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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살림 Mar 23. 2022

다정한살림

나의 첫 살림

나의 첫 살림

 청을 담그고 잼을 만들고 마늘은 바람이 잘 드는 곳에 걸어 놔야지 싶었다.

서울에서 청과 잼을 만들고 해와 바람이 잘 드는 곳을 선택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결혼식을 앞두고 전세대란으로 쫓기듯 집을 구한 우리는 살고 싶은 집보다는 여건에 맞는 집에 우리의 짐을 풀게 되었다. 속상함을 내비쳤으나 엄마는 이런 집에서 시작도 못했어란 말과 함께 철없음을 꾸짖기만 하셨다.

문을 열면 고깃집 냄새가 올라왔고 술집이 즐비한 곳, 친구들에게도 멀리 돌아오는 길을 알려주었다. 창을 닫고 블라인드를 치고 나름 고민을 거듭하여 구입한 가구들과 마음의 위안을 주는 장식품들을 샀다. 그럭저럭 아늑한 분위기가 났다.

동선에 따라 물건이나 가구가 몇 번 이동을 거듭하고 모든 게 몸에 꼭 맞춰진 듯 집안의 집기들이 자리를 잡았다. 식물도 들이고 작은 집에서 나는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쁜 병에 피클을 만들어 담고 무 한통을 사서 조심스레 깍두기도 담가봤다.

고깃집 운영시간을 피해 모든 창을 열고 청소도 하고 집에 들어오는 빛을 보며 이쁘다는 생각에 잠기기도 하며 집에 정이 들기 시작했다.

우리의 취향이 가득 묻은 집

신랑과 나는 이곳에서 추억을 쌓아가고 있었다.

우리 집 좋다라는 말이 나올 때도 있었으니 제법 정이 든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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