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한겨울인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폭염에 반찬으로 나오는 새콤한 오이냉채는 더위를 식혀주고 잃었던 식욕까지 돌아오게 한다.
일 년 내내 무더운 동남아 같은 더운 지방에서 대부분의 요리에 신맛이 첨가되어 있는 것을 보면 단순히 식감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흔히 자연에서 청소동물로 불러지는 독수리나 하이에나 같은 동물이 없다면 동물 사체가 오래 남아 이로 인한 전염병 발생 같은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기 쉽다고 알려져 있다.
미시세계(세균이나 균류)에서도 같은 원리가 작용한다.
유기물은 에너지원이므로 항상 이를 노리는 대상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죽고 나면 이를 분해하여 에너지원으로 섭취하는 후속 생태계가 뒤따르게 된다.
산업 혁명의 기폭제가 된 석탄은, 과거 양치류의 나무가 무성하던 석탄기에는 단단한 목질인 리그닌을 분해하는 균류가 존재하지 못해 쓰러진 나무들이 분해되지 못하고 차곡차곡 쌓여 석탄층을 형성할 수 있었다.
그 이후 목질을 분해할 수 있는 균류가 생기면서 땅에 묻히기 전에 분해가 되어 버린다.
이처럼 세균이나 진균류 등의 미세 생태계는 유기물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섭취하며 모든 대사에서 필연적으로 따르는 노폐물을 분비하게 되는데 경우에 따라 독소를 포함하기도 하여 숙주에게 해를 끼치기도 한다.
에너지를 얻는 과정은 유기물을 산화시키는 것이고, 산화란 수소(H+)를 빼앗거나 산소와 결합하는 것을 말한다.
가령 쌀밥을 발효하면 알코올(에탄올)이 되고 에탄올에서 수소 이온 2개를 빼내면 아세트알데히드가 된다.
아세트알데히드에서 산소 하나가 첨가되면 아세트산(초산-식초)을 만들어 내보낸다.
세균 입장에서는 식초는 자신들이 내다 버린 음식물 쓰레기 같은 노폐물로, 마주치고 싶지 않은 대상이다.
한여름 기온은 30℃를 오르내리면 음식물을 분해하는 세균류가 창궐하는 좋은 조건이 되어 쉽게 음식이 변질될 수 있다.
지금처럼 냉장 시설이 미비된 과거에는 건강을 심각하게 해칠 수 있는 세균들의 번성을 제재할 필요가 있었고, 당연하게도 세균들이 가장 싫어하는 조건인 식초가 그 지위를 차지했으리라.
여름철 새콤한 그 신맛을 좋아하면서도 이 맛이 세균이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고서 먹는 것이 아니라 인체는 본능적으로 이기적 유전자를 발동하는 것을 보면 무의식에 내재된 강력한 생존 본능을 보게 된다.
더운 환경이므로 매번 끓이거나 굽기 어려웠고 신선한 상태의 보존 필요성이 저절로 유리한 방향으로의 자연 선택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인간도 혐오하는 표현 중 `오물을 뒤집어쓴다` 등 대, 소변에 대한 내용이 많은 것도 싫어하는 본능을 바탕으로 할진대 그것들이 나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되거나 해를 끼칠 수 있음을 유전적으로 각인 되어왔기 때문이다.
병균이나 독으로 인간에 큰 피해를 입히는 쥐나 뱀 등을 우리는 혐오하지만, 올빼미 몽구스는 군침을 흘릴 것을 감안하면 물고 물리는 자연 섭리 안에 모든 이치는 존재한다.
우리가 한순간도 헤어날 수 없는 산소가 식물의 노폐물임을 생각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