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디톡스

by 득이

스마트폰, 컴퓨터, 태블릿 등 디지털 기기와 인터넷 사용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거나 줄이는 행위. 디지털 디톡스의 뜻이라고 한다. 쉬운 듯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일상의 하루를 늘 전자기계와 함께한다. 일을 할 때도 컴퓨터를 사용하고 쉬면서도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린다. 디지털 디톡스에 대한 글을 쓰는 지금도 모순적이게도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다.

디지털 디톡스를 행한다는 것은 어떠한 행동을 하는 것일까. 단순히 집에 누워서 아무것도 안 하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있다면? 뜻은 일치한다. 그렇지만 그 행동을 한다고 해서 내가 디지털 디톡스를 했다는 생각이 들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가는 기차에서 창밖을 바라보면 여유로워 보이는 시골경치를 틈틈이 볼 수 있다. 햇빛을 받으며 펼쳐져있는 이름 모를 작물이 심어져 있는 논밭을 바라보면 저곳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 없는 저런 한적한 장소에서 아무 고민 없이 책을 읽거나 그저 경치를 보며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바라는 디지털 디톡스를 하는 내 모습이다. 뭔가 그렇게 있으면 걱정도 고민도 없을 것 같다.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는 하루지만 마음이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과 다르게도 말이다.

너무 많은 정보가 매일 들어온다. 경기가 안 좋아지고 있다. 집값이 오를 것이다. 아니 내려갈 것이다. 누구는 연봉이 얼마라고 한다. 누구는 이제 결혼을 한다더라. 누구는 주식으로 돈을 얼마 벌었다. 영끝을 하여 집을 샀다고 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내가 죄를 짓고 있는 기분이 든다. 내가 주말이라고 쉬어도 되는 것인가? 자기계발을 쉼 없이 해야 할 것 같은 기분. 삶의 방향성에 대한 의문이 든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이런 고민들을 하다 보면 어디론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디지털 디톡스를 하고 싶다. 정보로부터 도망치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편해질 수 있을까?

내게는 내가 지금까지 걸어오며 만들어온 삶이 있다. 이 길로부터 며칠정도 잠시 도망칠 수는 있겠지. 그렇지만 떠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럴 용기는 없다. 떠나는 것이 정답이라는 확신도 없으니. 디지털 디톡스는 내게 잠시 고민들로부터 벗어나 도망칠 수 있는 수단이지 해결책은 아닐 것이다. 도망을 치더라도 나는 결국 내 자리로 돌아오게 되어있다. 나는 결국 정보들을 받아들이며 삶에 대해 맞서야 할 것이다. 문제는 해결해야 하는 것이지 미루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