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요
'잘 자요'는 다정하다. 쉬이 잠 못 드는 나날이 많은 사람들이 있다. 우리 집에도 불면증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이 있었다. 겨우 잠에 들었다가 화들짝 깨는 적이 여러 번, 자다가 횡설수설 잠꼬대를 하던 적이 있다. 그런 나에게 있어서 '잘 자요'는 브람스의 자장가처럼 들린다.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여러 방법이 동원된다. 따뜻한 물에 샤워하고 위, 아래 같은 무늬를 한 새 잠옷으로 갈아입는다. 포근한 이불에 눕는다. 밝은 불은 끈 다음, 다정한 사람에게 받은 별빛 조명을 켠다. 머리맡에 붙여놓은 별 일러스트 엽서를 바라본다. 옆에 꽂아둔 작은 책을 펼친 다음, 마음에 들어서 접어둔 페이지를 펼친다. 별 조각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눈이 감기면 이불을 목 끝까지 덮고 몸을 옆으로 뉘인다. 잠과 더 가까워지면 조명을 마저 끄고 눈을 감는다.
새 잠옷 향기는 언제 맡아도 포근하다. 잠옷을 고를 때 마음에 드는 색감이나, 귀여운 무늬가 그려진 걸 고르기도 하지만 최대한 순면과 가까운 재질로 고른다. 등 뒤에 까슬거리는 라벨은 없는지 확인한다. 까슬거림이 느껴지면 실오라기를 풀어서 라벨을 떼어낸다. 그럼 피부에 닿는 잠옷의 촉감을 온전히 느끼며 잠에 들 수 있다. 아, 고양이 모양을 한 푹신한 긴 쿠션도 빠질 수 없지. 쿠션의 머리와 꼬리를 신경 쓰지 않은 채로 폭 안으면 꿀잠 예약이다.
그래도 잠이 오지 않으면 책상에 앉아 일기를 쓴다. 매일 써야 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서 쓰는 게 아니다. 어느 날은 글을 쓰고 싶어서 앉았는데 갑자기 한 글자도 쓰기 싫어졌다. 그러면 '쓰기 싫어졌다'를 써두고 재빨리 덮어버렸다. 글을 쓰고 나면 다음 타자는 책이다. 머리 아픈 책을 새벽에 읽으면 금방 흥미가 떨어져서 대신 새벽을 닮은 시를 읽는다.
해가 뜨지 않은 적막한 어둠과 잠들지 못한 사람, 시의 조합은 하나의 세트 같다. 새벽 감성은 무서운 게 아니라 반가운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한참을 사부작거리다 보면 아침이 밝는다. 잠들지 못했던 사람도 스르르 잠에 든다.
모두 잘 잤으면 좋겠다.
잘 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