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을 복용해도 일주일, 안 먹어도 일주일이란 말이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극과 극이란 점이다.
전원주택, 개를 키우면서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는 한 가정이 있다.
날이 추워지면 마당에 사람이 나오기가 힘들고 그 틈을 타서 불청객이 문틈으로 기웃거리게 되면
예민한 개 한 마리가 으르렁거려 경계를 한다.
문틈으로 들어오려던 불청객은 주춤하고 물러나게 된다.
감기(感氣)는 우리말로 한기(寒氣)를 탄다는 의미이고 영어로도 common cold 또는 catch a cold라 하여 내 몸에 한기가 침법을 했다는 의미로 특별한 병명을 가지는 것이 아닌 증상으로 표현했다.
한기가 침범하면 오싹함을 느끼게 되고 콧물이나 재채기를 동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콧물과 재채기 증상이 마치 개가 으르렁거려 불청객(감기)을 쫓아내는 처음 증상이다.
소소하게 재채기 몇 번 하고 기침하다가 조심하면 하루 이틀 안에 저절로 낫는 것을 경험한다.
만약에 개가 으르렁거리는 것을 집주인이 시끄럽다고 짖지 말라 하면 불청객은 웬 떡이냐 하며 슬금슬금 집안으로 스며든다.
기침, 콧물을 나쁜 것으로 해석하여 기침이나 콧물을 막는 진해거담제나 항히스타민제 등을 복용하면 마치 개로 하여금 입을 막게 하여 불청객을 쫓아내기는커녕 집안으로 불러들이는 이적수(利敵手) 역할을 한다.
기침, 콧물을 통하여 초기에 기관지로 침입하는 바이러스나 먼지 등 이물을 청소하고 일정 부분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초기 치료 단계를 무력화 시킨다.
복용한 감기약 기운이 떨어지면, 즉 주인의 훈계가 끝나고 방에 들어가면 인체(개)는 다시 으르렁거리게 된다. 그러면 다시 감기약을 투여하여 그 으르렁을 잠재우게 되며 이런 상황이 수일 반복하면 개도 지치듯 인체도 기침과 콧물 증상이 수그러들기 시작한다.
주인이 볼 때엔 바깥의 사정이 많이 진정되었다고 착각을 하지만 사실은 그 불청객이 마당을 지나 문고리를 잡고 있음을 알지 못한다.
정상이라면 대부분의 불청객은 마당에 진입도 못하고 특별한 경우, 흔히 독감이라고 부르는 센 놈이 간혹 직중(直中)하여 방안으로 침범하지만, 감기약을 쓰게 되면 쉽게 방으로 침입을 하게 된다.
마당에서는 으르렁 거려 쫓아내고 대문을 닫으면 그만이지만 방안으로 침범한 불청객은 이미 그 시기를 지나 버렸다.
다행히도 인체는 히든카드를 준비하여 1선이 무너지더라도 최후의 방어선을 준비하고 있다.
불청객은 한기를 배경으로 침입하므로 반대의 속성엔 취약하다.
즉 고열이다.
인체에 기생하는 바이러스나 세균은 인체의 체온에 특화되어 있다.
항상 적정 온도인 36.5℃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지만 체온이 2~3℃만 올라가도 매우 취약해진다.
인간은 체적이 크므로 일시적으로 체온이 올라도 감내할 여유가 있으나 작은 규모의 미생물은 거기에 대응할 체계를 갖추기 어렵다.
불청객이 방안에 들어오면 인체는 비상을 걸어 집안의 모든 가솔과 개들로 하여금 대들게 하여 없애버린다.
이때는 전심전력으로 모든 에너지를 여기에 쏟아부어야 하므로 다른데 쓸 여유가 없다.
그래서 통증을 유발, 끙끙 앓아 침대 속에서 꼼짝 못하고 하여 에너지 소모를 막고, 체온은 거의 40℃에 육박하지만 인체는 도리어 추위를 타면서 이불로 꽁꽁 싸매게 한다.
고열은 면역 기능을 자극하는 사이토카인을 분비하여 마치 반지의 제왕에서 호빗이 봉수대에 불을 붙여 오크의 침입을 로한의 군대에 알리는 것처럼, 매우 중요한 인체의 생존 반응이다.
고열 발생후 이틀이 지나면 거의 예외 없이 감기는 저절로 완치된다.
하지만 기침, 콧물의 경우처럼 고열을 타도 대상으로 삼아 해열제를 투여하면 꺼져가던 불청객의 생명에 새 생명을 불어넣게 되면서 인체의 모든 불청객 타파 행위가 물거품이 되게 된다.
해열제를 쓰면 마치 싸움이 없는 듯 착각하게 만들어, 통증도 없어지고 나은 줄 알고 돌아다니며 적과 싸울 귀한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인체 에너지는 유한하므로 완전히 쫓아 내지 못하고 적과의 동침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즉 만성이 되면서 조금만 불리한 상황이 되면 바로 감기 증상이 재발하고 싸움터는 점점 깊이 들어가게 되면서 중이염, 만성 기관지염, 알레르기성 천식 등을 만들게 된다.
대문은 항상 열려 있어서 걸핏하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기웃거리게 되고 그때마다 개가 으르렁(에너지가 부족해서 약하게) 거리기를 반복하는데 인체에서는 방어막이 깨져 추위 더위에 그대로 노출되어 수시로 콧물, 재채기 등 알레르기 증상을 보이게 된다.
또한 감기는 기관지의 먼 부분(전방)인 코나 상기도부터 싸워야 하는데 전방 방어선이 무너진 관계로 중이(中耳)나 모세기관지, 폐의 중요하고 깊은 부위(후방)에서 싸우게 된다.
잘못된 접근은 아무것도 아닌 일을 진퇴양난으로 만들고 건강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지경에 빠트려 버린다.
치료법은 이런 사실의 인식과 사고 전환을 바탕으로,
무너진 대문을 단단히 매듭 하는 것이 중요한데 마치 깨진 방파제를 단단히 세워야 수시로 드나드는 파도를 막는 것처럼, 외부의 자극에 둔감하게 만들어야 한다.
한방에서는 음기(陰氣)가 이 역할을 담당하는데 마치 냉각수를 보충하여 추위와 더위의 변화에 시달리지 않게 하는 것과 같다.
만약 이런 상태에서 땀을 내는 발한제(發汗劑)를 처방하면 에너지를 사용해서 불청객을 밀어내더라도 문이 열려 있으면 다시 들어오는 헛고생으로 에너지 소모와 체력 손실로 상태가 더 악화될 수 있다.
이런 종류의 감기 치료 즉 땀을 내는 치료법은 감기 초기 오싹하고 재채기할 때 효과적이다.
그 단계를 지나면 치료에 역행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문을 막아 더 이상의 침입을 방지한 채, 남아있는 불청객을 소거한다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감기약의 복용 후유증으로 천식이나 중이염, 알레르기 질환 등으로 고생하는 경우를 적잖이 보지만 당사자들은 다시 그것을 치료하기 위해 같은 치료를 반복하는 것을 보면 목마르다고 바닷물 마시는 것 같음을
알지 못함에 측은한 맘 금할 수 없다.
한방의 치료 과정은 음기로 더 이상의 침범을 막으면서 에너지 소진을 줄이고 체력을 키우면서 시작된다.
마치 싸워서 후퇴했듯이, 싸워서 퇴출시키는 동일 과정을 겪게 된다.
즉 감기는 며칠의 과정으로 끝나지만 후유증으로 생긴 천식 같은 치료는 몇 주나 몇 달에 걸쳐 기침 가래(쫓아내는 행위) 증상을 통하여 완치 시킬 수 있다.
뿌리가 얕으면 한 번에 뽑히지만 뿌리 깊은 나무는 그만큼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생존 본능에 순응하는 치료를 한다면 완치는 어렵지 않다.
질병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내 몸이 나에게 하는 말을 제대로 알아주는 것이 바른 치료의 첫걸음임을 다시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