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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 위의 노래 Jul 24. 2022

펼쳐진 우산만큼의 거리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저녁, 창 밖으로 빗방울이 내린다.


이어폰 음악 소리에 막혀있던 세상의 발걸음이 타닥타닥 떨어지는 빗소리에 묻어 귀를 간질인다.

우산이 미처 가려주지 못한 소매를 주변의 내음을 품어 온 빗방울이 적셔 간다.

그 희미한 틈을 열고 눈가에 떨어진 한 방울의 빗물은 주변을 조금은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비는 우리가 잊고 살아온 감각들에 조용히 숨을 불어넣는다.

비가 내리는 날 떠오르는 그리운 마음 한 켠에는 옅은 미소가 드리운다.

그래서 비를 좋아한다.


비가 오는 날에는 펼쳐진 우산, 그 사이만큼 세상과 거리가 생긴다.

숨 가쁘게 지나간 여느 평범한 일상에서 없는 듯 지낸 나의 자리.

비가 오는 날에는 우산이 만들어 주는 작은 동그라미만큼 내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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