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하지 않음은 불행일까 아니면 다행일까
영원한 건 세상에 없다. 표면적으로 살짝은 슬퍼 보이는 말일지 모른다.
누구는 사랑이 소중해서 일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구는 죽음이 두려워서 일수도 있다.
특히 사랑하는 관계 속에서 영원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대표적으로 영원을 약속하는 연인들이 있겠지.
이들에게 영원이란 허무에 대한 저항이자 강렬한 마음의 표현이다.
하지만 영원하지 않음은 영원을 향한 또 다른 방식의 위로다.
초등학교 3학년 무렵, 나는 영원한 건 없다는 사실에 큰 위로를 느낀 적 있다.
주말 저녁 엄마랑 밖에 나가서 매운 떡볶이를 사 먹고 다음날 새벽에 배탈이 나서 화장실을 들낙거렸다.
배는 아픈데 나오는 건 없고 식은땀만 줄줄 흘리고 있는 상황에 하느님을 찾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참고로 나는 무교인이다.
변기에 몇 십 분째 앉아서 이 고통이 언제 끝나지라는 생각만 들던 그때.
이상하게 위로가 됐던 건 이 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어쩌면 몇 분 뒤. 재수 없으면 몇 시간 뒤 나는 다시 평범하게 물을 마시고 언제 그랬냐는 듯 편안하게 잠에 빠져들 수도 있다.
아무리 지독한 순간이라 할지라도 배탈이 내 삶 전체를 이루지는 않을 것이다.
변기 위에서 나는 역설적인 안도감을 느꼈다.
아마 영원이란 게 진짜로 존재한다면 우리는 고통 앞에서 완전히 무너져버릴지도 모른다.
영원히 끝나지 않는 배탈, 영원히 멎지 않는 피,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슬픔. 상상만 해도 숨이 막힌다.
그 뒤로 한 문장만을 머릿속에 새기고 산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