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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빛창가 May 12. 2022

누구에게나 호랑이가 있다

나에게 편안함을 주는 존재

호랑, 멋지니(우리 아이들의 호랑이 인형)가 우리 집에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캠핑을 가거나 여행을 갈때도 항상 함께했다.(베트남도 갔다 온 녀석들이다)  

학교 갈 때 빼고는 늘 함께다...

심지어 여행을 가다가 빼놓고 온 것을 알고 다시 길을 되돌아와 챙겨간 적이 몇 번 있다ㅠ


도대체  인형을 왜 그렇게 좋아하냐고 물어도 딱히 시원한 대답이 없다.

그냥 좋단다...

옆에서 보기엔 뭔가 안정감을 주는 것 같다.

엄마 아빠의 사랑이 부족하다고 느끼나 싶어 걱정이 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인 것 같다.


호랑, 멋지니를 지그시 바라보며 나에게도 저런 존재가 있나 생각해 보았다.

있었다..

그건 바로 한국형 마론인형 미미!!

(미미는 한국인처럼 생겼다)


옷도 몇 벌 없었는데 입혔다 벗겼다 하고 

빨간색 사인펜으로 빛바랜 입술을 칠해주었다.

(글로 쓰다 보니 점점 기억이 난다...)

나도 미미를 항상 데리고 다녔던 것 같다.

미미는 내 친구였다.

자기  보고 싶다...ㅠ

음... 우리 아이들도 그런 느낌이겠구나...

이제 좀 이해가 된다.

나에게 호랑이는 미미였다.


추억의 미미.. 보고싶다 ~ [출처:미미월드카페]


누구나 어린 시절 자신만의 호랑이가 있다.

찢어진 토끼 인형, 낡고 낡은 이불, 얼룩진 작은 베개, 팔 하나 빠진 로봇...

엄마가 버리라 해도 절대 버릴 수 없었던

소중한 존재들 말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어른이 되니 이렇게 다양했던 그 존재들은 사라지고 오직 하나로 통일되는 것 같다.

바로 휴대폰이다...

화장실 갈 때는 필수품이고, 혼자 있을 때나...

심지어 tv를 보고 있을 때도 손에 쥐고 있다.

회사를 그만두고나서부터는 전화 올 곳도 많지 않은데 왜 그렇게 폰이 없으면 불안한지...

가끔은 양치할 폰을 들고 들어가기도 한다.

낯선 사람을 만나거나  불편한 상황에서는 특히 휴대폰을 만지작 거린다.

(이렇게 적고 보니 좀 상태가 심한 것 같지만 맘이 편해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ㅠ)


그러나...

이제 좀 반성해야겠다...

그리고 다시 찾아야겠다!

그 옛날 나에게 안정감을 주었던 미미처럼 , 우리 아이들의 호랑이처럼 그런 무언가를...


당신의 호랑이는 무엇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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