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는 여정 -발걸음 1

직면하기

나를 찾기 위한 첫 번째 발걸음은 직면이었다.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가? 어떤 얼굴의 표정인가? 어떤 사고들이 내 마음들을 채우고 있는가?를 알아차려야 했다.


분명 나에게 많은 자극들이 있었다. 대부분 자극이라 느껴지는 것은 내 기억 속에선 부정적 느낌을 주는 것들이었고 타인들의 반응, 내게 하는 말들과 행동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행동에 반응하는 나의 생각과 행동들이 내 인생을 꾸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상호작용 속에서 나라는 사람이 얼마큼 차지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나’라는 존재는 미미하게 느껴지다 못해 없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나의 모습은 다른 사람들이 규정해 놓은 타인들이 원하고 좋아할 만한 모습의 ‘나’였다. 진짜로 내가 원하는 내가 아니었다.

결혼 전에는 엄마 말 잘 듣는 알아서 잘하는 착한 딸, 결혼 후에는 나의 중심은 엄마에서 남편으로 바뀌었다. 나는 남편이 싫어할 만한 행동들은 모두 제거하고 그가 바라는 헌신적인 아내, 희생적인 아이 엄마,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한마디 불평하지 않는 맏며느리로서만 살았다.

내가 그렇게 산 이유는 그렇게 사는 게 ‘답’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삶이 올바른 인생이고 그것이 진정한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그때까지는 믿었다. 그래서 일체의 사적인 모임도 개인 취미생활도 가지지 않았으며 아이를 맡기고 혼자 외출은 상상도 못 해봤다. 장을 보러 가면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단 한 개도 맘 편히 사본적이 없었다. 물건을 사도 어디를 놀러 가는 것도 늘 아이 아빠의 취향 아이만을 위한 배려가 전부였다.


내가 이렇게까지 살게 된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왜 나 자신의 욕구는 철저히 무시하고 비록 그 대상이 가족일지라도 타인의 욕구만을 채우며 사는 것을 답이라 여겼을까? 그게 여자의 운명이고 그런 삶이 숭고하며 위대하기까지 하다며 나 자신이 믿어왔기 때문이었다. 또한 나는 태어날 때부터 나보다는 남을 먼저 우선시하는 기질이었고 그렇게 양육받아왔기 때문에 그러한 삶이 너무나 익숙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사실을 알아차리고 내 마음속 공허함의 원인을 찾게 되었다. 그토록 외롭고 허전하고 늘 내편은 없는 것 같고 의지할 데 없는 천정부지 고아 같은 기분... 그건 나 자신을 남을 대하듯 아껴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늘 내 기분이나 감정보다는 가족이던 친구이던 옆집 누구이든 상관없이 그들의 감정이 우선이었다. 너무 불편한 감정이 들어도 내 감정을 희생하며 타인들에게 맞춰졌다. 그러한 일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면서 진정한 내 모습을 점점 잃어갔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도 모른 체 그렇게 인생의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지금, 내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까지 48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진정한 나를 찾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내 나이 48살에 말이다. 늦었다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지금에서라도 알게 된 것이 얼마다 설레고 감사한지 모른다. 앞으로 나를 찾기 위한 여정은 시작되었고 갈길이 한참 멀었을지도 모르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뎌 보려고 한다. 이런 나에게 나는 축복과 응원과 사랑을 힘껏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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