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많은 직업이 자동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모든 분야가 똑같은 속도로 AI에 대체되는 것은 아니고, 빠르게 AI가 침투하는 산업과 오랜 시간 인간의 도움이 필요할 산업으로 나뉘게 될 것인데, 그 차이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디지털화된 데이터이다.
프로그래밍 분야는 AI 혁명의 최전선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분야이다. 2025년 바이브 코딩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면서 더 널리 활용되기 시작하였다. 이 새로운 개발 방식은 개발자가 자연어로 원하는 기능을 설명하면 AI가 그 설명에 맞추어서 코드를 생성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 개발 방식의 변화를 부르고 있다. 과거에는 프로그래밍 언어의 문법과 명령어를 완벽하게 숙지한 전문가만이 코드를 작성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문제를 정확하게 정의하고 해결 계획을 수립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 이런 변화를 좀 더 생활과 가까운 예로 들면 자동차로 여행을 간다고 하면 100년 전에는 고장을 대비해서 엔진과 구동 계통에 대한 지식이 필요했지만, 현대는 여행지에서 어떤 경험 할지에 대해 집중하고 자동차 고장에 대해서는 보험사와 정비소를 신뢰할 수 있는 상황과 같이, 개발자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여 어떤 결과를 얻을지를 계획하는 일에 집중하고, 실제 프로그램 코드는 AI에게 맡겨서 개발자는 개발의 목적과 완성도에 더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환경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프로그램 개발 업무에서 AI의 발전이 빠르게 일어나는 이유는 디지털 기반의 풍부한 데이터가 쌓여 있는 산업 분야이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자체가 디지털로 동작하며, 최초 설계와 다르게 변경되었어도 소스코드를 확인하면 어떤 변경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깃허브, 스택오버플로우와 같은 플랫폼은 전세계 개발자가 모여서 질문과 답을 하고, 오픈소스를 개선하기 위해서 연구와 토론한 내용이 모여 있어서 학습할 데이터가 충분하다. 또한 프로그램 언어는 자연언어에 비해서 문법이 단순하고, 사용하는 단어 수도 적어서 학습에 유리하며, 프로그램 개발자들은 신기술에 대한 거부감이 적어서 적극 도입하는 특징 등의 이유로 현재 AI 도입이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분야가 되었다.
이런 프로그램 개발 산업 분야와는 반대로 AI가 쉽게 침투하지 못하는 분야는 디지털화 된 정보가 적고, 규격화하기 어려운 분야로 데이터를 수집하기 어렵거나, 특성이 너무 달라서 일정한 규격으로 나누기가 어려운 분야이다. 예를 들면, 영업사원은 고객사마다 다른 조직문화, 담당자의 성향, 업계 특성을 이해하고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영업 과정에서 나누는 수많은 대화, 미묘한 감정의 교류, 신뢰 형성 과정은 대부분 기록으로 남지 않고, 결과만 축약되어 기록 및 보고 하므로 AI가 학습할 데이터가 매우 부족한 산업 분야이다. 산업 설비 제작 및 설치 분야도 표준화가 어려운 영역이다. 공장마다 기존 설비 배치가 다르고, 천장 높이나 전력 선로 용량 같은 물리적 제약이 제각각이고 새 설비를 기존 시스템과 연동할 때는 현장에서 실제로 가동하며 미세 조정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도면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간섭이나 진동 문제가 발생하면 숙련된 기술자가 즉석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이런 경험은 매뉴얼로 남기기 어렵고, 상황별로 워낙 다양한 데다가 문제를 해결하고 설치 완료 후에는 상세한 기록을 남기는 것보다는 다음 작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서 데이터 수집과 보관이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AI시대에 인간의 도움이 계속 필요한 산업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여러 가지 이유로 현실 세계를 디지털 데이터로 만들기 어렵고, 상황이 제각각이라서 규격화하기 어려운 산업에서는 여전히 인간이 맥락에 대한 이해를 통해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분야이다. 인간이 중심이 되는 산업으로 감정, 공감, 대인 관계와 관련한 직업의 경우에는 AI가 인간을 대체하기 어렵고, 최근 주목받는 피지컬AI 등은 로봇의 물리적인 움직임도 AI를 통해 구현할 수 있어서 인간을 대체하기 쉬워 보이지만, 복잡하고 변화가 많은 작업장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고, 작고 섬세한 작업이 가능한 로봇은 단가 비싸서 단시간에 인간을 대체하기는 어렵다. 그 외에도 법적으로 인간의 지위가 필요한 업무도 있는데, 의사와 같이 판단과 행동에 대해서 책임져야 하는 전문직은 인간을 쉽게 대치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능력을 갖추어야 AI 시대에도 가치 있는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디지털화가 어렵고 규격화되지 않은 산업에서 오래 일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간적인 맥락을 읽고 상황 판단하는 능력, 도면과 매뉴얼만으로는 알 수 없는 물리적 제약을 현장에서 직접 파악하고,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을 때 즉석에서 대안을 찾아내는 유연성과 경험, 의료나 법률 같은 전문직에서는 기술적 지식뿐 아니라 환자나 의뢰인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윤리적 판단을 내리며, 그 결과에 책임지는 자세가 요구된다. 이 모든 능력의 공통점은 결국 인간만이 가진 통찰력, 공감 능력, 그리고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책임지고 결정을 내리는 것은 인간이 가지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AI는 우리의 적이 아니라 도구이며, 인간이 더 인간다운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협력자가 될 수 있다. 프로그래밍 분야에서 바이브 코딩이 등장했듯이, 다른 산업에서도 AI는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작업을 맡아 처리하면서 인간에게는 창의적이고 맥락적인 판단을 내리는 시간을 더 많이 제공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복잡한 현실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며 책임지는 능력이다. 이런 능력을 갖춘 사람들은 AI 시대에도 여전히, 어쩌면 지금보다 더 큰 가치를 인정받으며 오래도록 일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