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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빛창가 Jul 13. 2022

고양이가 말을 한다

니가 진짜 원하는 게 뭐니?

내 조카 복돌이는 수다쟁이다.

가만히 들어보면 울음소리가 약간씩 다르다.


"야옹 ~"

"야아아옹~"

"우애~옹~"


나같이 평범한 사람은 약간씩 다르다는 것만 알 수 있는데 고양이 집사들은 귀신같이 알아듣고 불편사항을 척척 처리해준다.

야옹 한마디에 모래 갈아주고, 또 야옹 한마디에 쭈르(고양이 간식)를 대령한다.

키가 190이 넘는 부가 쪼그리고 앉아 간식을 주는 모습이 참 어색하면서도 한편으론 흐뭇하다.


복돌이는 내가 아직 어색한지 가끔 언니네 집에 가면 처음엔 숨는다. 그러다 내가 관심 없는 척하면 한 단계씩 범위를 좁혀가며 내게 다가온다. 그럴 때 눈을 깜빡이고 코에 손가락을 가만히 대면(고양이 이모로써 고양이에 대한 많은 지식이 생김) 복돌이도 눈을 깜빡이며 내 냄새를 기억한다.

이럴때 보면 고양이는 엄청 우아한 동물 같다.

나를 만나고 싶으면 매너와 격식을 차리라는 것 같다.


집사 초보때 언니와 형부는 고양이 번역기라는 것을 샀다고 했다.

처음엔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세상에나 그런 게 있어?"

"너무 답답해가지고,,, 하루 종일 야옹 대는데 뭘 원하는지 모르겠더라고. 속는 셈 치고 한번 사봤어.."


그 후 언니는 복돌이가 이런 말 했다고 가끔씩 톡을 보내왔다. 주로 뭐 해달라는 말이었다. 그중에 하나 가장 기억 남는 말은  사랑해달라는 말이었던 거 같다. 그 말을 듣고 나니 눈물이 핑돌았다. 이 세상 모든 존재는 사랑받고 싶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와 형부가 하루 종일 밖에 나갔다 오면 복돌이는 혼자 쓸쓸히 있다가...

딱 올시간이 되면 흥분하며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언제부터 그 자리에 앉아 있었을까...  


 "보고 싶어 ~  빨리 와"

 "사랑해줘 ~"


이런 말을 하며 야옹 거리진 않았을까 생각하니 맘이 짠하다...


언니가 둘째 황금이를 입양한 것도 복돌이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함이었다.

황금이 덕분에 지금은 덜 외로울 것 같다.

언니와 형부가 아니었으면 복돌이는 차디찬 길바닥에서 고생하며 하루하루를 겨우 살아갔겠지.

*복돌이가 언니와 형부를 구했듯 언니와 형부도 복돌이를 구한 셈이다.

생명을 살리고 사랑을 주는 것만큼 가치 있는 일은 이 세상에 없는 것 같다.

갑자기 언니와 형부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넓은데 놔두고 왜 이러는 걸까? 1. feat 복돌
넓은데 놔두고 왜 이러는 걸까 2. feat 황금


*내 조카 복돌이가 언니와 형부를 구한 이야기는 아래 글에 좀 더 자세히 있습니다 ~^^

https://brunch.co.kr/@29d22569cbd149c/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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