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보고서가 보여주는 AI 시대의 경고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인재상

한국은행이 지난 10월 발표한 보고서는 우리 사회에 불편한 진실을 들이밀었다. 국민연금 가입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 AI 노출도가 높은 직종에서 청년층 일자리는 20만 8천 개 줄어든 반면, 50대 일자리는 14만 6천 개 늘어났다. 전체 통계로 확대하면 청년 일자리는 21만 1천 개 감소했고, 50대는 20만 9천 개 증가했다. AI 노출도가 높은 직종일수록 청년 일자리 감소 속도가 빨랐다는 점에서, AI 기술 확산이 고용 구조를 뒤흔들고 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한국은행은 AI와 청년층 일자리 감소가 높은 상관관계가 있지만 아직은 직접 원인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이미 보고되어서 이 현상은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현상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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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와 출판업 같은 AI 노출도가 높은 산업군에서 청년층 일자리가 감소하고, 50대 경력자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현상의 원인은 청년층이 담당하던 정형화된 업무는 AI로 쉽게 대체되는 반면, 오랜 경험에서 축적된 암묵적 지식과 협업 능력을 요구하는 경력직 업무는 여전히 사람의 영역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직종에서는 청년 취업자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는 사실이다. AI를 대체 위협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생산성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지가 고용 유지의 관건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필자는 최근 '바이브 코딩'이라는 개념을 접하며 AI 활용 가능성을 실감했다. 오픈 AI 창업 멤버이자 테슬라 자율주행 연구를 이끌었던 안드레 카파시가 2025년 초 제시한 이 개념은, 사람이 일상 언어로 원하는 결과를 설명하면 AI가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생성하는 개발 방식이다. 마치 팀장이 신입사원에게 업무를 설명하듯 AI에게 지시하면, AI가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작업을 처리한다. 이런 특징 때문에 직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서는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일반 부서에서도 바이브 코딩을 통해 프로그램을 만들고 생산성 향상을 달성했다는 사례도 있다. 이런 변화는 기업이 여러 명의 신입을 채용해 교육하는 대신, 경력직이 AI와 효과적으로 협업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구조를 점차 더 선호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AI 시대 인재의 경쟁력이 무엇인지 분명히 보여준다. 단순히 전문 지식을 많이 쌓는 것만으로는 새로운 시대의 인재상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인간은 목표를 설정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고차원적 역할을 맡고, AI는 그 지시에 따라 실행하여 높은 생산성을 달성하는 능력을 가진 인재가 새로운 세대에 더 적합한 인재이다. '어떻게 할지를 아는 인재(노우-하우, know-how)'에서 '무엇을 할지를 아는 인재(노우-왓, know-what)'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패스트 팔로워에서 퍼스트 무버로 도약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인재이다. AI를 단순히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창의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려면 교육이 평면적 지식 암기에서 벗어나,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학생들이 AI를 협업 도구로 활용하며 더 높은 차원의 사고 능력을 기르도록 교육 과정을 재설계해야 한다. 기업 또한 내부 교육을 강화해서 임직원이 가진 업무 지식을 바탕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인재로 성장시키는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해야 한다.


AI 시대는 이미 현실이 되었고, 그 속도는 우리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 한국은행 보고서가 던진 경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교육과 고용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청년 세대는 더 큰 위기를 맞을 것이고, 우리 사회의 미래 경쟁력도 심각하게 흔들릴 것이다. 변화의 물결 앞에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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