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의 종이를 보면
빠알간 궤적으로 물들여야 할 것 같은 충동
여리고 가는 손목의 맥박에
서늘한 날을 가져다대면
이 차가운 날붙이가 날 구원하리라는 착각
시린 밤을 견디고
가까스로 눈을 떠 마주한 것은
시리다 못해 얼어붙어버린
가시 돋힌 진실
찔린 순간보다
아픔을 깨달은 순간이 더 저리다는 것은
왜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나요
시간은 해결사이지만
과정은 그 해결을 어려이 하는 방해자
째깍째깍 시계의 초침이
난도질하는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