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1)

이발

by 지인

코로나 이후로 병원에 이미용 봉사가 오지 않은지도 오래되었다. 환자들의 머리가 많이 길어 잘라줄 필요가 생겼다. 결국 직원들이 이발기구를 구매해 직접 깎아 줘야 했다.


다른 직원들은 어땠는지 모르깆만, 솔직히 나는 재미있었다. 그래서 시간이 날때마다 환자들의 머리를 깎았다. 많은 환자들이 박박 밀어달라고 했기에 꽤나 쉽게 밀었다. 다른 환자들도 스포츠머리로 짧게 깎아달라거나 해서 이발기구의 높이를 조정해 가며 편하게 깎았다. 가끔 열 명 중 한 명 꼴로 뭔가 미용실에서 처럼 잘라 달라고 하는데 가위로 적당히 모양을 맞춰주면 대부분 만족했다.


간혹 옆머리만 남은 이들이 정돈해 달라며 오는데 오늘 온 환자는 특이한 요구를 했다. 옆머리와 뒤머리를 그의 요구대로 짧게 자른 후 그에게 다됐다고 하니 거울을 보고 와서는 심각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왜 윗머리는 안 잘라요? 순간 그의 텅 빈 머리를 향하는 시선을 재빨리 아래로 내려 그의 눈을 마주 보았다.


싱긋 거리며 미소 짓고 있는 그에게 별다른 의도는 보이지 않았다. 뭐라고 말해야 기분 상하지 않고 웃으며 넘길 수 있을까. 그는 내가 어떻게 반응할지 생각하거나 말거나 별말 없이 이발을 위해 가져다 둔 의자에 앉아 나머지 윗머리도 잘라달라고 했다.


그의 농담에 어떻게 재치 있게 대답할까 하는 생각이 저 멀리 사라졌다. 그는 웃자고 한 말이 아니었다. 고개를 숙여 그의 텅 빈 머리를 보았다. 단 한 가닥도 없는, 맨질맨질한 대머리였다. 대머리를 대머리라고 부르면 실례일까 하는 물음이 머릿속을 휘저었다.


잠시 고민 끝에 일단 이미 잘라 짧아진 그의 옆머리와 뒷머리를 조금 더 다듬기 시작했다. 시간을 벌어야 했다. 내가 알기로 지금 이환자는 강박적인 성향은 있어도 망상은 없었는데 하면서 새로운 증상이 생긴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슬쩍 윗머리는 어떤 모양으로 자를까요 하고 물었다. 망상인지 아닌지 확인이 필요했다. 그는 내 의도를 아는지 모르는지 평온한 목소리로 다른 사람들처럼 깔끔하게 해달라고 했다. 옆머리를 자르던 이발기구를 맨살이 반질반질한 머리로 올려 문질렀다. 갑자기 그가 너무 짧게는 하지 말라고 했다.


나는 천연덕스럽게 알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빗을 가져와 머리를 넘기는 시늉을 하며 이발기를 움직였다. 잠시 후 그는 머리를 감고 와서는 거울을 보며 꽤나 만족한 듯 웃으며 고맙다고 인사를 해왔다. 등에서 식은땀이 다 나는 것 같았다.

금요일 연재
이전 14화L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