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모와 테슬라는 각각 최선의 선택을 하였다.
샌프란시스코 정전 사태에서 웨이모와 테슬라가 보여준 상반된 대응은 자율주행 기술의 본질적 차이를 드러냈다. 2002년 대선 개표 방송에서 겪은 아찔한 경험이 이 사건을 바라보는 내 시각을 형성했다.
2002년 나는 개표 방송 컴퓨터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노무현 후보와 이회창 후보의 득표가 역전될 순간, 정작 내가 역전 상황 그래픽을 프로그래밍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급박한 일정 탓에 내가 무엇을 했는지조차 명확하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당시는 선거 부정 의혹이 제기되던 민감한 시기였고, 한 지상파 방송사에서 시험 화면이 그대로 송출되어 논란이 일었던 터라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었다. 테스트 과정에서 모든 후보의 득표수를 동일하게 맞춰 시험했기에 역전 상황을 실제로 구현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역전이 임박하면 하단 그래픽 포맷을 다른 형식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위기를 넘겼다. 방송사에는 항의 전화가 쇄도했다. 시청자들은 왜 포맷을 자꾸 바꾸느냐며 일관성 있게 유지하라고 요구했다. 당연히 방송사 높은 분들도 부조정실로 뛰어와서 왜 그러냐고 소리쳤고.
당시 기억으로는 재역전 가능한 상황이 2~3 차례 있었고 그 때마다 하단 포맷을 바꾸면서 버텼고, 그 시간은 정말 고통스러웠다.
이 경험은 내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았다. 나는 비상상황에 대비가 되었는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대안이 있는가, 이 두 가지를 항상 점검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샌프란시스코 정전 사태에서 웨이모와 테슬라가 보인 대응은 이런 관점에서 흥미롭다. 내가 웨이모 직원이었다면 웨이모의 결정을, 테슬라 직원이었다면 테슬라의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웨이모의 정차 결정은 합리적이었다. 운전석에 감독자가 없는 완전 자율주행 차량이기에 안전한 상황이 아니라면, 그 자리에서 멈추는 것이 옳은 선택이었다. 특히 교차로에서 정전으로 신호가 꺼진 상황에서는 다른 운전자들이 교차로 진입 규칙을 정확히 따를 것이라 확신할 수 없다. 게다가 네트워크 연결이 끊길 수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 자리에 정차하는 것이 더 큰 사고를 예방하는 길이다. 다만 영상을 보면 차량들이 도로 한가운데 멈춰 있는 영상이 많이 보이는데, 길가로 이동해 정차했다면 더 나았을 것이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AI가 적절한 판단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테슬라의 계속 운행 결정도 타당하다. 운전석에 감독하는 사람이 타고 있어 자율주행이 실패하더라도 즉각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 운전자가 최종 안전망 역할을 하는 구조에서는 시스템이 정상 작동을 유지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자동차는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에 원활한 교통 흐름보다 안전이 우선한다. 제조업에서 매년 받는 안전 교육의 핵심도 같은 원칙이다. 설비가 이유 없이 정지하면 전원을 차단하고 위험 표지판을 설치한 후 원인을 찾는다. 나 역시 설비에 문제가 있으면 이렇게 행동하려고 노력했지만, 아차 하는 순간에 손가락을 크게 다친 적이 있어서 안전의식이 더 체화되기도 했다.
결국 웨이모와 테슬라의 선택은 자율주행에 대한 서로 다른 철학을 반영한다. 웨이모는 완전 무인 시스템의 안전을 최우선하고, 테슬라는 인간의 최종 판단을 전제로 판단했다. 어느 쪽이 옳다고 단정할 수 없다. 다만 비상상황에서 각자의 시스템이 일관된 원칙에 따라 작동했다는 점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