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한 더위를 겪은 한 베트남 쌀국숫집 이야기

by 뽀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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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그 여름날. 찬 음식으로도 더위를 달래기 어려웠던 그날, 동생의 제안으로 우리는 뜨거운 국물 요리 쌀국수를 먹으러 갔다.


상큼하면서도 깊고 구수한 국물을,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먹자는 동생의 간절한 제안에 우리는 베트남 현지인 사장님이 운영하는 쌀국숫집으로 향했다. 그 식당은 모르는 노래이지만 마음의 정겨움을 느끼게 하는 베트남 음악이 흐르고, 서툰 한국어지만 직원들의 친절함이 좋았던 곳이었다.


키오스크 앞에서 메뉴를 주문하려는데, 나풀거리는 손글씨 메모.


"올해 기후가 매우 가혹하여 고수 가격이 상승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당분간 고수를 제공하지 못하게 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땀을 닦아도 모자라고 손풍기마저 무색했던 그 고온의 계절을, '기후가 가혹하여'라고 표현한 문구가 마음에 박혔다. '고온으로 인하여', '더위로 인하여'가 아닌 '가혹한 기후'라고 그들이 여름을 표현한 한국어는 순도 있고 귀여운 마음까지 들었다.


가혹한 환경에서 자라기 어려웠던 고수를 제공하지 못하여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쓴 글씨체에서 미안함과 정중함이 느껴졌다.


한 줌의 고수가 없었을지언정 그날의 쌀국수는 여느 때보다 깔끔하고 깊은 맛이었다. '가혹한 기후'가 잠시 앗아간 그 빈자리는, 타국에서 함께 이 더운 날을 이겨내고 있는 어떤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대신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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