧메훔) 그런데, 여기에서 마니밧메훔을 뺏느냐? 불분명하지만 이유가 있다. 수리수리 어쩌고는 불경이고 옴마니밧메훔 불경이니, 형평상 하나는 감해야 한다는 사견을 담았다. 따라서, 옴마니밧메훔을 축약하고 홀소리 옴으로 하되, 오우~음으로  길게 잡아 빼주고 주문을 정비하면, 아.브.라.카.다.브.라.수.리.수.리.마.하.수.리.수.수.리.사.바.하.오.우.음. 이니 비로소 24음절로 완성되었다. 이 주문을 우리말로 해석하자면, 죄악은 소멸되고 공덕이 생기니, 내가 말한 대로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며, 또한 모든 것이 성취되리라.

  이 주문에는 종교적 색채나 저의전혀없다. 분석하자면 첫 소절은 아람어 주문일뿐 무슨 기도문이 아니고, 둘째 소절과 마지막 소절은 불경에서 차용하고 있지만, 불교는 본래 신의 존재를 부정하며 스스로 해탈을 이루고자 하는 자기 도량의 성불을 행하는 수련이므로 엄격하게는 신을 추앙하는 종교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 이제 일반화로 다듬어진 우주최강이자 끝판왕인 통일장 주문이 완성되었으니, 우리 민요 육자배기 가락 율조에 실어서 이 주문을 반복하여 읊어보자..! 


아브라카다브라수리수리마하수리수수리사바하오우음(숨들이쉬고)아브라카다브라수리수리마하수리수수리사바하오우음.(계속 반복하여 암송하되, 진심으로 선량한 소원을 실어서 주문을 하도록 하자!)


  허튼 기대와 달리 여하튼 무슨 일인지는 반드시 벌어질 것이다. 믿을  없을망정 해보면 알게 된다. 이것은 전적으로 미신이 아니며, 이 현상을 굳이 과학적으로 설명하자면, 자기최면활성현상 (Self hypnosis phenomenon)으로   있다. 지금에야 엉터리 미신이라며 깔깔 고 말겠지만, 과학철학이 정립되지 않았고, 의료시설마저 열악하던 고대나 중세에는 이런 자기최면의 단순한 주문만으로 놀랍게도 수많은 사람들을 치료해 온 불가지론의 역사적 근거가 있다.

  , 미친 짓도 해보지 않고서는 기만인지 사실인지 알 수 없는 일이일단은 실행을 해보고 판단해야 할 일이다. 장난 삼아 미친 척 한번 해본들 절대로 손해는 없으니 안심해도 무방하지만, 효험을 기대하려면 장난질은 삼가하는 게 바람직하다. 세상사 모든 사건은 여하튼 정성이 기반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상한 헛소리를 글쓰기 플랫폼인 브런치에 살포하여 혹세무민을 한 대가로 혹여, 벌건 대낮에 날벼락을 맞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걸 내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한 때, 에너지 보존의 법칙과 신의 주사위 놀음이라는 양자역학을 심하게 오도했던 멍청이들이, 뉴턴이 호흡한 숨결의 입자와 그의 기를 받겠노라며 추수감사절 때를 맞추어 영국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안치된 뉴턴의 묘지를 때거지로 순례한 웃지 못할 사건이 있다. 멍청이라는 오해의 소지가 있건 말건 이들 전부가 최고학력을 지닌 지식인이자 나름 명성을 지닌 학자였다.

  환장할 노릇은 그뿐만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사린의 추억(?)인 동경지하철 사린 테러사건을 감행한 옴진리교 테러범들 중에는, 유난히 이학이나 공학계열 전공자 엘리트가 많았다. 와세다대 이공학부 응용물리 전공, 도카이대 공학부 물리학전공, 도쿄대학 이학부 생물학전공 등의 쟁쟁한 명문대 출신들이었다. 사이비 종교인 옴진리교 골수 신봉자들 중에는 법조계 출신의 엘리트와 의사는 물론이고 정치인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런 현상 비단 사이비의 문제만은 아니다. 종교란 인간의 뇌를 먹고 다는 속설마냥, 얼빠진 엘리트가 다수라는 사실은 새삼스럽지 아니한 사실이다.

  마법은 마법이고, 미신은 미신이며 과학은 과학이다. 미신을 과학으로 둔갑시키거나, 사이비를 과학에 준용하는 행위는 미친 짓 중에서도 최상위의 미친 짓이다. 그리하여 적어도 3류 과학기술자를 자처하고 있는 내가 차라리 제대로 미쳐서 길바닥을 헤메일 망정, 미필적고의에 의한 고도의 미친 짓을 하지는 않았으니 안심해도 될 일이다. 따라서 무엇을 말하건 말한 대로 이루어질 것이다는 마법도, 미신도 아닌 과학적 견해가 분명하다.


  벼락도 일종의 자연과학적 에너지 변환의 현상에 불과할 뿐, 인류의 유구한 역사 이래 짧게는 수천 년, 길게는 수만 동안 답습해 온 마법의 주문통편집해서 재살포를 했다고 하여 함부로 벼락을 때리진 않는다. 콰강! 우욱... 크하하.

작가의 이전글 최후의 진리는 허수로 수렴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