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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여니 Oct 03. 2023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지만 스웨덴은  여유롭다

스웨덴 교환학생이 바라본 스웨덴의 일상들

스웨덴에서 10개월 간 지내며 혼자 시간을 슬기롭게 쓰는 방법들을 터득했다. 난 평소에 외로움을 잘 타지만 그 외로움을 해소하는 방법을 잘 몰랐다. 외롭다고 사람을 만나기보단 혼자 그 감정을 주체하지 못 하고 울 때도 있었다. 하지만 여기 스웨덴에서 난 외로움에 잠식되지 않고 내가 나로서 더 빛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 것이다. 1년 동안 스웨덴에 있을 나는 1월 봄학기 때 스웨덴에 혼자 왔다. 내가 다니는 Chalmers에는 한국인 교환학생은커녕 유학생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그럼 외국 친구들과 놀면 되지 않는가? 안타깝게도 나는 내향적인 성격이라 그런지 활발한 외국 친구들과는 어울리지 못 했다. 처음엔 국제학생을 위한 여러 행사들과 파티, 그리고 친구들이 불러주는 약속 등에 일부러라도 나가곤 했지만, 매번 4명 이상이 넘어가면 급격히 피곤해지고 컨디션이 안 좋아지는 걸 감지한 뒤로는 행사에 잘 나가지 않았다.  


그 대신 나는 운동을 좋아하고 혼자 잘 노는 성격이기 때문에 혼자 운동을 하고, 러닝과 산책을 하고, 책을 읽고, 새로운 동네를 탐색하고, 춤을 추고 여행을 다니며 혼자 시간을 슬기롭게 활용하고 있었다. 오히려 내가 뭘 할 때 행복하고 불편한지 구분할 수 있게 되어 나 자신과 더 친해진 기분이다. 한국에서는 내가 아는 사람들이 많고 남의 시선을 신경 쓰고 살았다면, 여기선 아무도 나를 알지 못 하고, 외모도 많이 다르고, 남들이 뭘 하던 신경을 안 쓰는 분위기라서 그런지 해방감이 느껴져 오히려 더 자유롭고 행복했다. 


하지만 가끔은 당연히 외로웠다. 나는 스웨덴에 온 김에 스웨덴 현지인과 친해져보고 싶었지만 이 스웨덴 사람들은 참 가정적이라 학업이나 업무가 끝나면 보통 집으로 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다. 또는 그들의 지인들과 어울려 놀며 주로 자기들만의 세계에 머문다. 타인에게는 보통 마음을 내어주지 않는 스웨덴 사람들이다. 스웨덴에서 지내본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친절하지만 절대 선은 넘지 않는 스웨덴 사람들.


다행히 난 앞서 말한 몇몇 행사들에 참여하며 소수의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고 그들과 자주 만나 좋은 시간들을 보냈다. 친한 친구들과 같이 쿠키를 굽고, 티라미수를 만들고, 핫도그를 만들기도 했다. 이 팟을 우린 cooking rush라고 불렀다. 나를 유난히도 잘 챙겨준 스페인, 이탈리아 친구들이었다. 유난히 조용하고 내향적이었던 나를 계속 찾아주고 불러준 고마운 친구들이다. 그 외에도 유튜브에서 'Gothenburg kpop cover dance'를 검색해 나온 댄스팀에도 연락을 취해 같이 매주 주말에 춤연습을 하고, kpop 커버 대회까지 나가며 취미생활도 즐기고 있다.

Cooking rush 친구들 
댄스팀 친구들 


이런 국제학생들을 위한 몇몇 행사에 가거나, 친한 친구들이랑 어울리는 시간 이외에도 난 혼자 잘 지냈다. 시간이 참 잘 갔다.


그렇다면 나 말고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스웨덴에서 생활하고 있을까?


그들은 나같이 자기를 위해 시간을 기꺼이 쓴다. 학교가 끝나고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하거나, 악기를 들고 합주 연습을 하러 가거나, 클라이밍 짐을 가거나, 스포츠를 하거나, 주말에 축구를 하거나, 하이킹을 하거나. 창의적이고 활동적인 취미로 자신을 refresh해주는 분위기이다. 그들은 열심히 사는 삶만큼이나 취미가 주는 이점의 중요성을 안다. 학교 내에도 여러 동아리가 있다. 예를 들어 밴드, 운동부, 댄스 등등 다양하다. Chalmers는 학생회도 잘 운영되고 있어 학생의 의견과 그들을 위한 이벤트, 복지가 잘 마련되어있는 거 같다. 


평일에 이 도시를 걷다 보면 공원이나 음식점, Bar에 사람들이 꽤나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보통 일하는 시간인 오전부터 오후 6시에도 그러하다. 한국에서 바쁘게 굴러가는 직장인의 생활을 생각해 본다면 이 광경이 참 낯설 수밖에 없다. 그리고 스웨덴 직장인은 퇴근도 한국보다 일찍 하는 거 같다. 오후 4시부터 대중교통에 사람들이 많아지고, 공원과 놀이터 그리고 헬스장은 붐비기 시작한다. 특히나 오후에 어린 자식들과 같이 놀이터에 나와 놀아주는 아빠들이 많은 건 참 훈훈하다.



내가 본 스웨덴 사람들의 사계절은 이렇다. 추운 겨울을 제외한 날씨에는 무조건 테라스로 나와 햇빛을 쬐며 커피 타임을 즐기고, 여름엔 자기 집 앞 잔디, 아파트 앞 잔디, 아니면 그냥 아무 공원 잔디에 비키니를 입고 누워 태닝을 즐기며 겨울엔 따뜻한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시간을 보낸다. 크거나 중요한 행사들은 주로 여름에 있어 백야와 함께 마침내 온 여름을 만끽한다.  


또 그들의 생활에는 여유가 늘 짙게 배어있다. 유럽 국가들의 대표적인 특징과 마찬가지로 행정 업무가 한국보단 느리다. 몇몇 식당과 카페들도 오후 7시 전에 문을 닫는 곳이 허다하다. 그래서 한국에서와 같이 내가 원할 때 언제든지 빠르고 간편하게 업무를 볼 수는 없다. 그 생활방식에 익숙해진 이 스웨덴의 여유로운 문화가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모든 것이 빠른 한국에서는 나 자신 또한 그 속도에 뒤쳐질까 봐 많은 이들이 혼자 불안에 떨고 있지 않은가? 반면 이 나라의 사람들은 조금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그 느린 과정들 덕분에 진정한 '여유'가 뭔지 알며 그들의 개인적인 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다. 가끔은 유럽 국가의 느린 속도가 불편할 수 있지만, 우리 한국인들이 비정상적으로 빠른 속도에 익숙해져 지극히 정상적인 시간 개념을 가끔 잊고 사는 건 아닌가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스웨덴의 모든 점이 한국보다 낫다고 하는 말이 아니다. 뭐든지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는 법이다. 다만 내 성격 상 이런 스웨덴의 여유로움이 좀 부러웠을 뿐이다.


댄스팀 친구들, 생일도 챙겨주고 대회도 나갔던 소중한 경험들 

다시 교환학생 이야기로 돌아와 중요한 점에 대해 말해보자면, 교환학생은 공부만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많은 문화를 배우고 경험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래서 교환학생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여행을 다닌다. 예테보리 근처의 오슬로, 코펜하겐, 스톡홀름은 버스나 기차를 타고 당일치기로도 다녀올 수 있다. 또 시험기간이나 부활절, 크리스마스 휴일 같이 긴 휴일이 주어졌을 땐 좀 더 먼 나라로 여행을 부지런 히들 다녀온다. 물론 수업 몇 개를 불참하고 여행을 다녀오는 친구들도 많다. 나도 가끔은 그러고 싶었지만, 팀플이 많은 이 학교의 특성상 쉽게 빠질 수 없었다.


그렇게 공부도 하고, 시간 날 때마다 여행도 다니고,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해 본다. 오히려 자기네들 나라에 있을 때보다 더 부지런히 살아야 하는 하는 이들이 바로 이 교환학생들이다. 이 먼 나라까지 와서 한국에서처럼 쉴 때 방에만 있을 거면 뭐 하러 왔겠는가.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기까지 120일 정도가 남았다. 충분히 새로운 활동에 도전하고 기술을 터득할 수 있는 기간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엔 볼더링(클라이밍)과 캐리커쳐 그리기에 빠진 거 같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여기서 친해진 친구들에게 캐리커쳐 선물을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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