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의 균형과 견제
놀이터에 있는 시소를 타보면 잠시나마 하늘로 솟구쳤다 내려오는 소소한 짜릿함을 맛볼 수 있습니다.
다른 놀이와는 다르게 반드시 짝이 있어야만 하고 그 짝과는 비슷한 체중을 지녀야 제대로 오르내릴 수 있지요.
만약에 몸무게 차이가 많이 나거나 또는 몸을 뒤로 눕혀 누르는 힘을 증가시키면 상대방은 허공에서 내려오지 못하는 웃픈 모양새도 만들곤 합니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음양의 개념을 시소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
시소의 양단에 음양이 앉아 있게 되는데 서로 견제할 정도의 적절한 관계를 형성한다면 꾸준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좌표에서 영점을 중심으로 서로 대칭되는 숫자와 같으며(가령 한쪽이 +3이라면 반대쪽은 -3) 하루를 기준으로 할 때 낮과 밤의 대칭, 일 년을 기준으로 하는 여름과 겨울 등 상반되는 양 끝을 음양으로 지칭할 수 있으며 아울러 거의 무한하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지구가 자전을 멈추면 태양빛을 받는 쪽은 점점 뜨거워지고, 밤이 지속되는 반대편은 너무 차가워져서 어떠한 생명도 살 수 없는 혹독한 환경이 될 것입니다.
데스밸리처럼 일 년 내내 뜨겁고 건조하거나 극지방처럼 얼음 속에 갇혀 있으면 생명이 자라기 어렵겠지요?
그래서 시계 추처럼 서로 다른 속성이 규칙적으로 오고 감으로써 생명이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인체도 활동을 하는 만큼 수면이라는 휴식을 보장하여 과열됨을 방지하고 재충전의 기회를 갖게 됩니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음양이 균형을 이루면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고 있으며 인체는 자연이라는 커다란 음양의 변화에 순응을 함으로써 자연의 법칙에 동화됩니다.
가령 해가 쬐는 낮에 체온이 상승하면 활동하기 유리해져 생산 활동에 전념하고 야간 수면은 서늘한 밤의 기운이, 낮의 활동으로 발생된 열을 효율적으로 진정시켜 주게 됩니다.
만약에 수면 패턴이 깨지게 되어 늦잠을 자거나 밤낮이 바뀌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해가 지고 나서 어두운 시간 동안 잠을 자고 있어야만 과열을 식혀주는 진정작용을 충분히 얻을 수 있지만
늦잠이나 불면증은 열을 식혀주는 진정작용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집니다.
이런 조건에서는 정상적이라면 몸이 식혀진 상태로 아침을 맞는 반면, 이미 과열된 상태로 아침을 맞이하여
마치 물이 부족한 솥에 불을 켜면 바로 끓어오르듯 속열이 끓기 시작합니다.
얼굴이 상기되고, 어지럽거나 두통, 항강(일자목), 눈 피로, 수족 저림 등 화병의 증상이나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는 몸이 정상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필연적 발버둥입니다.
즉 이런 증상을 만들지 않으면 살 수 없기 때문이지요.
낮 시간에는 이와 같은 괴로운 증상에 시달리다가 밤이 되면 외부의 기온이 내려가니 내내 과열로 괴로웠던
몸이 해방되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정상적인 사람들이 졸릴 시간이 너무나 좋은 컨디션으로 다가오므로 자기엔 너무 아까울 정도입니다.
그래서 의식은 또렷해지고 밤 시간을 즐기게 되면서 준비되지 않은 아침을 맞이하는 도돌이 생체 리듬을
반복합니다.
사람은 낮에 활동하는 주광성(走光性)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서 낮에 활동하고 밤에는 잠을 자는 숙명을 지녔으니 여기에 맞춰 살아가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밤 10시 전후해서 잠이 오면 정상이지만 반대로 말똥해지면 심각하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음기가 부족해지면 나타나는 전형적인 증상이기 때문입니다.
한의학의 치료 목적도 인체의 깨진 음양의 밸런스를 조절해 줘서 환자가 정상적인 생체 리듬을 회복하게 하는 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름은 겨울이 있음으로 위로를 받을 수 있고 겨울은 여름을 기대하여 감내할 수 있습니다.
허공에서 멈춘 시소는 변화가 없는, 생명의 흐름을 잃는 것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