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달라도 느껴지는, 한국인의 서정적이면서 흥 넘치는 정서
그림 속에서 자진모리장단이 두둥 두둥 진동을 일으키며 소리를 내는 듯한 느낌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서울 마곡 미술관 스페이스 K에서 전시되었던 독일 작가 소피 폰 헬러만의 '축제' 작품들은 그림 작품마다 어떠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화려한 색감과 역동적인 붓칠 속에 휘날리는 형형색색 휘장과 그네를 타며 흩날리는 한복 치맛자락,
질서 정연한 원을 그리며 정갈하고도 화려하게 움직이는 부채춤 속에는 우리에게 그 예전부터 익숙한 고유의 한국인만의 소리가 있었다.
이번 소피 폰 헬러만의 '축제' 전시는 한국의 단오 등 전통 축제에서 영감을 받아 그려진 그림들이 전시되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어떠한 밑그림 없이 바로 붓으로 그려진 그림이라는 점이다. 별도의 스케치 없이 자연안료의 물감 색으로 바로바로 칠해지다 보니 물감이 물에 번지는 부분, 물감과 물감이 섞여 내는 곳곳의 색감들은 오히려 몽환적으로 비쳤다.
소피 폰 헬러만은 외국인 작가로서 한국의 축제를 단순히 재해석한 것이 아니었다.
한국인의 무의식 속에서 흐르고 있는 내면을 꿰뚫고 있었다.
한국인 고유의 서정적이고 때로는 애달프며, 동시에 꽹과리 하나로도 머리를 흔들며 바로 흥겨움 속으로 빠질 수 있는, 특유의 정서를 통찰하고 있었다.
그러한 정서는 창포물에 다소곳이 머리를 감는 여인들이 그려진 그림에서, 화려한 각종 탈을 쓰고 탈춤을 추며 역동적인 팔동작을 취하는 연희자들이 그려진 그림에서, 한 폭의 구름 사이사이 날아다니는 새의 고고한 몸짓에서 나타난다.
전시를 감상하는 이들로 하여금 놀라움을 자아내는 것은 벽 전체를 바로 붓칠로 그려나간 거대한 벽화들이다. 전시된 각각의 작품들이 벽화에 그려진 자연 풍경들과 연결되어 공간 자체를 작품으로 만든다.
자연에 기대어 소원을 빌던 전통적이던 우리네 신앙이 느껴질 정도이다.
소피 폰 헬러만의 전시 작품은 단순한 작품을 넘어 그림을 감상하는 한국인들에게 잊고 있던 향수와 외국인이 알려주는 우리의 핏줄을 다시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