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라고 물어보기
본과 2학년 해부학 시간에 인체 해부를 직접 해 볼 기회가 있었다.
포르말린의 익숙지 않은 냄새 속에서도 느낀 바가 있으니, 인체의 구조는 너무나 완벽하게 짜여 있어 어느 하나 더하거나 뺄 것이 없을 정도였다.
만약 내가 인체를 창조하는 조물주라도 더 이상 어찌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구조적인 완벽함을 차치하더라도 수없이 많은 미생물(병균)로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웬만해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수 억년 생존의 역사 속에 수없는 외상, 감염, 가뭄이나 홍수 등의 자연재해에도 면면히 생명의 끈을 이어 왔으니 단순히 운이 좋아서라고 생각하긴 어렵다.
흔히 `생명력은 고래 힘줄처럼 질기다고 회자되는 것처럼 인체가 조절 범위 내에 있는 한 건강을 잃지 않으려고 무던히 노력하고 있다.
또한 야생의 생물들도 자연재해나 기아 등 수많은 극한 조건에서도 살아남은 것을 보면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력의 끈질김을 알 수 있다.
생명체는 줄을 타는 서커스맨이 바를 상하로 흔들면서 균형을 잡는 것처럼 필요에 따른 증상을 발현하여 중심을 유지한다.
열이 많으면 열을 방출하고, 열이 필요하면 오한 증상을 만들어 열을 보전하며, 기관지로 바이러스나 먼지가 들어가면 기침이나 콧물로 제거하는 모든 행위들이 자정작용의 일종이며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수적 요소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세간의 의사들 역할은 무엇일까?
인체의 해부, 생리를 좀 더 잘 아는, 마치 초행의 낯 선길에서 길잡이가 되는 교통경찰이나 이정표라 하겠다.
환자들의 막연한 증상을 정확히 파악하여 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의료인의 역할인데, 마치 우는 아기가 있어 배가 고파 우는지, 오줌을 싸서 우는지 등을 파악하여 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과 같다.
만약 우는소리(증상)에만 집착하여 원인을 무시하고 입만 막는 치료를 하면 당장은 울음소리가 멎겠지만 곧 재발함은 당연하고 그런 우매한 치료가 계속되면 아이의 건강에 더욱 악영향을 미치는 것과 다름없다.
의료인의 가장 큰 역할이 환자가 표현하는 증상이 과연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정확히 인지함에 목적을 두어야 하며 임의로 그 증상을 억압하거나 숨기는 대증요법(극히 특별한 경우 예외적으로 필요할 때도 있음)을 사용하면 이적수로 작용하여 건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일반인들도 선 듯 내 몸을 임의로 맡길 게 아니라 왜 그러한 증상을 만들고, 그것으로 얻는 이익이 무엇인가?에 고민을 해야하고 의료인의 의견을 듣고 그 타당성이 충족되는지를 알아보고 치료에 임하는 것이 좋다.
마트에서 물건을 살 때도 가격이나 원산지, 성분등을 따져 고르면서 하나밖에 없는 귀한 내 생명을 아무데나 던질 수는 없지 않겠나?
두통에 원인을 따지지 않고 진통제를 쓴다든지, 혈압약, 당뇨약처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 수치만 내리려고 하는 목적의 약을 계속 고집한다면 인체는 점점 자생 기능을 잃어 고래심줄 같은 생명력도 갉아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의사는 각기 본인들임을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