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충전(上)
아침 투약을 하고 오전 요법을 준비하고 있을때 J의 고함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공중전화로 J는 어딘가에 전화를 걸어 자신의 짝고환을 수술해달라고 하고 있었다. J가 전화를 잡은지 거의 30분 가까이 되는것 같은데 다행히 다른환자들이 전화를 하러 오지 않아 별일은 없다. 여전히 J는 자신의 고환이 짝짝이라는 생각으로 여기저기 전화를 하고 수술을 해달라며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내가 입사하기전에 있었던 선배들 말로는 소방서나 경찰서에도 전화를 했다고 하니 요즘은 많이 나아진 편인것 같다. 적어도 병원에 전화를 해서 수술을 해달라며 떼를 쓰니 말이다. 그렇다면 지급 전화하고 있는 곳도 병원이라는 말인데 어디의 무슨병원인지 몰라도 희한하게 전화를 오래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점심 투약후 오후 업무를 시작하려는데 외진팀에서 연락이 왔다. J가 외진이 잡혀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외진을 따라가야 한다는 말이었다. J와 외진이라니 생각만으로 한숨이 나왔다. 분명히 가지않기 위해 난리를 칠텐데 어떻게 대려가야하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이때 까지만 해도 나는 아직 여유가 있었다.
예상대로 J는 외진을 가지 않겠다며 떼를 쓰며 병실바닥에 주저앉아 난리를 쳤다.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다는 분이 고집을 부리며 발버둥을 치는데 무슨 힘이 그리도 센지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걸기도 힘들었다. 거기다 평소에는 그렇지 않으면서 이럴때는 눈치가 빨라져서 말을 돌려 주의 끌기도 쉽지가 않았다. 온갖말로 설득을 해봐도 시간은 흐르고 도무지 갈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압박감을 느끼던 나는 결국 짝고환 진찰을 받으려면 가야한다고 했다. 말을 하면서도 속여야 한다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그래도 외진은 가야했다. J의 걷는것을 볼때 더이상 시간을 끌면 안될것 같았다. 어딘지는 몰라도 사단이 난것 같았다. 내말을 듣자 그는 움직임을 멈추고 정말이냐며 쳐다 봤다. 당연히 거짓말이었다. 오늘 외진은 정형외과이지 비뇨기과가 아니었다. 어쨋든 설득이 되는것 같았다. 그는 정말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들었다.
잠시후 J와 나는 병원 엠뷸런스에 탑승하여 가까운 의료원으로 출발했다. 외진 팀에는 짝고환 진찰을 간다고 했다고 이미 알렸다. 외진팀에게서 알겠다는 답을 들었다. 외진을 가는 중에도 J는 자신의 고환에 대해 신이나서 쉬지않고 떠들었다. 별로 알고싶지 않은 정보인데다 나는 J의 고환이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정상임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외진을 데려오기 위해 실랑이를 벌인것으로 이미 진이 다빠져 대꾸할 힘도 없었다. 창밖으로 풍경이 아무렇게나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