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준다면 뭐든 해 낼거야

반장선거와 학급봉사위원 선거에 출마한 딸들

2023년 3월

13살의 첫째, 4년간 아부다비 영국학교에 다니다 한국에 돌아왔다. 매일 아부다비에 돌아가고 싶어 울었다. 한국의 문화와 한국학교의 교육이 맞지 않아 힘들어 했다.


10살의 둘째, 영국학교에서 유치원 초등 저학년 시절을 보내고 한국학교에 처음으로 입학했다. 어눌한 한국말과 맞지 않는 한국 음식때문에 고통스러워했다.


2026년 3월

16살이 된 첫째, 올해 반장선거에 출마한다며 공약 발표 대본을 내게 내민다. 고양이처럼 예민하게 반 친구들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겠다는 귀여운 멘트를 넣었다. 다음 주 화요일 선거때까지 매일 나와 발표 연습하기로 했다.


13살이 된 둘째, 올해 봉사위원 선거에 출마한다며 나에게 아무 것도 묻지 말라 한다. 공약 발표 대본도 연습도 혼자서 하겠단다. 보기 좋게 떨어졌다. 하지만 이내 2학기에도 또 출마할거야 한다. 그래 좋아 하고 답해주었다.


3년의 시간 동안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나는 그들에게 선거에 대해 말을 꺼낸 적도 없고 선거가 있다는 것을 알지도 못했는데. 선거 출마는 온전히 그들의 선택이었다.


누구에게나 때가 있다. 서툴러 보여도 상대방은 때가 될때까지 본인의 속도로 가고 있는 중이다. 섣불리 끼어들지 말고 그들의 준비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면 어떨까? 익지 않은 열매의 상태에서 개입하게 되면 진면목을 볼 수도 없고, 당사자는 제대로 된 성장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쉽지 않았을 3년의 시간을 잘 버텨준 그녀들에게 고맙다. 마음을 열고 자신을 드러내기위해 단단한 시간들을 안으로 쌓아왔을 것이다. 넘어지고 상처받은 날들과 고통의 시간도 있었겠지. 나는 그들 곁에 있어준것 밖에 하지 않았는데, 그녀들의 계절은 절로 피어난다.


당선과 관계없이 출마를 기념해 용돈을 주겠다 했다. 당선된다면 품위유지비로 조금 더 얹어주는 것도 생각해보겠다 했다. 그리고 올해 낙선하더라도 다음 해에 다시 출마하면 또 용돈을 주마했다. 그것은 그녀들이 도전하기까지 망설이고 초조한 시간을 감내하겠다는 용기에 대한 보상이다.


2024년

교직 공백 13년을 지나 학교에 복직했다. 만 22세에 시작한 교직생활이 긴 휴식을 끝내고 다시 시작되었다. 1차 목표는 해외한국학교 근무. 닥치는대로 영어와 한국문화에 관련한 일들을 했다. 반 아이들애게 처음으로 소고를 가르쳤다


2026년

도교육청 학교예술동아리지원사업를 신청했다. 선정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지 하는 마음이었다. 경남 700여개 초중고 중 350여개 학교 최종선정. 300만원 지원 20개교, 250만원 지원 5개교 이하 학교들은 200, 150, 100 차등지원이었다. 우리 학교는 250만원 지원에 선정되었다. 뛸듯이 기뻤다. 무엇보다도 나의 정체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된것 같아 벅찼다. 올해 잘 꾸려서 학교예술페스티벌 무대에 서보고 싶다. 작년 예산 하나 없이 활동할때부터 열심이었던 졸업생들과 함께 환영회부터 뻑적지근하게 하고 싶다.


덧.

일요일이다. 자전거 한시간반 타고 글쓰기 했다. 학기 초라 식단, 운동 못하던 것 돌아보고 어제부터 다시 시작했다.


어제는

아침 운동 갔다가

바나나스무디 만들어서 먹고

목살+팽이버섯

라떼

견과류 먹고

4시부터 간헐했다


오늘도

아침운동했고

짐에 가서 웨이트하고 올거고

점심은 딸들과 아웃백 가기로 했고

4시부터 간헐


내일은 출근 전에 운동

대망의 짐 인바디

일과 중 점심 급식

4시부터 간헐

퇴근하고 조슬린, 학교 선생님들이랑 티타임

칼로리 없는 것으로 마셔야지


3월말부터 4월말까지 공연 일정도 빽빽하다

소고놀 얼른 만들어 아이들 연습시키고

공연 대회 출전용 교방무와 한량무 연습도 계속 해야지


일단 짐으로 가보자.


오운완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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