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거죽

by 여명

한꺼풀

한꺼풀

벗겨낼수록 흰 살을 드러낸다

이처럼 제 거죽을 벗겨 살을 주는 생물도 있는데

인간은 어찌 벗을수록 추하구나


한꺼풀

한꺼풀

벗겨내면 드러나는 것은 눈에 선명히 보이는 악취

겹겹이 둘러둔 것이 그럴듯할수록

내부는 썩어있기로 약조라도 한 것인지

실망에 실망을 거듭하다보면

끝에는 아릿한 혐오와

흐리게 강렬한 증오만이 새겨진다


벗겨낸 허물이 많을수록

그 위에 새겨지는 비문도 진해진다

존경과 사랑을 담은

남은 자들의 그리움이 아닌

원망과 저주의 비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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