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심으로 적어보는 SPG 이야기
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 CES 2026에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공개되면서 전 세계가 로봇 시대의 도래를 실감했다. 사람처럼 걷고 뛰며 물건을 집는 아틀라스의 모습은 SF 영화 속 장면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화려한 로봇의 움직임 뒤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핵심 부품들이 숨어 있다. 최근 그중 SPG가 주목받고 있다.
SPG는 제조업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이미 익숙한 이름이다. 공장 자동화 설비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모터와 감속기를 생산하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모터는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회전력을 발생시킨다. 하지만 너무 빠르기만 하면 힘이 약해서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기 어렵다. 이때 감속기라는 기계장치가 모터의 빠른 속도를 낮추어서 사용하기 적당한 속도와 강한 토크, 즉 회전력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모터가 분당 3000회 회전할 때 1:100 감속기를 사용하면 회전수는 100분의 1인 분당 30회로 줄어든다. 대신 토크는 100배가 증가한다. 10그램의 물체를 감아올릴 수 있는 작은 모터에 1:100 감속기를 연결하면 1킬로그램을 들어 올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작은 모터로 큰 힘을 낼 수 있는 비결이 바로 감속기에 있다. 또한 모터가 100회 회전할 때 감속기는 1회 회전하므로 회전 각도를 정교하게 조정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과거 한국의 제조업 현장은 일본 등에서 수입한 모터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수입 제품은 성능은 좋았지만 가격이 비쌌고, 고장이 나면 부품을 구하기도 어려웠다. 공장이 멈추면 막대한 손해가 발생하는데, 수입 부품을 기다리는 시간은 제조업체에게 큰 부담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SPG가 국산 모터와 감속기를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시장에 변화가 일어났다. SPG 제품은 가격이 저렴했을 뿐만 아니라 국내 회사이다 보니 부품 조달과 수리가 훨씬 쉬웠다. 처음에는 가격 경쟁력으로 시작했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서 사용되면서 문제점들이 개선되었다. 고객들의 피드백을 빠르게 반영하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기술력을 쌓아갔다. 결국 신뢰성과 안정성 면에서도 인정받으며 시장을 장악하게 되었다. 제조업 현장에서 여러 해 동안 SPG 제품을 사용해 본 사람들에게 SPG 모터와 감속기는 10년 이상 사용해도 믿을 수 있는 파트너가 되었다.
SPG의 성공은 국내 시장에 머무르지 않았다. 꾸준한 품질 개선과 기술 개발을 통해 세계 시장으로 진출했다. 한국에서 검증된 제품은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았고, 지금은 여러 나라로 수출되고 있다. 제조업의 기본이 되는 부품을 만들면서 쌓은 노하우가 글로벌 경쟁력으로 이어진 것이다.
201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SPG는 한 단계 더 도약했다. 일반 모터와 감속기에서 벗어나 정밀감속기, DD 모터, 중공로터리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한 것이다. 정밀감속기는 로봇의 관절처럼 매우 정확한 움직임이 필요한 곳에 사용된다. 로봇 팔이 밀리미터 이하의 움직임까지 정확하게 제어하려면 감속기도 그만큼 정밀해야 한다. DD 모터는 다이렉트 드라이브 모터의 약자로, 감속기 없이도 강한 힘을 낼 수 있는 특수 모터이고, 중공로터리는 가운데가 빈 구조로 케이블이나 다른 부품을 통과시킬 수 있어 로봇 설계에 유용하다.
물론 이런 고급 부품을 만드는 회사는 SPG만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많은 경쟁사가 있고, 특히 중국에는 비슷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매우 많다. 제품 카탈로그에 적힌 스펙만 보면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오랜 기간 실제 산업 현장에서 사용되며 신뢰성을 입증받은 회사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실제로 몇 년씩 사용했을 때 고장 없이 작동하는지, 문제가 생겼을 때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지가 제조업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SPG는 바로 이런 점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흥미로운 사례로 국내 로봇 기업 레인보우 로보틱스를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설립 초기에 자체 개발한 감속기 기술을 크게 홍보하며 기존 로봇 회사와의 차별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제품 사양 결정 등의 설계 기술은 레인보우 로보틱스가 담당했지만, 실제 생산기술은 SPG가 맡았다. 원하는 스펙을 정확하게 설정해서 설계하는 기술이 있다고 하더라도 내구성과 정밀도를 갖춘 실물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SPG의 전문기술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는 설계와 생산이 별개의 영역이며, 실제로 작동하는 제품을 만드는 제조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제 로봇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공장과 물류창고를 넘어 일상생활로 들어올 날이 머지않았다. 로봇이 사람처럼 걷고, 물건을 들고, 정교한 작업을 하려면 수십 개의 관절이 필요하다. 사람의 몸을 생각해 보면 손목, 팔꿈치, 어깨, 허리, 무릎, 발목 등 수많은 관절이 있다. 로봇도 마찬가지다. 각 관절마다 정밀한 모터와 감속기가 들어간다. 로봇 한 대를 만드는 데 필요한 핵심 부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오랫동안 산업 현장에서 검증받고 기술을 축적해 온 SPG 같은 기업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화려한 로봇 겉모습 뒤에는 이런 부품 회사들의 기술과 노하우가 숨어 있다. SPG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기업은 아니지만,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우리나라 산업 발전의 기반이 되어준 기업이다. 앞으로 SPG가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더욱 발전하여 글로벌 로봇 산업의 핵심 파트너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