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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섭 Jun 03. 2024

한의학의 존재 이유

한의학의 치료 원리 

진료받은 환자들 중에  의도치 않은 효과(반응)에 놀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령  허리를 치료하기 위해 침이나 한약을 처방하였는데  얼굴에 부기가 빠지거나  치질 증상이 없어지고

때론  부인과 질환이나 만성 감기 증상이 싹 나았다고  의아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대 의학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으니  추상적으로 생각하거나  또는  비과학적으로 인식되어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과학은  인과 관계가 설명되고 합리성 이유를 바탕으로 앞으로 나타날 반응이  예측되어야 합니다.

인과 관계에서 설명이 애매한 경우가 많아  예측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그 결과물이 아무리 긍정적이라 해도  갸우뚱함을 배제하긴 어렵습니다.


60대 이후 분들은 과거 겨울에 동상을 걸려 보았거나  보신 적이 계실 겁니다.

손가락 관절 부위에 빨갛게 모기 물린 것처럼 발적이 되는데  뜸을 뜨거나  약초를 끓인 물에 담그기도 하는 등 여러 민간요법이 동원되었었지요.


하지만 백약이 무효였지만  계절이 바뀌면 거짓말처럼 예외 없이 완치됨을 볼 수 있었습니다.

즉  큰 관점에서 동상을 만들 이유가 없어지면  저절로  물러나게 됨을 말합니다.


한겨울 방한이 잘 되지 못하면 냉기가 침입해서 조직에 손상을 줄 수 있으므로  우리 몸은 그런 경우 해당 부위에 피를 많이 공급하여  열의 공급을 늘림으로써  냉해를 방지하였는 바   국소의 염증 즉 동상은  질병이라고 보기 어렵고  반대로 적극적인 대응 수단인 셈입니다.


봄이나 여름이 되면  외부에 냉기 자체가 없어  이로 인한 위험성이 사라지면 인체는 스스로  혈관을 수축시켜 정상 상태로 회기 하기 때문에  동상을 만들 이유가 없고 그래서  찾아볼 수 없게 됩니다.


유추하면 냉기로 오는  자궁근종, 생리통, 요통, 전립선, 치질, 과민대장증후군, 하지 냉증, 류머티즘 관절염 등등은  동상과 비슷한 궤를 갖게 됩니다.


반면에


두통, 어지럼, 심계항진, 목 결림(일자목), 입이 마르거나 씀, 역류성 식도염, 위장 팽만, 지루성 두피 염, 눈 피로 등등은  열이 과잉 축적함으로써 발생합니다.


상열하한에서 설명드린 것처럼  냉증과 열증은 서로 비례하여  존재하는데  마치 시소와의 양 단과 같습니다.

시소가 균형을 잡으면  뜨겁거나 찬 증상이 없는 지극히 평온한 이상적인 상태가 되며 건강함을 의미합니다.


만약 균형이 깨지면 한 쪽이 올라가는 만큼 반대쪽은  내려가겠지요?

냉증이 심할수록 열 증도 심하게 되며  한 몸에 상극인 두 요소(불과 얼음)가 공존하는 것과 같습니다.


균형이 깨진 것을 음양의 부조화라고 하며  물과 불을 빌려  水火不濟(수화부제--물과 불의 균형이 맞지 않음)라 하여  서로 제어력이 상실됨을 말합니다.


불(火)는 물(水)이 냉해지는 것을 막아 데우고, 물은 불이 너무 뜨거워지는 것을 막아  과열되지 않게 유지하는  마치 보일러의 물과 불의  역할을  인체에서도 똑 같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가령 물이 부족해지면 보일러는 끓어 넘치고  반면  하체나 수족으로 열을 전달할 매체인 물이 부족해짐에 따라  냉증이 비례해서 발생하게 됩니다.  


이때는 물을 보충해 주면 되는데 한의학에서는 음기가  거기에 해당합니다.

음기를 보충하는 처방을 함으로써 균형을 맞춰주면  나머지는 저절로 해결되는데  이는  인체가 요구하는 것을 충족시켜 주는 데 불과하지만  인체의 생명력은  우후죽순처럼  왕성하게 발휘됩니다.


한의학의 치료 목적은  어우러진 음양을 균형 잡아서  화평하게 만드는데 큰 목적이 있습니다.

그 결과 뜨겁거나 찬 부분을  비례해서  제거하여  전체적으로 온화한 환경을 만들면  냉기나 열기로 인하여 발생하던 제반 증상이 일거에  퇴출하게 되는 원리입니다.


바탕이 튼튼하면  나무가 바람에 아니 흔들리고  무성한 잡초도 서리 한방에 제거됩니다.


모든 증상은 그것을 만들어야 하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으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그 원인을 파악하고

요구 사항을 충족함으로써  이의를 제기하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한의학은  전체의 흐름을  중요시하며  그래야만 대세를  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국소의 증상에 몰입되어  전체의 흐름에 큰 지장을 준다면  혹을 떼려다 붙이는 결과를 면하기 어렵습니다.


흔히 말하는 대증요법이 그 국소적 치료법으로  자칫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으므로 사용에 신중을 기하고 항상 전체적 관점에서  살펴보는  치밀함이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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