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나폴리 속에 잠시 있었던 전시

by 뽀잉

괴테가 찬탄했던 19세기 이탈리아의 나폴리. 찬탄의 뜻에는 긍정적인 감탄만 있는 것일까, 애잔한 마음의 감탄도 포함된 것일까?


마이아트뮤지엄에서 8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진행되는 카프디몬테 이탈리아 국립 박물관 19세기 컬렉션 전시에 다녀왔다. 주말에 관람하여 평일 진행되는 도슨트는 듣지 못했지만 그림들을 감상하며 19세기 이탈리아 나폴리, 그리고 그 시대상과 생활양식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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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섹션부터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그림에 대한 배경과 시대의 변화보다 그림 속 여인들의 치장에 가장 먼저 눈이 갔다. 그림에 직접 액세서리를 걸쳐준 듯, 프란츠 폰 레바흐 작가의 작품 '마리아 술리에의 초상'속 공주님의 다이아몬드는 1m 밖에서도 화려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액자와 작품이 한 몸으로 다가왔던 살바토레 포스틸리오네 '기도하는 수녀의 모습' 역시 두 손을 쥔 경건하고 거룩한 마음과 더불어 수녀의 강단이 느껴지는 눈빛과 입술이 인상적이었다. 휘날리는 초와 아름답고도 자유롭게 배치된 꽃과 대비된, 앞머리의 그림자 때문에 눈빛에 더 힘이 느껴지는 수녀의 모습에서 마음의 중심이 영적으로 모아진 기품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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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계급이 귀족 또는 서민으로 구분되어 단순했던 18세기와는 달리,

19세기는 산업화와 도시화가 이루어지며 이에 따라 문화와 교육 역시 발전되던 시기. 집에서 가정을 돌보던 여인들의 모습들이 풍부해지고 다양해지던 시기이다. 어머니이면서도 가정 내의 여왕, 능수능란한 사교계의 세련미 넘치는 여성 등 여성들이 자아내는 분위기도 다채로워진다.


마치 증명사진처럼 정면을 향한 정직한 포즈가 아닌, 손가락을 입술에 댄 채 천진하게 웃음을 짓는 여인, 거울을 그윽하게 바라보는 여인들의 다양한 동작.

여기에는 모자, 스카프, 머리 위의 꽃 등 장식이 인상적인데,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중산층의 상류층에 대한 동경, 그들을 모방하는 욕망들이 드러나 있다.


왼쪽 루이지 브란카치오 작가의 작품 제목 역시 '이른 허영심'이다. 붉은 볼과 통통한 손가락, 스카프를 꼬옥 잡고 모자를 고정한 자태가 귀엽고 깜찍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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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에서 조금 특별했던 점은, 조아키노 토마 작가의 작품들이 섹션 중 하나로 차지하여 전시 속 전시의 느낌을 주었다는 점.

조아키노 토마는 겨우 6살이 되던 해 고아가 되어 고아원과 수도원을 전전했다고 하는데, 그 외로움과 고독, 음울한 그의 어떤 세계관과 감성이 작품 속에서도 여실히 느껴진다.

죽어가는 아들을 그린 작품이나, 검고 어두운 배경 앞 과일과 채소들을 그린 정물화, 헌금을 두고 사회적인 고민을 하는 신부를 그린 작품 속에서도 색감과 그림자를 통해 약간의 우울한 감성이 느껴진다.


쓸쓸한 분위기의 그림 탓일까. 조금은 안쓰럽기도 한 토마 작가의 유년시절과 달리, 그의 말년은 화가이면서도 나폴리 미술 아카데미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 및 미술 교육에 헌신한 인물로 이름이 남겨져 안도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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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에서 변화해가는 19세의 생활양식, 교육, 문화의 변화, 그 흐름에 따라 중산층의 확산과 그 속에 피어난 상류층에 대한 욕망과 동경을 지나 토마의 어두운 그림 속에서 잠시 시대의 어떠한 반증이 아닐까, 생각하던 찰나. 이렇게 기분 좋은 풍경화들이 펼쳐진다.


당시 과거 위대한 흔적이 더해진 장소를 찾고자 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던 시기, 유럽 상류층은 '그랜드 투어'라는 문화 탐방 여행을 떠나곤 했고, 특히 나폴리 만을 따라 이어지는 풍경들은 이들이 모이는 감성과 지성이 교차하는 공간이었던 것.


해안의 물결과 육지가 접하는 지점은 물감이 도톰하게 발려 물과 땅의 경계를 이루는 자갈의 느낌을 자아냈고, 환하게 비치는 빛이 인물들의 옷감과 살결, 그리고 그림자를 경쾌하게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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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평화로운 해안가의 소년. 물살이 세지 않고 잔잔한 해안과 팔꿈치로 몸을 기댄 채 발목의 각도마저 나른하게 느껴진다. 이 찬란한 자연이 담긴 네 번째 섹션의 작품 속에는 나폴리 만, 이스키아 섬, 폼페이 유적지, 베수비오 화산 등 나폴리 내 명소들이 화폭 위에 아름답게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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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 포스터의 대표 작품이었던 빈첸초 카프릴레의 '해변에서'.

해변과 모래 위로 내리쬐는 햇살과 잔잔하고 나무랄데 없는 이 평화로운 해변에 핑크색 옷을 입고 다소 익살스러운 남성의 몸짓. 그리고 그 앞에 파격적으로 상의를 벗은 여성의 무릎 꿇은 자세가 이 잔잔한 작품에 생기를 더한다. 바닷가 일상의 재미와 추억, 따뜻함과 거대한 자연의 공존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총 62점의 작품들을 둘러보며 19세기의 나폴리의 분위기와 시대 여행을 잠시 하고 온 기분이었다.

아직 가보지 않은 도시라 내게는 미지의 도시이지만,

당시 여인들의 아름다운 치장과 익살스럽고 천진한 웃음, 그녀들의 자세에서부터 배어나오는 교양, 그리고 동전의 양면처럼 병자와 약자, 고뇌하는 사람들의 어두운 모습들, 하지만 그럼에도 결코 변치 않는 아름다운 나폴리의 대자연과 유적지들까지 이 전시는 이탈리아 나폴리에 대한 환상을 내게 좀 더 심어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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