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무제

by 여명

순백의 종이를 보면

빠알간 궤적으로 물들여야 할 것 같은 충동

여리고 가는 손목의 맥박에

서늘한 날을 가져다대면

이 차가운 날붙이가 날 구원하리라는 착각


시린 밤을 견디고

가까스로 눈을 떠 마주한 것은

시리다 못해 얼어붙어버린

가시 돋힌 진실


찔린 순간보다

아픔을 깨달은 순간이 더 저리다는 것은

왜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나요

시간은 해결사이지만

과정은 그 해결을 어려이 하는 방해자

째깍째깍 시계의 초침이

난도질하는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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