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일기: 해고 이후,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

왜 하필 나였는지 묻는 시간

by Slow Sentences
Screenshot 2026-02-05 at 3.23.39 PM.png 내 세상은 무너질 것 같지만 그래도 석양은 언제나 아름답다



레이오프를 당한 경험이 있는 나는, 정리해고 선배(?)로서

남편이 직장에서 해고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제일 먼저 이렇게 말했다.


멘탈 관리 잘해. 지금은 괜찮아도, 앞으로가 중요해.
멘탈을 잘 잡아야 해.


나는 안다. 해고 후 처음에는 회사에 대한 분노가 올라온다.

왜 하필 나지?

내가 뭘 잘못했나?

이제 우리는 어떻게 먹고살지?


그 질문들이 멈추지 않고 머릿속을 돈다. 분노는 곧 자책으로, 자책은 다시 불안으로 변한다.

가족들 얼굴이 떠오르고, 미안함과 죄책감이 함께 밀려온다.

감정은 정리될 틈 없이 쳇바퀴처럼 반복된다.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시간이 지나면 분노는 잦아들지만, 대신 조용한 의심이 자리를 잡는다.

내가 아직 쓸모 있는 사람인지,

다시 선택받을 수 있는 사람인지.


그래서 나는 안다.


이 시간이 단순히 ‘일을 못 구하는 기간’이 아니라는 걸.

이건 자존감이 조금씩 깎여 나가는 시간이고,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는 시간이다.

밖에서는 아무 일 없는 척 웃어야 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자신을 가장 먼저 의심하게 되는 시간이다.


그래서 내가 남편에게 했던 그 말,

“멘탈 관리 잘해”라는 말에는 사실 이런 뜻이 숨어 있었다.



지금 너에게 가장 중요한 건 능력도, 경력도 아니야.

네가 너 자신을 미워하지 않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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