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란티어 파운드리, 무엇이 다른가
팔란티어 주가가 왜 이렇게 올랐는지 한 번쯤 검색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기사마다 'AI 플랫폼', '데이터 통합', '온톨로지' 같은 단어가 나오는데, 읽고 나면 오히려 더 모르겠다. 2025년 매출 45억 달러, 미국 상업 부문 성장률 109%. 숫자는 분명한데 이 회사가 도대체 뭘 만드는 건지 감이 오지 않는다.
팔라티어의 핵심 제품 중 하나인 파운드리(Foundry)는 이름부터 단서를 준다. 파운드리는 원래 금속을 녹여 제품을 만드는 주조 공장을 뜻한다. 원료를 넣으면 쓸 수 있는 제품이 나오는 곳. 파운드리는 데이터를 원료 삼아 업무에 쓸 수 있는 판단 근거로 바꾸는 공장이다.
대부분의 기업에는 ERP, MES, CRM, IoT 센서 등 시스템이 여러 개 돌아간다. 문제는 이 시스템들이 각자의 언어로 데이터를 쌓는다는 점이다. 생산 현장의 센서 데이터와 영업팀의 고객 데이터는 같은 회사 안에 있으면서도 서로 대화하지 못한다. 이것을 데이터 사일로라고 부른다.
파운드리는 이 흩어진 데이터를 하나로 모은 뒤, '온톨로지(Ontology)'라는 구조로 재정렬한다. 온톨로지가 하는 일을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공장에 센서 데이터, 작업 지시서, 불량 기록, 출하 일정이 각각 다른 시스템에 들어 있다고 하자. 온톨로지는 이 데이터를 "3번 라인의 A 설비"라는 하나의 객체에 연결한다. 그 설비가 지금 어떤 상태이고, 어떤 작업을 수행 중이며, 최근 불량이 언제 발생했는지를 한 화면에서 볼 수 있게 된다. 숫자와 코드의 나열이 아니라, 현장 관리자가 쓰는 언어로 데이터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이 구조가 만들어지면 단순 조회를 넘어 판단이 가능해진다. 에어버스는 A350 생산 라인에 파운드리를 적용했다. 일정, 부품, 결함, 납품 데이터를 온톨로지로 통합한 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병목을 하나의 화면에서 추적했다. 결과는 고객 인도 시기 33% 단축이었다. BP는 생산 현장의 데이터를 파운드리로 연결해 하루 3만 배럴의 추가 생산을 끌어냈고, 연간 수억 달러의 이익으로 이어졌다.
ChatGPT나 코파일럿은 질문에 답하거나 문서를 요약하는 도구다. 유용하지만 회사의 데이터 구조를 알지 못한다. "지난달 3번 라인 불량률이 왜 올랐는가"라는 질문에 챗봇은 답하지 못한다. 그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고, 접근하더라도 '3번 라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파운드리는 다른 층에서 작동한다. AI 기술을 계층으로 나눠보면 구조가 보인다. 맨 아래에 AWS나 Azure 같은 클라우드 인프라가 있다. 맨 위에 챗봇이나 코파일럿 같은 생산성 도구가 있다. 파운드리는 그 사이, 업계에서 '논리 계층(Logic Layer)'이라 부르는 위치에 있다. 흩어진 데이터를 업무 맥락에 맞게 연결하고, AI가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주는 층이다. AI 모델이 아무리 똑똑해도 판단할 데이터가 구조화되어 있지 않으면 쓸 수 없다. 파운드리는 그 구조를 만든다.
HD현대는 2021년 HD현대오일뱅크를 시작으로 조선·해양, 에너지, 건설기계 사업에 파운드리를 도입했다. 2026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는 알렉스 카프 CEO와 만나 파트너십을 그룹 전체로 확장했다. HD현대일렉트릭, HD현대로보틱스, HD현대마린솔루션까지 포함하는 전사적 계약이다. 목표는 2030년까지 '지능형 자율 운영 조선소'를 구현해 생산성과 건조 기간을 각각 30% 개선하는 것이다.
KT는 2025년 3월 팔라티어의 국내 최초 '프리미엄 파트너'가 되었다. 자체 업무에 파운드리를 적용해 성과를 검증한 뒤, 이를 금융·공공 분야 고객에게 확산하는 모델이다. 2025년 10월 카프 CEO가 방한했을 때는 KT 주최 'AX 리더 서밋'에서 대한항공, 포스코, LS일렉트릭, 메리츠금융 경영진과 만났다. 팔란티어가 한국 시장을 단일 고객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 단위로 접근하고 있다는 신호다.
삼성전자의 사례는 더 흥미롭다. 반도체 공정 데이터는 핵심 영업기밀이다. 삼성 DS부문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과의 AI 협업도 외부 서버 저장 문제로 중단한 적이 있다. 그런 삼성이 2024년 말 팔란티어 AI 플랫폼을 도입했다. 3 나노 이하 파운드리 공정과 6세대 D램의 수율 개선이 그만큼 급했기 때문이다. 팔라티어의 원칙 — "고객사의 데이터를 저장하지 않는다" — 이 보안 장벽을 넘는 열쇠가 되었다.
주가가 오르는 이유가 AI라는 단어 때문만은 아닌 셈이다.
AI를 도입한다는 말이 챗봇 하나를 쓴다는 뜻인 시대는 지나고 있다. 데이터를 업무의 언어로 구조화하고, 그 위에서 판단을 내리는 것. 파운드리가 보여주는 방향은 결국 그 지점에 있다. AI의 성능이 아니라, 데이터를 읽는 구조가 경쟁력을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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