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腸)이 제 2의 뇌(腦)라고 하는 이유?
장 건강의 관건
근래에 장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중요성이 부각되어 제2의 뇌라고 칭해집니다.
자율신경계, 면역계, 장세균, 음식 등에 연관성을 두거나 원인으로 인식하는 것이 주류를 이루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관점에 아쉬움이 있어 나름 생각한 바를 부연해 보겠습니다.
배가 살살 아프면 만사 귀찮고 만약 시험 도중에 장 트러블이 생긴다면 그 시험은 망쳤다고 봐도 될 정도입니다.
CPU인 뇌는 일정 메모리를 지니고 있는데 장트러블이 발생 시에 그것에 대응하기 위해 상당량의 메모리를 할당해야 하므로 다른 부분을 처리할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코알라 새끼는 태어나서 어미의 대변을 핥아먹음으로써 어미의 장내 미생물을 전달받고 인간은 초유를 섭취하고 출생 과정에서 입을 통해 어머니의 장내 미생물을 얻게 된다고 합니다.
정상적으로 인간과 공생하는 장내 미생물을 자연스럽게 전달받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미생물과 인간이 생존해 오는 동안에 서로에 대한 인식(면역 회피)을 발전시켜 왔고 나름 공생의 관계를 이어 왔다 하겠습니다.
우리 몸과 정신을 제어하는 두뇌는 오로지 포도당만을 요구합니다.
다른 어떤 장기보다도 산소와 포도당의 요구에 민감합니다. 뇌는 더 많은 혈액 공급이 필요하다는 것을 들어 보셨을 것이고 단지 4분 만이라도 공급이 되지 않으면 뇌사에 이른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이 포도당을 대부분 흡수하는 곳이 소화기관인 소장입니다.
영양분이 흡수되기 위해서는 작은 단위로 부서져야 합니다. 일차적으로 입에서 음식물을 씹고 침으로 일부 분해를 하고 위장에서 강한 산을 분비하고 2시간 정도 주무르게 되면서 더 잘게 분해가 됩니다.
위장에서 십이지장을 거칠 때 담즙을 분비해서 위산을 중화 시키고 지방의 분해를 돕는 소화효소가 분비됩니다.
소장으로 들어온 음식물은 많이 분해된 상태이지만 그래도 일부 덩어리로 존재하는 것들이 있는데 이는 우리 몸에서 분비하는 소화 효소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장내 기생(공생) 하는 여러 세균이 다음 소화 과정에 관여하게 되면서 마치 발효 음식이나 약재가 소화 흡수가 더 뛰어난 것처럼 음식물을 더 꼼꼼히 분해하여 영양분의 흡수를 도와줍니다.
아울러 장내 세균(유익한 대장균)은 독자적인 대사로 인간이 흡수할 수 없던 여러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게 합니다.
섬유소는 글루코스(포도당)가 치밀하게 연결되어 식물의 형태를 만드는 여러 조직(전분, 목질 구성원인 리그닌 등)을 구성하는데 포유류는 치밀한 조직을 잘 분해하지 못합니다. 초식동물이나 흰개미 소화기관에는 이를 분해할 수 있는 세균들이 살고 있어서 언 듯 영양가 없어 보이는 식물을 섭취하고도 왕성한 체형을 유지하는 것엔 숨어있는 섬유소 분해능을 지닌 세균과의 공생
혜택이라 하겠습니다.
안타깝게도 인간은 그런 세균과의 인연이 없어 섬유소를 분해 흡수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흡수하면 분해되지 않고 장 내부에 남아 자극이 되어 변비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들 있습니다.
참고로 대변의 1/3은 음식물, 1/3은 장내 상피세포 탈락물등의 인체 구성물, 1/3은 세균 덩어리입니다.
대뇌의 입장에서는 소화기관인 장의 컨디션에 민감할 수밖에 없겠지요?
자기(뇌)를 먹여 살리는 밥줄이 거기에 있는데 그곳의 문제는 바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역으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식욕을 끊음으로써 의도적인 궁핍 상태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 받는다고 숨을 멈추거나 혈액순환을 정지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
없지만 뇌가 의도적으로 행할 수 있는 능동적
생리 조절형태중 하나가 식욕 조절입니다.
장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크게 두 가지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첫째, 장의 환경이 공생균의 활동에 적절한 지입니다.
시골에서 콩을 발효 시켜 메주를 만들 때 방구석 따뜻한 곳에 이불을 덮어 발효균이 잘 번식하는 적정 온도를 유지하게 합니다.
만약에 아이들이 장난을 치다가 이불을 벗겨 버리거나 불 때는 것을 잊고 차게 방치하면 그 생태계에 파란이 나서 잡균이 번식하게 됩니다.
몸의 조건에 문제가 생겨 아랫배가 냉한 상태가 되면 정상적으로 소화(발효)가 되지 못하고 잡균의 번식으로 독소가 발생하거나 내 몸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상열하한 편에 그 발생 원리를 설명하였으니 참조)
인체는 그런 경우 일종의 부패 현상으로 가스와 독을 발생하여 장에 팽창과 복통이 유발되고 정상적으로 소화되지 못한 음식은 인체에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배출해서 화근을 없애려고 합니다.
흔히 여름에 덥다고 배를 내놓고 자거나 냉한 음식을 많이 먹게 되면 흔히 장 트러블이 생겼던 기억은 한번쯤은 누구나 간직하리라 봅니다.
설사 등 과민 대장 증상이 대부분 이 같은 원인에 기인합니다.
즉 장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장의 환경에 생긴 문제로 표현되는 증상일 따름이니 정상 생태계가 복원이 주 치료 대상입니다.
근래 건강한 타인의 분변을 이식하거나 유효한 장미생물을 배양하여 이식하는 치료법 등이 소개되는데 장의 환경 개선이 없이는 의미 없는 것이, 마치 꽃샘바람이 불 때 아무리 좋은 씨앗을 뿌려도 싹을 틔우기 어려운 것과 같습니다.
이외에도 상한 음식이나 먹기 싫은 음식 등 외인에 의한 경우도 있으나 대개는 일과성으로 며칠 지나면 저절로 해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근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대두되는 것이 항생제 등 양약의 빈용입니다.
화학물로 주로 구성된 양약은 항생제의 장내 공생균 제거로 장 건강을 쉽게 손상되게 만듭니다.
항생제가 아니더라도 고농축의 화학물은 인간과 공존하던 세균이 처음 접하는 환경으로 마치 21세기 자연계에 플라스틱이나 비닐 등이 자연에 악영향을 미치듯이 장내 세균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기
쉽겠지요?
두 번째는 생활 태도입니다.
샘물은 퍼낼수록 새 물이 고이지요? 거시적 관점에서 영양분을 흡수했다면 꾸준히 소모를 해 줘야 합니다.
운동이나 노동을 통해서 에너지 소모가 많은 사람은 비록 과식을 하더라도 충분히 처리할 여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근래 생활 환경의 개선과 문명의 발달은 과거보다 육체적 활동을 할 이유가 확연히 줄었습니다.
반면에 많은 영양분을 섭취할 기회는 더 늘어나 특수한 직업군 외에는 소모량보다 섭취량이 늘어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우리 몸은 정밀하게 소요분을 체크하고 필요한 양만큼 흡수하게 합니다. 세포에는 여러 센스가 있어 과잉되거나 부족하지 않게 조절하고 있습니다.
영양 섭취는 좋은데 활동량이 줄어들면 장에서 소화 흡수 효율을 떨어뜨려 버립니다.
성장기에는 비록 많이 섭취하더라도 골격과 조직을 만들기 위해 많은 영양소가 필요하므로 한창때는 먹고 돌아서면 곧바로 배고팠던 시절이 기억나실 겁니다.
하지만 30세가 지나면서 먹는 양이 점차 줄어들게 되는 것은 이미 성장이 끝났고 활동량도 부족해지는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식탐은 생명이 지닌 근본적인 욕구 중 으뜸이라 그럼에도 필요량보다 더 많이 섭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소화기관에서는 필요량보다 더 들어오니 정체되기 시작합니다.
흔히 웰빙이라 하여 장에 좋은 음식 등을 추천하고 합니다. 물론 도움이 되긴 하지만 그것은 일부분에 해당합니다. 동물이나 곤충들에서 지나친 편식을 하는 종이 있습니다,
쌀벌레나 배추벌레, 코알라같이 거의 한 종류의 음식만 섭취하는데 별문제 없이 삶을 영위하는 것을 보면 우리가 아는 상식을 벗어납니다.
한편 상한 음식만을 섭취하거나 라면만 수십 년을 드신 분들이 아무런 문제가 없는 반면 매우 꼼꼼하게 건강을 챙기면서 음식을 조절하는 분들 중에 정 반대의 결과로 건강을 잃는 분들도 보곤 합니다.
그 결과의 관건은 대개 얼마나 육체적 활동을 많이 하는가에 결부되어 있으니
운동을 하게 되면 가장 크게 느끼는 신체반응 중 하나가 쾌변으로 막힌 도로가 뻥 뚫리는 듯한 쾌감을 선사합니다.
수요가 생기면 공장에서 생산이 왕성하게 일어나는 것처럼 장운동도 촉진되는 이유입니다.
이는 음식 하나의 성분이나 효능이 장의 건강에 절대적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인체는 레고처럼 독립된 부품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시계 톱니처럼 서로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습니다.
소화기의 문제는 소화기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몸 전체의 생활 환경이나 컨디션에 연관되어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인체의 오장육부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지만 두뇌와 소화기는 이런 관점에서 좀 더
깊은 관련성을 가지므로 제2의 뇌라 할만합니다.
야생에서는, 인간처럼 하루 세 끼를 챙겨 먹고 아울러 흙이나 먼지에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것은 고사하고
며칠에 한 번 사냥하면 포식을 하다가 기약 없이 굶기를 반복하는 매우 불규칙한 생활을 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사자가 한번 큰 야생소를 사냥하면 며칠에 걸쳐 먹는데 낮 기온이 40℃를 오르내리는 열대지역에 쉽게 고기가 변질되는 조건에서도 문제가 없으며 심지어는 상한 고기를 주로 먹고도 멀쩡한 청소동물들이 보면 인간들이 최상의 음식을 섭취하는데도 별의별 소화 장애에 시달리는 것을 보면 이해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절실함이 바탕이 되며 이런 이치를 모르면 유산균, 해독주스, 항산화제, 글루텐이 어쩌고 하는 상업적 간섭이 동원되고 하나의 큰 비즈니스가 형성됨에 실소를 금하기 어렵습니다.
한방에서의 장건강을 위한 제안은 상열하한의 증상을 개선시켜 장 자체 환경이 정상을 회복하게 하는데 목적을 둠으로 양방처럼 장에 좋은 특정한 약을 지정해 쓰지 않고 쓸 이유도 없습니다.
봄이 오면 저절로 사방에 꽃 잔치가 벌어지므로 겨울인 조건을 봄의 조건으로 전환만 시켜주면 장은 저절로 제 기능을 회복하고 아울러 뇌건강도 비례해서 좋아지게 됩니다.
적절한 한의학적 치료를 하면서 반드시 운동이나 제 시간에 취침 등의 바른 일상 생활에 관심을 두도록 환자에게 요구하게 됩니다. 결국은 모든 증상(병증)은 내가 뿌린 씨앗에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