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70대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by 제이드

중학교 시절 나는 역사 수업을 좋아했다. 한국사도 좋았고, 세계사도 좋았다. 처음 좋아하기 시작한 계기는 어렴풋이 점수가 잘 나와서였던 거 같다. 그냥 무조건 외우면 되었기 때문에 시험공부할 때 정말 열심히 외웠다.

그러면서 흥미가 생겨서인지 수업 시간에 선생님의 이야기들이 귀에 잘 들어왔고 가끔 역사의 뒷이야기를 들으면 너무 재미있었고 책을 찾아보기도 했다. 그 시절에 내가 독서라는 걸 하기 시작한 것 같다. 세월이 지나면서 책을 읽지 않게 된 것도 흥미를 잃어서 인 것 같다.



어릴 때 토요일마다 “주말의 명화”를 봤다. 영화를 볼 수 있던 기회는 그저 TV에서 보여주는 영화가 다였다. 영화관에 갈 생각은 20대가 되어서야 했다. 왜 그랬을까? 우리 집은 의식주 외에 다른 문화를 즐길 수 있다는 걸 아무도 몰랐던 것 같다. 관심도 없었다. 그만큼 사는 게 힘들었다.

그 당시 “주말의 명화”는 정말 다양한 장르, 다양한 국가, 다양한 내용에 영화들을 많이 보여주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공포, 스릴러, 호러는 보지 않았다. 뒤가 찜찜한 영화는 내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

그 당시에도 난 역사물의 영화를 흥미롭게 본 것 같다. 그것도 유럽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했던 영화, 아니면 미국 남북 전쟁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인데 여자들의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가고 치마는 정말 지구가 넓다고 느낄 만큼 넓게 퍼져 있는 드레스를 입은 영화들을 좋아했다. 색감도 정말 화려했던 것 같다.



그 영화 배경의 유럽의 역사는 화려하고 풍요롭고 성공적인 모습만 그려주어서 내가 느끼기엔 “유럽이면 다 좋아”라는 편견을 심어 주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다양한 지식을 접하면서 그 뒷면에 추한 모습과 형평성도 공정성도 없이 오직 그들만의 리그를 위해 다른 민족들을 희생시켰는지를 안 순간 나의 환상은 모두 깨졌다.



나이 들어감의 비애인가? 이렇듯 세상을 살다 보니 흥미로웠던 영화도 연극도 뮤지컬도 음악도 나의 시간 뒤로 다 흘러간 듯하다. 그러다 40대 후반이 되고 나니 다시 관심이 생겼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벌거벗은 한국사”, “벌거벗을 세계사”를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집중하고 있는 나를 느꼈다. 나는 여전히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다시 꿈을 꾸게 되었다. 그런 직업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미술관 도슨트처럼 역사 도슨트를 꿈꾼다. 경복궁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경복궁을 설명해 주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

멋지게 나이 들어감에는 꿈이 있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60대 중반까지는 현실적인 꿈을 꾸며 성장하고 70대 이후에 꿈은 나이 듦에 책임을 지는 꿈을 꾸면 좋겠다. 나의 70대는 평화로운 일상에 한 자락의 사치스러운 꿈을 덮어서 건강하고 자유롭게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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