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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섭 Jan 02. 2024

나무와 숲(부분과 전체)

질병 치료에 있어서의 관점 

제가 치료하는 환자가 있습니다.

COPD(만성폐쇄성폐질환)를 대학병원에서 10년째 치료를 받고 있던 환자입니다.


처음엔 기침으로 시작하여 계속 치료 받았으나 점차 심해져서 COPD까지 이른 경우 입니다.

병원에서는 난치병으로 분류하고  앞으로 폐세포가 결절을 일으킬 것이라는 등 일종의 협박 속에  

여러 불편한 증상을  견디고 있으나 점점 심해져  지인의 추천으로 내원해 치료 중입니다.


지금 약 2개월을 지나는데  거의 완치가 되어 모든 양약을 끊고서도 숨찬 증세 같은 호흡이나 제반 불편한 증상들도 대부분 해결되어가고 있습니다.


환자가 COPD란 질병의 발생 원인을 정확히 인지하게 하면  몰라서 오는 불안감을 없앨뿐더러  실타래 풀 듯 유발 원인 반대로 접근하면 아무리 어려운 매듭이라도 쉽게 풀리는 이치입니다.


따라서 제가 잘 치료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환자가 지니고 있는 고유한 치료 열망에 부응해 줄 따름입니다.

마치 목마른 사람에게 찬물 한 대접 떠 주는데 불과하지만  그 효과는  대단합니다.


이렇듯  인체는 낫고자 하는 열망에 가득 차 있는데  외부에서 그것을 판단하는 기준의 여하에 따라

가려운 곳을 긁어 줄 수도, 아니면 엉뚱한 곳을 헤맬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의료인은 환자의 증세를 정확히 인지함으로써 마치 길을 헤메는 이방인을 바른 길로 인도하는 

이정표 역할이 근간입니다.


잘못된 정보나 지식은  이방인(환자)를 더 헤매게 하여 끝내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게 할 수 있습니다.


시계가 있습니다.

언제부턴지  시간이 맞지 않아  정확한 기능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지요


볼 때마다  다른 매체를 통해 정확한 시간으로 시곗바늘을  교정합니다.

문제는 시침과 분침의 부정확함으로 표현되므로  언 듯  그들의  문제로만 인식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시계의 전체 구조를 이해하기에  눈에만 드러나는  오류에  매몰되지 않고  시계 내부 장치의 문제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드러나는  증상(표현)을  전체적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고  정확히 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게 됩니다.


인체도 마찬가지입니다.


국소적인  원인 즉  외상이나  접촉성 손상(화상, 기생충 감염, 화학물, 상한 음식 등)으로 인하여  그 자리에 안정되어 나타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예외 없이  전체의 흐름 속에서 문제점을 파악해야 합니다.


흔히 순리라고 하는  자연의 이치에 따르는 치료를 해야 하는데  멀리서 봐야  물이 어디로 흐르는지 알 수 있고  또 지형을 판단하는 등 공간적인 대응책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당장 기침을 하거나    배가 아프거나  열이 난다 하더라도  거시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그것이 어떤 이유에서 발생한 것인지  어떤 대처법이 순리에 부합하는지를  판별할 수 있습니다.


그런 안목이 부족하다면  당장 표현되는  증상들을  없애거나  숨겨버리기에 급급합니다.

흔히 무슨 무슨 증후군이라고 칭해지는 질병들이 대표적입니다.


갱년기 증후군, 엘보 증후군, 손목터널 증후군 등등으로 칭해지는  병명들은  증상은 있으되 그 원인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협소한 관점에서  그 존재의 필연적인 이유를 모르니  무조건 증세를 약화시키려는 치료법을 동원합니다.

마치 흐르는 물을 막는 것처럼 당장은 막히겠지만  점점  부하가 커져  나중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을 만들게 됩니다.


고요한 수면에 커다란 돌이 던져진 것처럼 파문을 일으키는 것은  파문이  돌의 충격을 사방으로 전달하여 해소함으로써  처음의 안정된 상태를  회복시키는  필연적인  과정입니다.


인체도  감기나  어떤 위해(危害) 한  요소로 악영향을 받게 되면  돌의 파문처럼  증상이라는 수단으로 대응을 하게 됩니다.


밥을 지을 때 뜸을 들이는 시간이 필요하듯  질병을 치료할 때도  같은 이치가 작용합니다.

현대인들은 막강한 의료혜택(?)으로  그 시간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대증요법의 순간적인 치료 효과가 너무나 강력하고  마치  끽연자가  담배 한 모금 같은  달콤함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대가는  생각보다  많은 대가를 요구합니다.


알레르기 질환, 만성 폐호흡기 질환, 신장과 간장의 손상, 만성 위장관 질환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병원이 많아질수록 환자는 줄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대학병원 같은 큰 병원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몇 개월 기다리는 사람으로  문전 성시입니다.

바닷물은 마시면 마실수록 더 갈증이 난다 하지요. 

몸이 더 안 좋아질수록  더 빨리 낫고 싶어서 냉정한 판단을 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모든 사람들이 푸른색 선글라스를  쓰고 있다면  세상이 모두 푸르게 보입니다.

누군가 붉은색이 있다고 해도  믿기가 어렵지요.


하지만 지금도  계속 푸른 선글라스만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편협된 질병관을 지닌  주류 세계가

보이지 않는 강요를  하고 있고 그것만이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아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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