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

by 정희섭

2일 전 평소 왼쪽 어깨와 위팔이 특정 동작에 시큰한 통증이 온다며 내원한 중년의 남성이 있었다.

병원에서 회전근개 파열 증상이 있어 수술을 권유받았으나 아직은 하지 않고 있는 상태라 한다.


초면에 `힘줄은 재생된다`고 하니까 안색이 확 바뀌며 아니 `병원에서 재생이 안된다는데 무슨 소리냐?`하는 불만을 표시하더니 진료 내내 뾰루퉁하는 내색이 바뀌지 않았다.


의학 서적이나 참고 문헌으로 사실을 보여 주려고 해도 그럴 필요 없다고 내내 부정적인 인식을 바꿀 의향은 없어 보였다.


대부분의 환자는 일단 차분히 들어보고 나중에 판단하는데 이른바 상식(?)이라는 개념에 집착하여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요지 부동인 경우가 이 환자처럼 드물게 있다.


힘줄은 우리 몸에서 가장 많은 단백질에 해당하는 콜라겐이라는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로프나 현수교의 강선을 보면 아주 가느다란 섬유나 철사의 묶음이 합쳐져서 큰 힘을 견딜 수 있는 것처럼

힘줄도 작은 근 섬유의 묶음으로 근육의 힘을 전달하게 된다.


근섬유(힘줄)를 확대해 보면 마치 팝콘이 염주처럼 맞물려 연결되는 구조로 되어 있으며 트레드밀처럼 한쪽은 재생을 하는 반면 반대 측은 분해하는 과정을 갖는다.


그래서 언 듯 보기엔 변화가 없을 듯한 모습이지만 속으로는 끊임없는 신진대사(생성과 소멸)가 이어이고 있는데 운동처럼 자극을 주면 생성이 소멸의 비율보다 높아져 근섬유가 발달하고 유연성을 띤다.


따라서 자상이나 외상으로 인한 완전한 절단이라면 당연히 외과적 접합 수술을 해야만 하지만 일상적인 생활에서 나타나는 회전근개 파열 같은 것은 운동을 함으로써 대부분 저절로 회복 가능함을 알 수 있다.


위에 언급한 환자처럼 편견에 사로잡혀 어깨를 아낀다고 운동을 제한하거나 조심하면 역설적으로 힘줄의 발달을 위축시켜 근섬유의 긴장도를 높이고, 이는 마치 팽팽한 기타줄이 잘 터지듯이 힘줄의 근섬유의 터짐을 유발한다.


근섬유의 일부가 단락 되면 인체는 복구 기전이 동원되는데 염증과 통증이 수반된다.


근섬유의 손상에는 두 가지 원인으로 발생하는데


첫째가 운동이나 활동이 줄어듦에 따라 근육과 힘줄이 위축됨으로써 관절 움직임에 유격이 없어져 사소한 움직임에도 충격으로 작용해서 인대가 손상되는 경우이고(수동적)


둘째는 평소에 하지 않던 운동을 하거나 평소보다 부하가 큰 운동을 하였을 때,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근육과 관절이 자극을 받으면 근섬유 손상으로 인한 근육통과 인대 손상으로 인한 관절통이 따르게 된다(능동적).


어릴 적 운동회를 하고 나면 하루 이틀 종아리가 아파서 어기적어기적 걸어본 적 있으시리라.


수동적인 경우는 현상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자구책이지만 잘못 생각하여 관절을 아끼는 마음에 운동을 더 줄이거나 하게 되면서 전체적으로 역치를 줄이게 되어 만성적이며 진행형으로 곤란을 겪게 만들기 쉽다.


능동적인 경우는 한 단계 점프하는 과정에서 따르는 필연적인 몸살로 수 일이 지나면 훨씬 호전되고 역량이 강화된 상태가 된다.


서 있는 사람은 앉고 싶고, 앉은 사람은 눕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통증에 위안을 받고 싶고 그것을 계기로 주저앉고 싶은 마음이 누군들 없으랴?


하지만 100리 길을 가야 목적한 바를 얻을 수 있다면 그 과정에서의 힘듦은 당연하다.


모처럼 행사로 산행을 하면 평소 산행을 하지 않았던 사람 중에 `가서 내려올 산을 왜 올라가냐?`하면서 산행 입구에 자리 깔고 앉아 기다리면 처음에는 의지의 부족이, 나중에는 근력이 쇠퇴하여 육체적 문제로 불가능하게 된다.


이런 인간 심리에 편승해서 환자가 듣고 싶어 하는 달콤함으로 운동 의지를 꺾거나 환자 자신이 지닌 무한한 회복력을 스스로 불신하게 하여 꼭 필요치 않는 시술이나 처치를 하게 하는 경우를 종종 보고 듣는다.


세상에 유포되는 수많은 논문이나 실험 데이터는 항상 같은 결과로 귀납하는 것이 아니라서 독자의 취향에 따른 유리한 데이터를 선별하여 본인 주장의 근거로 삼을 수 있다.


우리는 두팔로 엎드려 있기를 1분도 지탱하기 힘들다.

다른 동물들은 하루종일 네발로 서있는데....


만약에 무리해서 회전근개 파열이 온다면 동물들에게서 훨씬 더 많이 발생해야 하는데 현실은 정반대이다.


몇 년 전 네이버에서 어떤 분이 무릎 통증이 있는데 여러 치료 요법을 따랐지만 별 차도가 없다는 요지로 자문을 구해서 `기존 개념을 바꿔서 무릎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많이 사용하시라`라는 취지로 답을 해드렸더니 나중에 무릎이 호전되었다는 답을 들은 적 있다.


길을 가다 만나는 두 갈래 이정표에서 동으로 가야 할지, 서로 가야 할지 순간의 선택은 극과 극의 결과를 얻게 된다.


최소한 무릎을 아끼고 무리하지 않은 사람들의 결과와 무릎을 학대(?) 하는 마라토너나 등산가들의 무릎 중 누가 지금 더 튼튼하다고 생각하시는가?


힘줄처럼 연골도 재생하고 뼈도 재생하는데 자극은 재생을 촉진하고 더 튼튼한 상태가 되게 하는 백신 같은 존재이다.

작가의 이전글열린 문-감기에 대항하는 인체의 반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