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이질감, 그의 첫인상이었다.
그에게서는 말로 표현할수 없는 이질감이 느껴졌다. 사람의 범주에서 느낄수 있는 감각이 아니었다. 경계 밖의 무엇인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는것 처럼 보였다.
V를 만나고서 나는 X로 할수있는 모든것을 본것 같다. 그과정에서 나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은 사라져 버린것 같다.
V는 행려 환자였다. 행려라는 명칭은 실제 나이, 이름, 출신등 한사람을 특정할수 있는 모든 것을 알수 없는 환자들을 말했다. 그들은 자신이 누군지, 어디서 왔는지 몰랐다. 무연고자라고도 불렸다. 그들을 찾는 이들도 없었다.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하고 떨어진 존재와 같았다. 대화조차 되지 않았다. 그들의 입에서는 의미를 알수없는 '아, 아' 하는 소리만 나왔다.
V역시 그 어떤 대화가 되지 않았다. 쭈그려 앉아 그저 '아' 하는 소리만 냈다. 목에서 내는 소리가 아닌 가슴을 이용해 내는 그 소리는 조용한 병동을 울렸다.
무엇을 담고 있는지 알수 없는 눈빛이었다. 공허함도 아닌, 어딘가를 보고 있는것도 아닌 눈이 나를 향할때 마다 팔에 소름이 돋았다.
코로나 팬데믹이 막 끝이난 시기였다. 코로나를 무증상으로 넘긴 V는 어느날 감기에 걸렸다. 밤새도록 찬물을 온몸에 뒤집어쓴 결과였다. 열이나는 그를 독실로 옮기고 돌보기 시작했다.
환자들이 대부분 그렇듯 V도 본능이라고 말해야할지 욕구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어쨋든 충동이 이끄는대로, 자신의 마음대로 돌아다녔다. 그는 두꺼운 내의를 입은채 찬물을 온몸에 뿌리는 일을 반복했다. 도저히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V가 생활하고 있는 독실을 문을 밤에는 닫을수 밖에 없었다. 닫기기만 했을뿐 잠기지는 않는 병실의 특성상 언제든 나갈수 있었음에도 그는 바닥에 볼일을 보고 사방의 벽에 X칠을 했다. 마치 자신을 이곳에 넣은 복수를 하듯이 칠을한 그는 온몸에 그것을 바른채 자고 있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후 간이변기를 비워 주기 위해 두껑을 열었을때는 엄청난 양의 찰흙 덩어리 같은 X위에 자신이 손도장을 찍어 놓았었다.
감기가 거의 나아 원래의 병실로 옮기기위해 독실의 문을 열었을때는 X를 벽에 던지고 있었다. 그리고는 손가락을 입에 넣어 핥았다
토악질이 올라오는 것을 참고 샤워장에 대려가 씻기는 동안에도 끝없이 입에서 '아, 아' 하고 소리를 냈다. 그를 씻기는 동안 나의 감정을 구성하고 있던 무엇인가가 상처를 입은것 같았다.
도무지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V는 인간의 모습을 한 인간이 아닌 무엇이라고 느껴졌다. V는 우리의 인간성을 파괴하는것 같았다.
V를 사람이라고 불러도 괜찮은 것일까. 하는 생각이 끝없이 맴돌았다.
사람의 모습을 한 낯설은 무언가를 정의할 방법이 없었다.
감기가 걸린것을 전혀 지각하지 못한 V는 창문을 열어놓은채 알몸으로 쭈그려 앉아 '아, 아' 하고 소리를 냈다. 바짝마른 생닭 같은 몸이었다. 옷을 입혀주어도 그때 뿐이었다. 춥기는 한지 두주먹을 꼭쥐고 덜덜 떨었다.
그를 달래기 위해 간식을 이용해보기도 했지만 그는 먹는것에 대한 인식도 없었다. 애초에 대화조차 되지 않는 인물을 대리고 내가 무슨일을 하고 있는가 하고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가끔 자신의 이름을 또박또박 OOO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사람들이 자신을 부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 앵무새가 의미도 모르고 소리를 흉내내고 있는것 처럼 느껴졌다.
무서웠다. 그 무엇을 보았던 때보다 그가 무서웠다. 그는 망가지거나 다친것이 아니었다. 퇴행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그랬던것이다. 그렇게 태어난 존재 였다. 영혼없이 태어난 그런 존재. 나의 생물로서의 본능이었을까, 이성이 아닌 무엇인가가 그것을 알려왔다.
W는 결국 타 병원으로 전원을 갔다. 오랜기간 입원해 있으며 모두에게 한계가 온것이다. 그도, 그를 돌보던 우리들도.
현실은, 실제 상황은 드라마나 영화와는 다르다. 훨씬 무섭고 적나라하다. 그리고 한계가 없다.
출근을 하고 근무를 서며 복도를 오갈때면 가끔씩 그가 지내던 독실을 열어 본다. 새롭게 페인트칠을 하여 베이지색으로 깨끗한 벽이 보인다. 그의 흔적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분명히 이곳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