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남겨준 10년의 수수께끼
“엄마가 재밌는 사실 알려줄까?”
“뭔데?”
“저기 분홍색 꽃 가득 핀 나무 보여?”
“응.”
“저 나무 이름이 간지럼 나무야.”
“엥? 왜? 나무가 간지럼이라도 탄다는 거야?”
“응! 나무 줄기를 손끝으로 살살 긁잖아? 그러면 꽃잎들이 간지러워 웃는 것처럼 살랑살랑 흔들린다니까.”
“에엥-? 거짓말!”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 우리 가족이 살던 아파트 단지 안에서 엄마와 나눈 대화였다. 등하교를 하며 몇백 번, 아니 몇천 번은 지나쳤을 그 나무의 이름을 그제야 처음 알았다. 이름을 몰랐던 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자주 오가며 살면서도 그 나무의 존재조차 인식하지 못했다는 건, 어쩐지 나 자신이 조금 이기적으로 느껴졌다.
나는 집 앞 나무들 중 가장 가까이에 있던 분홍빛 나무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손톱으로 투박하게 생긴 줄기를 긁었다.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시선을 천천히 위로 올렸다.
…움직인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나무 전체 꽃잎이 흔들리고 있었던 건 바람 때문이었다. 사실 바람 때문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엄마의 말에 못 미더운 척 했지만, 솔직히 간지럼을 타는 나무가 보고 싶었다.
바람이 잠잠해진 뒤, 나는 다시 줄기를 긁어 보았다. 이번에도 꽃잎들이 살랑거렸다. 순간 긴가민가했다.
처음 긁었을 땐 바람이 불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 간지럼 나무가 정말 간지럼을 타는 건지, 아니면 내가 보고 싶은 대로 본 건지.
아직도 확신할 수 없다. 결국 내린 결론은 이렇다. 간지럼 나무가 진짜로 간지럼을 타는지는 아직도 모른다. 그 답을 알 수 없는 애매한 수수께끼가 오히려 미릿속에 오래 남아 맴돌았다.
쨍쨍한 여름날, 물 만난 물고기처럼 활짝 피어 흔들리던 진분홍 꽃잎.
여름은 덥고, 끈적이고, 쉽게 짜증이 올라오는 계절이다.
그럼에도 나는 매해 여름마다, 어릴 적 엄마가 들려준 이 간지럼 나무 이야기를 떠올리며 조금은 버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