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한 게 없는데 용서받고 싶다

by 민예

“요즘 뭔가 잘못한 게 없는데 누군가에게 용서받고 싶은 심정이다.” 유튜브 채널 ‘my blue valentine’의 플레이리스트 「그대는 나의 우울이 되세요」에 달린 댓글이다. 그는 어떤 파고를 겪고 있기에 무언의 용서를 구하고 있을까. 또 나는 왜 생면부지의 고백에 마음이 쓰이는가. 나는 잘못이 없는데도 변명하고 있다. 애초에 용서 따위는 필요 없는 양. 어떤 선택에도 확신이 없다. 인턴 지원 마감일에 공고를 확인하고 당일에 지원서를 후딱 작성했다. 운 좋게 서류를 붙었지만 전혀 자신이 없다. 서류 합격 메일을 받았을 때 그냥 다 붙여주는구나 싶었다. 진정 합격을 원하는지도 모르겠다. 분명 떨어질 거라고 방어막을 친다. “너 상처받고 싶지 않구나.” 오랜 친구의 통찰은 나를 발가벗긴다. 인생에 특기할 만한 실패랄 것도 없다. 면접의 단골 질문인 실패 경험은 내게 약점이다. “준비하던 시험에서 목표 점수를 받지 못했습니다.” 면접관은 부잣집 도련님 행세를 한다며 코웃음을 칠 터이다. 인생에서 가장 힘든 일이라고는 어린 시절 형한테 맞은 거다. 그렇다고 폭력을 당한 건 전혀 아니다. 형제 관계에서 동생이 으레 겪는 그런 일상사다. 형은 어른이 되어 내게 사과를 하기도 했다. 최근 악몽을 자주 꾼다. 나를 때린 형에게 소리를 지르려고 하지만 너무 억울해 성대가 울리지 않는다. 악을 쓰다가 눈이 떠진다. 항상 선택에 자신이 있었다. 그걸 해야만 하는 당위와 하고 싶다는 욕구가 병존했다. 그러나 지금은 둘 다 희미하다. 해야 하는 게 뭔지도 하고 싶은 게 뭔지도 모르겠다. 출구 없는 미로에 갇힌 기분이다. 입구로라도 되돌아가고 싶지만 맥박에 맞춰 증폭되는 초침 소리에 마음을 접는다. “그냥, 잘 모르겠어.” 홍상수 감독 작품의 찌질한 주인공이 된 것처럼. 형체 없는 말이 전부다. 누구라도 나의 사과를 받아줬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그 백수와 혁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