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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빛창가 Sep 21. 2022

오늘 하루 임시 집사입니다

여행 간 언니 대신 고양이 조카 돌보기

언니가 오랜만에 여행을 떠났다.

거의 쉬는 날도 없이 일하다 오래간만에 짬을 내어 가는 터라 나에게 복돌이, 황금이를 급하게 부탁했다.  나도 돌볼 아이들이 둘이나 있긴 하지만 다행히 아이들이 고양이 사촌들을 좋아해서 부랴부랴 언니네 집으로 갔다.


도어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자 반가운 얼굴을 하고 문 앞에 나와있던 복돌이와 황금이...

복돌이는 이내 메인 집사가 아님을 알고는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다행히 접대 냥인 황금이만 끝까지 남아 우리를 반겨주었다.


임시집사보고 실망한 복돌이


집안은 생각보다 깨끗했다.

예전에 강아지를 키울 때는 하루 집에 남겨두고 여행을 갔다 오면 온갖 심술을 부렸었는데...

(쓰레기봉투 헤쳐놓기, xx테러 등등...)

고양이는 역시 성격이 깔끔한 것 같다.


아이들은 사촌들의 환심을 사려고 낚싯대로 이리저리 장난도 쳐보고 공도 굴려봤지만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영 관심이 없었다. 고양이들 물을 새로 갈아주고 다 드신 그릇에 사료도 채워 놓았다.

군데군데 사료 먹고 토한 흔적이 있어 깨끗이 닦아 주었다.


소파 옆에 보니 물티슈가 잔뜩 있었다.

물티슈를 보니 아이들 어릴 때 생각이 났다.

이리저리 토하고 음식도 흘리고 묻히고 하는 통에 물티슈는 필수였다.

언니는 아이를 길러보지 않았으니 그런 경험은 못했겠지만 고양이를 돌보며 비슷한 경험을 하는 것 같다.

고양이 엄마도 엄마는 엄마니까...


들어온 지 30분쯤 지나니 복돌이가 나온다.

한참 나를 째려보더니 갑자기 한쪽 캐비닛 앞에 서서 야옹거린다.

왠지 가서 해결해줘야 할 것 같은 무언의 압박이 느껴졌다.

캐비닛을 열어보니 복돌이 최애 간식 쭈르가 있었다.


내가 쭈르를 들어 올려 이거 줄까?

하고 물었더니 맞다는 듯이 야옹 거린다.

(뭐지... 고양이하고 대화가 된다....)

하나 뜯어서 주니 또 달라고 한다...3개째 주고는 더 달라고 해서 언니와 영상통화를 했다.

내 애도 아니고 배탈 날까 봐 걱정되어 허락을 구하기 위함이었다.


영상통화를 하고 엄마가 화면에 나오자 복돌이가 불쌍하게 야옹거렸다.

"야옹... 야야 옹... 야오... 옹..."
엄마 어디야 빨리 와 집에 이상한 사람들 와있어... 이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언니의 얼굴을 보고 안심이 되었는지 더 이상 쭈르를 달라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밖에 나와 우리 곁에 머물러 주었다.


방에 안 들어가고 내 옆에 앉자 나도 모르게 굉장히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곁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인님... 이런 느낌?)

도대체 고양이의 무엇이 사람을 이렇게 집사처럼 만드는 것일까?

정말 미스터리 하다.

그러나 비록 오늘 하루짜리 임시 집사였지만 고양이 집사는 억지로 시켜서 하는 게 아닌 기쁘게 그리고 자발적으로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야말로 고양이들의 묘한 매력에 빠진 하루 였다.


P.S: 복돌, 황금님... 앞으로 종종 불러주십시오.


** 감사하게도 다음 메인에 올랐네요. 앞으로도 복돌 조카이야기 기대해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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